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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사기죄 인정 여부…신중하게 판단할 필요 있어"
'채무불이행시 모두 사기죄로 처벌하면 존속 포기 기업 늘어날 것"
재판부는 사업 과정에서 이뤄진 거래가 채무불이행이 됐을 때 모두 처벌한다면 기업들이 존속을 위한 노력을 포기할 우려가 있어 사기죄 인정 여부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정부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오창섭)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 씨(69)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파이프 제조회사를 운영하던 A 씨는 2019년 10월부터 2020년 6월까지 B 씨 회사로부터 자재를 공급받았음에도 대금 약 16억34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 씨는 거래처 중 하나가 부도나며 경영상 어려움을 겪다가 2020년 6월 어음금을 지급하지 못해 자신의 회사도 부도가 났다.
대금을 돌려받지 못한 B 씨는 A 씨가 돈을 줄 수 있는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자재를 공급받았다며 사기 혐의로 A 씨를 고소했다.
A 씨는 자재를 받기 위해 B 씨 회사 측을 기망하지 않았을뿐더러 채무불이행에 대한 고의성도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실제 A 씨는 유동성이 악화하자 자재 대금 지급을 약 4~6개월 연장하고 그 기간만큼 B 씨 회사에 이자를 따로 지불하며 변제를 위해 노력했다.
A 씨 회사는 또 경영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은행으로부터 약 12억 원을 대출받아 운영자금을 확보하려고도 했으나 대출이 거절되기도 했다.
재판부도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A 씨가 부도가 난 거래처를 상대로 8억7000만 원 상당의 어음금 청구 소를 제기하는 등 끝까지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한 점을 볼 때 채무불이행의 고의성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A 씨 회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가며 B 씨 회사에 지급해야 할 대금 중 9억 원 이상이 회복된 점도 무죄 판결의 근거로 작용했다.
오 부장판사는 "사기죄 인정 여부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사업 수행 과정에서 이뤄진 거래가 채무불이행이 됐을 때 모두 사기죄로 처벌한다면 도산 우려가 있는 기업 대부분은 존속을 위한 노력을 포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