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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진 박 훈련병이 입영식 당시 어머니를 업고 있는 모습

"오늘은 12사단 신병대대 수료식 날인데,엄마 아빠 너무 멀고 힘드니까 굳이 안 오셔도 된다고 그랬는데….그런 배려 깊은 아이였는데 오늘 수료생 251명 중에 우리 아들만 없습니다.대체 누가 책임질 것인가요?"

지난달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 쓰러져 숨진 박 모 훈련병의 모친이 군인권센터를 통해 오늘(19일) 자신의 편지를 공개했습니다.

이날은 숨진 훈련병의 수료식이 예정돼 있던 날입니다.

박 훈련병의 어머니는 "12사단에 입대하던 날 생애 최초로 선 연병장에서 엄마 아빠를 향해 '충성'하고 경례를 외칠 때가 기억난다.마지막 인사하러 연병장으로 내려간 엄마 아빠를 안아주면서 '군생활 할만할 것 같다'며 '걱정 마시고 잘 내려가시라'던 아들의 얼굴이 선하다"고 아들을 떠올렸습니다.

그러면서 "'첫째도 안전,둘째도 안전,바이에른 대 맨유셋째도 안전하게 훈련시켜 수료식 날 보여드리겠다'던 대대장님의 말을 기억한다.우리 아들의 안전은 0.00001도 지켜주지 못했는데 어떻게,무엇으로 책임질 것인가"라고 물었습니다.

이어 "망나니 같은 부하가 명령 불복종으로 훈련병을 죽였다고 하실 것인가,아니면 아들 장례식에 오셔서 말씀하셨듯 '나는 그날 부대에 없었다'고 핑계를 대실 것인가,아니면 '옷을 벗을 것 같습니다'라던 말씀이 책임의 전부냐"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박 훈련병의 어머니는 아들이 '얼차려'를 받은 상황과 쓰러진 뒤 군대의 조치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는 "군이 처음 사랑스러운 우리 아들에게 씌운 프레임은 '떠들다가 얼차려 받았다'이다.나중에 알고 보니 동료와 나눈 말은 '조교를 하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겠네' 같은 말이었다고 한다.자대배치를 염두에 두고 몇 마디 한 것일 뿐일 텐데 그렇게 죽을죄인가"라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군장을 다 보급받지도 않아서 내용물도 없는 상황에서 책과 생필품을 넣어 완전군장을 만들고 총을 땅에 안 닿게 손등에 올려 팔굽혀펴기를 시키고,총을 떨어뜨리면 다시 시키고,바이에른 대 맨유잔악한 선착순 달리기를 시키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구보를 뛰게 하다가 아들을 쓰러뜨린 중대장과 우리 아들 중 누가 규칙을 더 많이 어겼느냐"고 지적했습니다.

박 훈련병이 명령에 따라 얼차려를 이행한 데 대해선 "괜히 잘못했다가는 자기 때문에 중대장이 화가 나 동료들까지 가중되는 벌을 받을까 무서웠을 것"이라며 "굳은 팔다리로 40도가 넘는 고열에 시달리며 얕은 숨을 몰아쉬는 아들에게 중대장이 처음 한 명령은 '야 일어나.너 때문에 뒤에 애들이 못 가고 있잖아' 였다고 한다.분위기가 어땠을지 짐작이 간다"고 비통해했습니다.

군인권센터는 오늘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서울 용산역 광장에 차려지는 '시민 추모 분향소'를 운영합니다.

박 훈련병의 어머니는 이날 이곳에서 오후 6시부터 직접 시민을 맞이할 예정입니다.

(사진=군인권센터 제공,바이에른 대 맨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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