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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소설집
김애란 외 지음
프란츠 | 272쪽 | 1만8000원
우연히 들려온 옛 노래 한 곡에서 무한한 추억이 쏟아져 나올 때가 있다.김애란의 단편‘안녕이라 그랬어’의 주인공 은미에겐 킴 딜과 로버트 폴러드가 부른‘러브 허츠’가 그랬다.가사 중 “I’m young”을 한국어 “안녕”이라고 잘못 알아들은 에피소드 같은 것을 당시의 연인과 공유했다면 추억을 소환하는 동력은 더욱 강력해진다.
은미가 이야기를 서술하는 시점은 오래 사귄 연인 헌수와 이미 헤어진 뒤다.은미와 헌수가 헤어지는 데 드라마처럼 극적인 이유는 없었다.둘은‘어른’의 사랑을 했다.어른은 절실한 감정이 아니라 지질한 상황으로도 헤어진다.이별 이후 7년이 지난 은미는 재취업이 쉽지 않은 40대가 됐고,카르타그라“아직 내게 어떤 가능성과 기회가 남은 것 같은 착각”을 위해 별 필요도 없는 화상 외국어 수업을 한다.어떤 창작자라면 조롱하고 풍자할 수도 있는 캐릭터지만,카르타그라김애란은 스피노자의 말대로 “비웃지도 탄식하지도 또한 미워하지도 말고 다만 이해하라”는 태도로 이 인물을 대한다.
<음악소설집>은 음악 전문 출판사 프란츠가 작가들에게 음악을 테마로 한 단편을 의뢰해 묶은 단편집이다.김애란,김연수,카르타그라윤성희,카르타그라은희경,카르타그라편혜영 등 이름만으로도 안정감을 주는 작가들의 작품이 실렸다.
윤성희는 특정한 노래가 아닌‘자장가’를 테마로 삼았다.“음악을 잘 모른다.음악 앤솔로지에 낄 깜냥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는 그는‘불면증에 걸린 엄마를 위해 엄마의 꿈속으로 들어가 자장가를 불러주는 딸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에 출판사 제안에 응했다.윤성희의 소설은 애초의 의도대로 매우 아름답고 조금은 슬픈 이야기다.책 말미에는 편집자가 작가와 나눈 인터뷰가 수록돼 작품 의도와 작가의 최근 생각을 알 수 있게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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