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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유일 마르형 분화구…생태 가치 높으나 복원사업 지지부진
셀린 부티에모내기를 위해 물을 댄 하논굼부리 논배미.왼쪽 멀리 서귀포항과 문섬이 보인다." style="display: block; margin: 0 auto;">
생태계의 타임캡슐,마르 퇴적층
폭발로 마그마가 지상으로 솟구치면서 용암이 흘러나와 만들어진 일반적인 화산과 달리 마르형 굼부리는 마그마가 지하수와 만나면서 갑자기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며 생긴 화산체다.굼부리는 동서 1.8km,남북 1.3km의 규모로,한반도에서 가장 큰 것이라고 한다.백두산 천지와 울릉도 나리분지가 훨씬 크지만,이들은 굼부리가 아니라 화산이 분출한 뒤 지하 마그마 방의 붕괴로 만들어진 '칼데라Caldera'다.
이 퇴적층엔 고기후와 고생물의 정보가 잘 보존되어 있다.이를 통해 빙하기를 포함한 지난 시간 동안의 지구 환경 변화를 읽어낼 수 있어,세계적으로 아주 귀한 자산이라는 것.그런데 이곳에 논밭이 생기고 사람들이 들어와 촌락을 이루면서 훼손이 많이 진행된 상태다.
하논굼부리는 지름이 1.2km가 넘고,둘레는 3.8km에 달한다.굼부리의 가장 낮은 곳은 해발 53m,화구벽 정상은 143m로 90m의 고도차가 난다.특히 하논오름은 이중화산분출로 화구 안에 작은 섬인 분석구(보름이)를 가지고 있다.
원래 하논굼부리는 물이 넘실대는 호수였다고 한다.굼부리 바닥에서 엄청난 양의 용천수가 솟아나기 때문이다.이곳이 논으로 바뀐 것은 지금으로부터 500년 전쯤의 일.밭농사만 지으며 늘 식량 부족에 허덕이던 제주 사람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던 중,이 부근을 지나던 한 지관이 "화구벽 동쪽을 파서 물꼬를 내라"고 한 말에 따라 화구벽 낮은 곳에 인공 수로를 만들어 호수의 물을 바다로 흘려보내고 농경지로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하논'은 제주어로 '큰 논'이라는 뜻이다.그러니까 호수의 물을 빼고 논을 만들면서 붙은 이름인 셈이다.굼부리 안에는 하논마을과 한라산 남쪽 지역에서 최초로 세워진 하논성당도 있었다.그런데 성당은 터를 옮겨갔고,하논마을은 4·3사건에 휘말리며 사라지고 말았다.
하논굼부리에서는 지금도 많은 양의 물이 솟아난다.굼부리 북동쪽의 '몰망수'를 중심으로 열 곳이 넘는,크고 작은 샘에서 터져 나온 용천수가 격자형의 수로를 따라 굼부리 곳곳으로 공급된다.이 물은 다시 굼부리 남쪽의 가장 낮은 곳을 통해 천지연폭포로 흘러든다.용천수가 끊이지 않다 보니 수로는 늘 물이 찰랑대고,굼부리 바닥의 절반쯤은 습지다.나머지는 벼농사가 중심이고,화구 내벽을 따라서는 귤밭이 빼곡하다.
이 너른 굼부리에 물이 가득 차 있었을 옛 모습을 상상하니 대단한 절경이었을 것 같다.최근엔 야구 전지훈련장이나 공원,예술과 스포츠,쇼핑시설로 개발하자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던 공간이다.그러나 국내외의 저명한 지질·생태학자들이 연구와 논문을 잇달아 발표하고,뜻 있는 시민단체의 노력도 뒷받침되며 하논굼부리 복원사업이 탄력을 받았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서귀포시도 하논굼부리의 복원과 보전을 주제로 하는 국제심포지엄을 여러 번 개최하는 등 활발한 사업을 펼쳐나갔다.그러나 3,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지 매입비용 등 여러 문제에 부닥치며 지금은 복원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하논굼부리 탐방은 굼부리 안의 물이 빠져나가는 남동쪽이나 북쪽의 방문자센터에서 시작하면 된다.세계조가비박물관 건너편의 하논로를 따라 200m쯤 들어서면 하논굼부리 마을이다.제주올레 7-1코스를 따라 걷는 방법도 있다.
하논오름은 사철 언제 찾아도 독특한 모습을 보여 준다.연초록 모가 빼곡한 못자리,모내기를 앞둔 무논,뙤약볕 아래서 검푸르게 자라는 벼,추수를 기다리는 황금 들판,벼 그루터기만 남은 논배미 같은,제주에서는 희귀하고 낯선 풍광이 이 굼부리 안에 가득하다.
하논굼부리 관련 자료가 전시된 하논분화구방문자센터는 꼭 올라 보아야 한다.상근 중인 해설사로부터 전문적 설명을 들을 수 있고,방문자센터 바로 앞 전망대서 조망하는 풍광도 빼어나다.논과 습지,분석구인 보름이로 이뤄진 하논오름이 한눈에 들어온다.
Info
교통 하논분화구방문자센터 바로 앞에 295번(서귀포버스터미널↔성산항),520번(제주국제컨벤션센터↔중앙로터리),611번(천지연폭포↔돈내코),622번(서귀포여고↔하례리),182번(제주버스터미널-제주공항-동광리-중문-중앙로터리) 등 여러 버스가 선다.
세계조가비박물관으로 가려면 201,202,281,282,510,셀린 부티에521,530,531,690,5004,5005번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주변 여행지
폭포 주변은 천연기념물인 난대림이 울창하다.담팔수와 원앙 무리,이곳에서만 사는 무태장어까지 천지연 주변은 온통 자연의 보고로 가득하다.하논굼부리의 용천수도 이곳으로 떨어져 내린다.
서귀포 중심의 네거리식당(762-5513)은 20년 넘게 명성을 이어오며 도민은 물론,여행자들의 사랑을 받는 갈치요리 전문점이다.신선한 갈치에 호박을 넣고 끓인 갈칫국과 갈치구이,갈치조림이 대표 메뉴.
갈치구이 소(2인) 5만5,000원,갈치조림 대(3인) 6만5,000원,갈칫국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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