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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참패 보수당서 패라지 영입 목소리도
독자 행보 노리지만 세력 확장 쉽지 않을 듯
[EPA=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영국판 트럼프'로 불리는 나이절 패라지(60) 영국개혁당 대표가 이번 영국 총선에서 확실하게 존재감을 과시한 가운데,그가 향후 보수당의 위기를 부채질하면서 '2029년 집권' 플랜을 가동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영국 보수당의 총선 참패에 일조한 패라지 대표가 우파 정치 재편에 나설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반(反)이민 정책 등을 주장해온 극우 포퓰리즘 성향의 영국개혁당은 지난 4일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사상 처음으로 의석을 확보하며,어셈블 토토원내정당으로 도약했다.
패라지 대표도 8번째 시도 만에 하원의원이 됐다.
영국개혁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5석에 불과하지만,정당별 득표율은 14%에 달해 노동당(33.8%),보수당(23.7%)에 이어 3위에 올랐다.
보수당은 의석을 250석이나 잃으면서 1834년 창당 이후 190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냈다.
정치에서 물러나 있던 패라지 대표는 마지막 순간에 총선 출마를 결심했고,그의 반이민 기조는 유럽연합(EU) 탈퇴 후 합법적 이민을 3배로 늘린 보수당의 약점을 건드렸다.
WSJ은 "패라지에게 이번 투표는 영국 의회에서 교두보를 마련해 다음 단계 전략을 시작할 수 있게 해준다"며 "이것은 영국 정치의 우파를 장악하고 2029년에 열리는 다음 총선에서 총리가 되기 위한 '항의 캠페인'을 전문화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패라지의 소규모 '반군 정당'인 영국개혁당이 순항 중이며,그를 영국 정치 우파의 미래와 국가 전반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심인물로 부상시켰다"고 분석했다.
패라지 대표의 선전은 총선 참패 충격으로 내홍에 빠진 보수당의 향후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패라지 대표는 1992년 보수당을 탈당한 후 오랫동안 보수당을 괴롭힌 인물이다.
그는 영국독립당을 만들어 반EU 정서를 확산시키며 브렉시트 국민투표 실시를 주장했다.브렉시트에 반대하던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압박에 밀려 국민투표를 수용했다가 EU 탈퇴가 결정되자 사임했다.
패라지 대표는 이후 브렉시트당을 창당했고,브렉시트가 시행되자 당명을 영국개혁당으로 바꿨는데,그간 의회 입성에는 계속 실패했지만 '튀는' 언행으로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우군 역할을 자처하면서 '영국판 트럼프'로도 불렸다.
그는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는 "영국 보수 우파 정치의 지형을 재편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세력 확장 야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WSJ은 보수당이 패라지 대표를 영입할지,이민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내세워 그와 경쟁할지,아니면 패라지 대표와 완전히 담을 쌓고 중도 유권자를 공략할지 어려운 선택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보수당의 일부 인사들은 벌써 패라지 영입을 주장하고 있다.
보수당 일각에서는 패라지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코로나19 대유행 와중에 방역 수칙을 어기고 술판을 벌였다가 사퇴한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복귀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켄트대 정치학과 매튜 굿윈 교수는 "보수당에는 정말 악몽 같은 시나리오"라며 "그들이 어떻게 이 상황을 벗어날지,독자 생존이 가능한 정당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패라지 대표는 총선 전 NYT와의 인터뷰에서 보수당 재합류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그럴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다만,그가 영국개혁당을 2029년 총선에서 승부를 볼 수 있는 '찐보수 정당'으로 키워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퀸메리대 정치학과 팀 베일 교수는 영국개혁당의 정치 기반이 탄탄하지 않다면서 '풀뿌리 정당'이 아니라 '인조단지 정당'이라고 지적했다.
영국개혁당 일부 운동가 등의 인종 차별,동성애 혐오 발언도 당이 지지자를 결집하는 데 장애가 되고 있고,어셈블 토토관심을 독점하는 데 익숙하고 동료들과 논쟁을 자주 벌이는 패라지 대표의 성향도 외연 확대에 한계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