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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형제 없이 친척 집 전전하며 커와…
돈 벌려 한국행 "어떻게든 아이 잘 키우고 싶어"

지난 21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 신생아중환자실.나타야(33) 씨와 타마사(37) 씨가 지난달 태어난 아기를 보고 있다.박성현 기자
지난 21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 신생아중환자실.나타야(33) 씨와 타마사(37) 씨가 지난달 태어난 아기를 보고 있다.박성현 기자


배 아파 낳은 아기를 만나러 가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누구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겠으나 이방인에겐 넘어야 할 산이 많다.태국에서 온 나타야(33) 씨는 일주일에 한 번,일당을 뒤로하고 아기를 보러 간다.다행히 아기는 볼 때마다 건강이 호전되고 있으나,내야 할 병원비는 수백만원씩 불어나고 있다.

◆일찍 부모 여의고 친척집 전전.이혼 후 한국행

외동딸로 태국에서 태어난 나타야 씨는 10대 때 부모님을 여읜 뒤 친척 집을 전전하며 커왔다.방패막이가 없었던 만큼 그는 또래보다 더 빨리 외로움과 사회의 쓰라림을 배웠다.성실하게 일했지만 '가난'은 꼬리표처럼 그를 따라다녔다.

나타야 씨는 결혼도 일찍 했다.하루빨리 가족을 갖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지인의 소개로 연상의 남자를 만난 그는 20살 때 첫 아이를,타짜 고스톱23살 때 둘째 아이를 낳았다.이들에겐 자신을 옭아맸던 외로움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그는 일에도,타짜 고스톱가정에도 최선을 다했다.인자한 성격의 시부모도 큰 힘이 됐다.

문제는 남편이었다.결혼을 한 뒤로는 점점 집에 있는 날이 많아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술에 취해 나타야 씨에게 손찌검을 자꾸 해댔다.시부모도 그를 말릴 순 없었다.염색공장을 다니며 사실상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던 나타야 씨는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결국 그와 갈라서게 됐다.아이들은 시부모가 키우고,나타야 씨는 매달 일정 금액의 양육비를 보내기로 했다.

그 길로 나타야 씨는 '기회의 땅' 한국으로 향했다.어차피 아는 사람 없이 지내는 건 태국이나 한국이나 똑같다고 생각해 돈이라도 제대로 벌어보자는 심산이었다.하지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타국 생활은 고됐다.태국인 간의 텃세는 물론,타짜 고스톱한국말을 할 줄 모른다는 것도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때 충주의 한 청소대행업체에서 만난 지금의 남편 타마사 씨가 큰 힘이 됐다.이곳 직원이었던 타마사 씨는 아르바이트생인 나타야 씨를 살뜰하게 챙겼다.건강이 좋지 않은 노부부의 병원비와 동생의 학비를 벌러 한국으로 온 타마사 씨는 나타야 씨와 처지도 비슷했다.그렇게 둘은 동거를 시작하게 됐고,타마사 씨가 대구로 일터를 옮기면서 함께 오게 됐다.

◆택시에서 분만 시작돼.1.5㎏ 미숙아 태어나

그러다 지난달 계획 밖의 일이 일어났다.둘의 관계가 깊어지면서 자연스레 소중한 생명을 갖게 됐는데,임신 30주차만에 아기가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다.당시 경주의 한 빌라를 청소하고 있던 나타야 씨는 심한 진통을 겪다 병원에 가기 위해 택시를 탔는데,타짜 고스톱그때부터 분만이 시작됐고 급기야 119 구급차까지 불렀다.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 옮겨진 나타야 씨는 무사히 아이를 출산했다.태어난 아기의 무게는 1.5㎏.곧장 신생아중환자실로 옮겨진 아기는 자가 호흡이 불가능해 인공호흡기를 쓰다 이달 초부터 호전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병원 측은 출산 과정에서 감염 등 위험이 있었지만 겨우 위기를 넘겼다고 설명했다.

아기는 현재 한 달 넘게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알아보기 위해선 꾸준한 검사와 약물치료가 필요하지만 나타야 씨는 그때마다 선택을 주저한다.이미 병원비가 쌓여 5천만원을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모아뒀던 돈은 나타야 씨 입원비를 내는데 모두 쓰였다.

나타야 씨와 타미사 씨가 한 달 동안 쉬는 날 없이 모두 출근을 할 경우 손에 쥐는 돈은 약 400만원.태국에 있는 나타야 씨 아이들의 양육비,타미사 씨 부모 생활비와 동생 학비 등을 보내고 나면 남는 돈은 100만원 남짓이다.이마저도 아기가 퇴원하게 되면 나타야 씨 수입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 있는 태국인 커뮤니티에 모금 요청을 해도 모이는 돈은 100만원 안팎.고스란히 남은 돈은 나타야 씨와 타미사 씨가 떠안아야 한다.어떻게든 아이를 건강하게 키워내고 싶다는 이들.벌써부터 해줄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은 부모의 마음은 아려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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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시련이 시작돼 남편을 잃고 말기암 판정을 받은 어머니를 간호하는 김가림 씨(매일신문 6월 11일 10면 보도)에게 2천226만8천86원을 전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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