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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구(舊)소련 시절 북한과의 동맹을 사실상 부활시켰다.이날 푸틴은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와 함께 '해방탑'도 찾아갔다.해방탑은 1945년 8월 소련·일본 전쟁에서 전사한 소련 군인들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1947년 5월 1일에 건립된 이 기념탑은 오늘날에도 북·러 관계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1947년에 건립된 해방탑은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다.건립 직후의 사진을 확인하면 '구해방탑'과 현재 해방탑의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다.'구해방탑'에는 '대일전쟁 승리기념' 메달의 모습이 있었고,프리미어리그 파니니 카드이 메달에는 소련 공산당 서기장 스탈린의 초상도 포함되어 있었다.'위대한 쓰딸린(스탈린) 대원수의 영도로서 일본제국주의에 대한 승리는 이루어졌으며 이 승리와 조선의 해방을 위하여 흘린 피로서 쏘련(소련) 인민과 조선인민의 친선은 굳게 되었다.여기에 탑을 세워 전 인민의 감사를 표하노라.1945년 8월 15일'이라는 글귀도 확인할 수 있다.
해방탑 아래에 새겨진 그림도 지금과 달랐다.과거 해방탑에 조각된 그림들은 태극기를 든 조선 남자가 소련 국기를 들고 있는 소련 군인과 악수하는 모습,백두산 천지 위에 태극기를 게양하는 조선 여자,그리고 스탈린 초상 깃발을 휘날리고 있는 소련 군인의 모습 등을 담고 있었다.
김일성의 해방탑 리모델링
1950년 10월 국군과 유엔군이 평양에 입성했지만 요행히 해방탑은 철거되지 않았다.정확한 까닭은 알 수 없지만,프리미어리그 파니니 카드시간이 부족했던 것으로 추측된다.6·25전쟁 와중 미 공군의 평양 폭격도 해방탑을 비켜갔다.
그랬던 해방탑의 모습은 1959년에 처음으로 바뀌었다.당시 소련공산당 제1서기 니키타 흐루쇼프의 북한 방문을 앞두고서였다.당시 북·소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당국은 해방탑에 대한 대대적 '수리'에 착수했다.우선 스탈린의 얼굴이 포함된 메달의 모습이 해방탑에서 제거됐다.1956년 스탈린을 공개 비난했던 흐루쇼프가 스탈린의 모습을 보기 싫어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해방탑에서 태극기를 들고 서 있는 남자와 여자의 그림도 지워졌다.1950년대 후반 북한에서는 '태극기 삭제정책'이 시작됐다.북한은 1945년부터 1948년 7월 10일까지 남한처럼 태극기를 국기로 사용했던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해방탑 리모델링을 앞둔 1959년 9월 24일,당시 남일 북한 외무상은 주북한 소련대사 알렉산드르 푸자노프를 찾아가 관련 계획을 알렸다.한데 푸자노프의 반응은 다소 의외였다.푸자노프는 1952년 스탈린의 뜻에 따라 '소련공산당 중앙위원회 상무위 후보위원'으로 선출된 인물이다.그때 같은 신분을 얻은 사람 중에는 나중에 소련의 최고지도자가 된 레오니트 브레즈네프도 있었다.1953년 스탈린 사후,푸자노프는 심한 강등을 당했고 결국 후진국인 북한대사로 사실상 좌천됐다.
자연히 스탈린에 대한 향수가 있었던 푸자노프는 자신의 일기에서 조심스럽게 해방탑 리모델링에 대한 반대의 뜻도 드러냈다."나는 (해방탑의) 문구 일부를 교체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표현했다.다만 우리 대표단이 올 때까지 이를 반드시 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라고 적은 것이다.
결국 북한 당국의 해방탑 리모델링에 따라 스탈린의 초상 깃발은 소련 깃발로,스탈린 초상화 메달은 소련 육군의 상징인 오각형 별 안에 들어있는 낫과 망치로 교체됐다.현재 해방탑에서 볼 수 있는 '위대한 쏘련 인민은 일본제국주의를 쳐부시고 조선 인민을 해방하였다.조선의 해방을 위하여 흘린 피로 조선 인민과 쏘련 인민의 친선은 더욱 굳게 맺어졌나니.여기에 탑을 세워 전체 인민의 감사를 표하노라.1945년 8월 15일.'(전면) '일본제국주의자들의 강점으로부터 조선인민을 해방하고 자유와 독립의 길을 열어준 위대한 쏘련 군대에 영광이 있으라!1945년 8월 15일'(후면)이란 문구도 당시 추가됐다.
하지만 1959년 흐루쇼프의 방문은 북·소 관계 악화 등의 이유로 무산됐다.흐루쇼프의 방문을 위해 북한이 준비한 리모델링 후 해방탑을 처음으로 본 구소련 및 러시아의 최초 지도자는 지난 2000년 북한을 방문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었다.푸틴이 평양을 최초 방문한 2000년까지 평양을 방문한 소련공산당 서기장이나 러시아 대통령은 단 한 명도 없었다.푸틴은 북한을 두 번이나 찾은 구소련 및 러시아의 유일한 지도자다.
평양 해방탑만 살아남아
북한은 1948년부터 김일성이 중국공산당 소속 빨치산 부대 지휘관과 소련군 대위 출신이 아니라 이른바 '조선인민혁명군' 사령관이었다고 주장해 왔다.심지어 1967년부터는 일제를 무찌른 세력도 '조선인민혁명군'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이에 따라 북한 곳곳에 있던 소련군 묘지와 기념비를 철거하기 시작했다.
청진에 있던 소련군 기념비에서는 '조선 인민은 일본제국주의와 싸우다 전사한 소련 군인들을 잊지 않으리라'라는 문구가 제거됐다.기념비는 주민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으로 옮겨졌다.여러 동상들이 주민들 앞에서 파괴됐고,북한 당국은 청진에 있던 소련군 집단묘지도 사실상 무시했다.라진에 세워진 북한땅에 상륙한 소련 군인의 동상도 '조선인민혁명군'의 병사의 동상으로 교체됐다.평양역에 있던 소련군인의 동상도 철거됐다.북한 당국은 소련 측에는 '동상이 건설사업으로 손상됐고 복원하지 않기로 결정됐다'는 구실을 붙여 통보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평양에 있던 해방탑은 건드리지 않았다.다만 1982년경 북·소 관계가 개선될 때까지 북한 당국은 주민들이 해방탑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관계 개선 후에 해방탑은 다시 개축되었고 주민들의 접근도 허용되었다.
이 과정에서 소련 측은 다른 기념비처럼 해방탑에도 '조선인민혁명군'에 대한 언급이 나올 수 있다고 걱정한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북·소 관계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도록 북한 측은 글을 수정하지 않았다.이 사실에 대해서는 소련 매체도 보도했고,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도 1985년 8월 10일 자로 '화강석에 새겨진 글은 변하지 않는다'란 제목의 기사로 게재했다.
소련군의 북한 진주를 '해방'이라고 부르기는 어렵지만,'해방탑'이 큰 의미가 있는 기념비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소련군이 한반도 북반부에서 일본군과 싸워 이긴 것은 객관적 사실이다.반면 북한이 주장하는 '조선인민혁명군'은 존재한 적이 없는 허구의 조직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만일 어느 날 북한이 변화한다면,해방탑의 존재는 북한 주민들의 계몽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어느 날 김씨 일가의 정권이 사라져도 '수령님께서 나라를 해방하셨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남아있을 것이다.그때 그들에게 "왜 평양에 조선인민혁명군에 대한 언급조차 없는 기념비가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면,그들의 믿음은 아마 흔들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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