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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에서 독도까지 17시간 여정
높은 파도에 입도 실패했지만‘감동’
오랜 풍파 속 외로웠을 독도
방파제 논란만큼은 쉬이 보내길
지난 24일 밤 11시 30분 경북 포항 영일만 여객터미널을 출발한 여객선은 이튿날 오전 6시 40분께 울릉도 사동항에 도착했다.비몽사몽 배에서 내린 환경부 출입기자단 34명은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울릉공항 건설 현장을 잠깐 둘러봤다.
사동항에서 오전 9시 다시 배에 오른 일행은 망망대해를 내달렸다.기대와 달리 높은 파도가 기자단을 맞았다.울릉군청 관계자가 사전에 멀미약을 꼭 챙겨 먹으라고 당부한 이유를 몸으로 깨달았다.
출렁이는 파도와 몰려오는 졸음,매스꺼운 멀미 증세까지 겪어가며 2시간 50분을 달린 끝에 눈앞에 작지만 웅대하고,아름다우면서 신비로운 섬 독도의 황홀경이 펼쳐졌다.
기자단은 높은 파도로 독도에 발을 내딛지 못했다.울릉도 출발 때부터 예고했던 부분이다.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데,조금 부족했던 모양이다.
접안을 포기한 배는 독도 주변을 한 바퀴 배회했다.깎아지른 절벽과 수십만 년 세월 동안 파도가 새겨놓은 그림 같은 모양들은‘절경’이란 표현으론 부족했다.
갑판으로 나간 기자단은 사진기와 휴대전화를 꺼내 들기 바빴다‘와~’하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독도의 풍광을 최대한 열심히 담았다.동도와 서도,그사이 작은 섬들까지 홀대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10여 분쯤 흘렀을까?정신없이 사진을‘박제’하기 바쁜 기자단에 항해사의 외침이 들려왔다.
“이제 돌아가야 합니다.객실로 들어가 주세요.”
독도를 디뎌보지 못한 기자들에겐 외면하고 싶은 소리였다.세종에서 포항,울릉도를 거쳐 대략 17시간에 걸쳐 달려온 길이었기에 아쉬움은 더 컸다.
독도는 항상 부침을 겪어온 곳이다.홀로 동해에 우뚝 서 외로움과 싸워온 독도는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어떤 나라의 말도 안 되는 우격다짐으로 늘 분쟁의 중심에 놓여야만 했다.
그런 독도가 최근에 또 다른 갈등 속에 빠져 있다.방파제 설치 문제다.독도 방파제 건설은 선박 접안 시설 주변에 파도를 막을 수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설치하는 내용이다.
방파제 목적은 단순하다.날씨 영향 없이 사람들이 언제나 독도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굳이 3대가 덕을 쌓지 않아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마음껏 독도 땅을 디뎌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이는 독도가‘우리 땅’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는 기능도 한다.
반대 의견도 있다.태곳적 환경 그대로를 간직하는 독도에 인공 구조물인 방파제를 설치하는 게 바람직하냐는 반박이다.독도의 상징성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수십만 년에 걸쳐 쌓아온 아름다움,그 자체를 해친다는 주장이다.
독도 방파제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2000년대 후반부터 논의를 시작해 20년 가까이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무엇보다 찬성과 반대 양측 모두 독도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관계자들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이날 배 위에서 독도를 한참 바라보며 떠올린 궁금증은 하나였다.방파제 설치에 대해 독도는 무슨 생각을 할까?물론 답을 들을 수 없는 물음이다.
하지만 굳이 답을 듣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여태껏 그래왔듯,마테우스 프랑카지금처럼 그 자리 그렇게 잘 지내줬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우리 땅 독도는 내일도 오늘처럼 그저 잘 지내주기만 하면 그걸로 족했다.
아쉬움을 잔뜩 실은 배는 육지로 향했다.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돌아오는 배에서 혼자 조용히 노래 한 곡 읊조렸다.
“저 멀리 동해바다 외로운 섬,오늘도 거센 바람 불어오겠지.조그만 얼굴로 바람 맞으니,마테우스 프랑카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 - 홀로 아리랑(한돌이 작사·작곡)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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