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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약 삼킨 여자들]④'프랑스서 배송' 미프진,나흘 만에 도착…불가사의한 '배송 과정'
유통업계 "국내 창고 있지 않은 한 불가능한 속도"…'정품' 검증 어려워 부작용 우려[편집자주] "대한민국에서 임신 중지는 더 이상 범죄가 아니다" 과연 그럴까.의료계는 여전히 임신 중지 수술에 소극적이며,일부는 진료조차 거부한다.각자도생에 내몰린 여성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정체불명의 판매자를 만나 유산 유도제 '미프진'을 구매한다.가짜 약인지,진짜 약인지 확인이 어렵지만 지름 1㎝의 알약을 입안에 털어 꾸역꾸역 삼킨다.정부와 국회는 뒷짐 진 채 여성들의 이 같은 '목숨 건 유산 시도'를 관망 중이다.뉴스1은 지난 2개월간 전국 산부인과 300여 곳을 전수 조사하고,전국 곳곳에 있는 미프진 판매자들과 구매자 여성들을 직접 만나 대한민국 임신 중지 실태를 심층 분석했다.
(서울=뉴스1) 서상혁 장성희 홍유진 김예원 기자 = "약은 프랑스에서 들여오고,통관 문제로 포장은 벗겨진 상태로 배송됩니다.최대 일주일 걸릴 거예요." (미프진 불법 판매 사이트에서 접촉한 판매자 A 씨)
최대 '일주일 걸린다'던 미프진이 현관 앞에 도착한 것은 주문 4일째 되는 날이었다.프랑스에서 국제 배송 서비스로 보낸다는 약이었다.아무리 해외 직구가 상용화했다지만 어떻게 '나흘' 만에 하늘을 가로질러 서울 모처로 왔을까.국내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A 씨 같은 업자들이 국내에 미프진 물류 창고를 두고 미프진을 불법 유통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가장 큰 문제는,'유럽산 정품'이라는 A 씨의 주장을 검증하기 어려워 불법 판매되는 미프진의 부작용 우려를 떨칠 수 없다는 점이다.
◇배송 신청 이틀 만에 '프랑스발 미프진'이 한국에 도착했다고?
<뉴스1>이 미프진 불법 거래 실태를 파악하고자 A 씨와 접촉한 건 지난 5월 25일이었다.'임신 6주 차'라고 하자 A 씨는 "프랑스에서 미진을 들여온다"며 약에 관한 설명을 시작했다.
판매 대금은 35만 원이었다.이틀 후인 27일 오전 8시 52분 A 씨가 알려준 계좌로 판매 대금을 입금했다.A 씨는 약 3시간 후인 11시 36분 입금을 확인했다며 "배송 신청을 마쳤다.배송까지 5~7일 소요된다"고 답했다.
A 씨는 5월 29일 오전 11시 휴대전화 문자로 택배 송장 번호를 보냈다.미프진은 그다음 날(30일) 오후 1시 20분 배송이 완료됐다.송장 번호를 추적해 보니 A 씨는 5월 29일 경기도 동두천시의 한 편의점에 '택배 배송'을 접수했다.접수 시간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송장 번호를 문자로 보낸 시간은 5월 29일 오전 11시 3분이다.
기자가 받은 택배 상자에는 접수일이 29일로 적혀 있었다.그러니까 5월 29일 오전 11시 3분 전에 A 씨가 택배를 부친 셈이다.편의점 택배는 경기도 동두천시에서 남수원 물류센터를 거쳐 30일 오후 1시 20분 서울의 모처로 배송됐다.프랑스에서 들여온다던 미프진이 나흘 만에 서울 모처로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이다.
A 씨의 말이 맞는다면 그는 최소 29일 오전 11시 3분 전 프랑스에서 배송된 미프진을 한국에서 받아야 했다.프랑스에서 발송한 미프진이 배송 신청 48시간 안에 한국으로 도착해야 '프랑스에서 미프진을 발송한다'는 A 씨의 주장이 성립된다.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국제 배송을 취급하는 유통업체 관계자들은 "첫 배송지는 해외가 아닌 국내나 중국으로 의심된다"고 입을 모았다.
◇'불가사의'한 미프진 국내 유통 과정 '진상' 규명해야
해외 직접구매(직구) 시스템의 발전으로 '신속 배송'은 더는 특이한 사항이 아니다.그렇다고 해도 직구 물품이 해외에서 이틀 만에 국내로 들어오는 건 전례를 찾기 힘들다.
국내 주요 유통업체의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유럽 직구는 짧게는 1주일,길게는 2주일 소요된다"며 "홍콩에 물류 창고를 두고 유럽 물품을 파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이 경우에도 3일가량 소요된다"고 했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은 통관 절차를 거친다.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통관장 반입부터 반출까지 최대 5시간이 소요된다.통관 절차 시간에 비행 시간까지 고려하면 프랑스에서 한국까지의 배송이 이틀 만에 끝날 가능성은 작다.
인편으로 들여왔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다만 미프진 수요는 일정하지 않고 수반되는 비용이 많이 들어 주문 때마다 인편을 거쳐 배송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업자들이 해외에서 미프진을 들여오는 게 아니라 국내에 별도의 '미프진 물류 창고'를 두고 유통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약물 불법 유통 사건에 정통한 경찰의 한 관계자는 "유럽에서 이틀 만에 약이 들어올 수 없으며,통관 절차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며 "국내에 물류 창고를 두고 꾸준히 약을 밀반입해 쌓아뒀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도 "물건을 미리 쌓아두지 않는 이상,나흘 안에 배송이 이뤄지기는 힘들다"고 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미프진의 '성분'을 둘러싸고 의문이 증폭돼 '불가사의'한 미프진 유통 과정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프랑스 등 유럽에서 수입한다고 광고하지만 실제로는 중국 등지에서 모조품을 들여와 판매하는 것 아니냐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발기부전 치료제(비아그라)는 중국이나 인도 등지에서 대량으로 들여와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품이라고 광고하지만,인기 해외 POP유사 성분이나 그조차 함유돼 있지 않은 저질 제품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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