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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교황청이 “교황은 사탄의 하인”이라고 맹비난한 극보수파 카를로 마리아 비가노(83) 대주교에게 가톨릭교회의 가장 큰 벌인 파문을 내렸다.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5일(현지시간) 성명에서 가톨릭교회를 분열시킨 비가노 대주교의 혐의에 대해 유죄가 인정돼 파문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안사(ANSA) 통신 등이 이날 보도했다.
파문은 가톨릭교회 공동체에서 강제로 나가게 하는 것으로 가장 무거운 형벌에 속한다.파문을 당하면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가톨릭교회 공동체가 거행하는 모든 성사에 참여할 수 없다.
신앙교리부는 “교황을 인정하고 복종하기를 거부하고,교황에게 복종하는 교회 구성원들과 친교를 거부하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당성을 거부하는 그의 공개적인 입장은 잘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신앙교리부는 비가노 대주교에게 파문 징계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비가노 대주교는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지난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징계 절차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징계 절차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신앙교리부 장관 빅토르 마누엘 페르난데스 추기경과 프란치스코 교황을 언급하며 “나를 심판한다고 주장하는 재판소의 권위도,멜 로망스그 재판소장도,멜 로망스그를 임명한 사람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SNS에 올린 이 글에서도 예전과 마찬가지로 프란치스코 교황을 원래 이름인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라고 부르며 권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비가노 대주교는 성소수자를 향한 포용적 정책에 반발해 프란치스코 교황을‘거짓 선지자‘사탄의 하인’으로 부르고 2018년에는 교황의 자진 사임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출신인 그는 가톨릭 내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진보적 성향을 원색적으로 비난해온 대표적 보수 인사로 꼽힌다.2011~2016년까지 미국 주재 교황 대사를 지낸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이후 가톨릭교회가 소수자,사회적 약자에 더 포용적으로 바뀌고 평신도의 목소리를 존중해야 한다며 진보적 개혁을 밀어붙여 가톨릭 내 보수진영과 마찰을 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