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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돌린 회삿돈 귀국할 때 채워…2심,2002년 월드컵 승부차기"구속 피하려" 78억원 추징
대법 "계속 법인 계좌에 예치…법인 피해,범죄 전 상태로 회복"

서울 서초구 대법원.2023.10.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 서초구 대법원.2023.10.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캄코시티 사태' 주범인 시행사 대표가 78억여 원의 추징을 면하게 됐다.자신의 다른 법인 횡령액을 다시 법인 계좌에 넣어 두었으므로 법인의 재산상 피해가 회복됐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특경법)상 배임·횡령,강제집행면탈,예금자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월드시티 대표 이 모 씨의 상고심에서 추징 부분을 자판으로 파기했다고 9일 밝혔다.

이 씨는 2005년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2369억 원을 대출받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신도시 캄코시티를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사업은 이후 부산저축은행이 캄코시티를 비롯한 무리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로 파산하면서 중단됐다.파산관재인이 된 예금보험공사는 대출 원금에 지연이자를 더한 6700여억 원의 채권을 회수하지 못했다.

이 씨는 월드시티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2002년 월드컵 승부차기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부산저축은행의 캄코시티 사업 관련 6700억 원의 채권 회수를 피하기 위해 자산 관련 담보를 제공하지 않고 매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강제집행을 면하기 위해 재산을 은닉하고 예보 측의 조사를 거부하고 방해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캄보디아에서 자진 귀국한 이 대표를 2019년 11월 인천국제공항에서 체포한 뒤 이듬해 7월 31일 배임·횡령,2002년 월드컵 승부차기강제집행면탈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1심은 이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지만,2심은 징역 4년을 선고하고 78억 1200만 원 추징을 명령했다.

이 씨는 자신의 다른 법인(LBO) 회삿돈 600만 달러를 배우자에게 용역비 명목으로 지급했는데,캄보디아에서 귀국하기 전날 이 돈을 법인 계좌에 다시 입금했다.2심 재판부는 이 씨가 구속을 피하기 위해 가짜로 회삿돈을 채워 놓은 것으로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부패재산몰수법 6조 1항의 '피해자에 대한 피해회복이 심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추징을 명할 수 없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이 씨측이 제출한 2023년 12월 25일자 계좌 거래내역서에 따르면 법인 계좌에 600만 달러가 계속 예치돼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법인 명의 계좌로 600만 달러를 입금한 이상 법인이 입은 재산상 피해는 범죄 이전의 상태로 회복됐다고 봐야 한다"며 "이를 두고 '범죄 피해자가 재산에 관해 범인에 대한 재산반환청구권 또는 손해배상청구권 등을 행사할 수 없는 등 피해 회복이 심히 곤란한 경우'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 씨가 대표이사 지위를 악용해 600만 달러를 임의로 인출하는 등 새로운 횡령죄를 저지를 가능성에 대한 원심 지적에 대해서는 "검사가 증거에 의해 증명하지 않은 이상 추상적인 가능성을 전제로 몰수·추징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 씨에 대한 나머지 상고는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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