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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대홍수 그 후.재난에 출근 강제하지 않는 '4일 기후 유급 휴가' 법제화

▲  10월 31일,스페인 동부 발렌시아 지역의 알파파르 마을에 홍수가 발생해 철도에 차량 잔해가 쌓여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1월 117년 만의 폭설이 내렸을 때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은 그 난리통에도 출근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힘도 들지만 무엇보다 위험했다.만일 그런 재난이 닥쳤을 때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안전을 유지하더라도 월급이 나오는 '재난 유급 휴가'가 법제화되어 있다면 어땠을까.최근 대홍수를 겪은 스페인은 그런 길로 가고 있다.

지난 10월 29일 스페인 동부 발렌시아 지역을 강타한 대홍수는 치명적이었다.긴 가뭄에 메말라 있던 도시가 8시간 만에 1년 치 비가 내리는 치명적인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겼다.수많은 자동차들이 떠내려가 골목을 가득 채웠다.6만 9000채의 주택과 1만 2500개의 상점이 잠겼고 224명이 사망했는데 절반가량은 70대 이상 노인들이었다.

그로부터 20여 일 뒤에는 '자동차 묘지'도 생겼다.도심 외곽 곳곳에 물과 진흙 범벅이 된 자동차들을 폐기하기 전에 쌓아둔 임시 장소였다.대부분 폐기해야 하고,멀쩡해 보이는 차들도 배터리 폭발 위험 때문에 손을 쓰기 조심스러운 상태였다.

그런데,나이토이처럼 끔찍한 재난이 벌어진 지 한 달이 지난 11월 28일,나이토스페인 정부는 새로운 정책을 내놓았다.바로 기후 재난이 벌어질 경우 노동자들이 직장 출근을 안 해도 될 수 있게 최대 4일간의 '기후 유급 휴가'를 승인한 거다.

재난 상황에서 일하지 않을 권리

노동법에 '기후휴가'가 포함돼 재난 발생 시 출근이 불가능해진 노동자에게 최대 4일간의 유급휴가를 부여하고,최대 4일까지 유급휴가를 연장할 수 있습니다.(스페인의 공영방송 RTVE 보도,나이토2024.11.28)
스페인의 제2부총리이자 노동사회경제부 장관인 욜란다 디아즈(Yolanda Díaz)는 공영방송 RTVE와의 인터뷰를 통해 "시 의회나 자치 공동체,정부 또는 국가의 비상 당국이 외출에 위험이 있거나 개인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상황,또 다음과 같은 이유로 출근할 수 없다고 지시하는 경우 여러가지 집단적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우리는 노동자들이 기부금 등을 통해 최대 4일간 전액 급여를 받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라고 말했다.재난 상황에서 일하지 않을 권리를 국가가 보장하겠다는 거다.

스페인의 노동조합들은 이번 조치를 환영하며 노동자들은 생명이 위험할 경우 출근하지 않을 권리가 이미 있지만 재난 중에는 이 권리가 이행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미국의 환경전문언론 <몬가베이(Mongabay)>는 이 법제화에 대한 스페인 각계각층의 반응을 소개했는데 아래와 같다.

마드리드에 있는 국제법과환경연구소의 CEO인 아나 바레이라는 우리에게 전화로 "이것은 재앙에 대한 응답"이라고 말했다."이 조치는 사람들이 집에 머물 수 있도록 허용합니다.차에 타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사람들은 직장에 가거나 물건을 운반하던 중이었습니다."

스페인 바스크 기후 변화 센터의 기후 변화 적응 전문가인 마르타 올라사발은 이메일을 통해 "이것은 기후 비상 상황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큰 진전입니다"라고 적었다.(몬가베이,2024.12.10)
실제로 대홍수 당시 발렌시아의 보네르 쇼핑몰에서 일하는 2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은 홍수로 인해 밤샘 대기를 했다.한 노동자는 자신의 상사가 상황이 충분히 심각하지 않다며 집에 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고,재난 중 매출이 오르지 않는 상황에 대해 '게으르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번 조치는 기업과 보험회사에도 유익하다는 의견도 있다.위험을 줄이고 노동자들의 부상을 예방하기 때문이다.스페인 정부는 이 조치가 재난 기간 동안 노동자와 고용주 모두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안전하지 않은 근무 조건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 눈길 걷는 시민들 이틀 연속 폭설이 내린 지난 11월 28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시민들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정책을 통해 기상 당국의 공식적인 기후 경보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정확한 관측에 따른 경보가 내려질 경우 고용주는 처음 4일 동안 휴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며,그 이후에는 정부가 ERTE라는 형태로 추가 노동 비용을 부담한다(ERTE는 코로나19 기간 중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정부의 실업급여 지급 제도를 말하는 것으로 코로나19 기간 중에는 일단 휴가를 쓰고 나중에 휴가 기간을 축소하는 식이었지만 이번 '기후 유급 휴가'는 나중에 되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불가역적 제도라고 한다).

한편 <유로뉴스>는 스페인 정부가 유급 휴가 제도와 함께 앞으로 12개월 이내에 기업들이 기후 재난시 노동자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예방수칙을 보고할 것을 명시했다고 보도했다.

목요일에 채택된 규칙은 또한 회사가 재난 및 악천후에 대비해 특별히 위험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노동자는 재난 경보가 활성화될 때 이러한 조치가 무엇인지 알 권리가 주어졌습니다.심각하고 급박한 위험이 발생하는 경우,회사는 가능한 한 빨리 노동자들에게 이러한 조치에 대해 알리고,위험이 가라앉을 때까지 작업을 중단하도록 해야 합니다.(유로뉴스,2024.11.28)
117년 만의 폭설로 수도권 교통이 마비되었을 당시가 떠오른다.기후재난에서 출근하지 않을 권리,미리미리 노사정이 머리를 모아야 할 때다.

[참고자료]
- 'El Gobierno aprueba unos "permisos climáticos" para evitar desplazamientos en catástrofes' (RTVE,2024.11.28,https://www.rtve.es/noticias/20241128/gobierno-permisos-climaticos-evitar-desplazamientos-catastrofes/16350006.shtml )

- Shanna Hanbury,'Spain adopts paid 'climate leave' policy following deadly floods' (Mongabay,2024.12.10,https://news.mongabay.com/short-article/spain-adopts-paid-climate-leave-policy-following-deadly-floods/)

- Rosie Frost,'Spain's new 'climate leave' gives workers four days off during extreme weather' (Euronews,2024.11.28,https://www.euronews.com/green/2024/11/28/spains-new-climate-leave-gives-workers-four-days-off-during-extreme-weather)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OBS 뉴스에도 실립니다.오늘의 기후는 OBS 라디오의 매일 기후전문 라디오방송 프로그램으로 매일 오후 5시부터 7시30분까지 150분간 FM 99.9MHz OBS 라디오를 통해 방송되고 있으며 진행은 대국민 기후디제이 오디션 우승자 출신 김희숙 작가가 맡고 있습니다.(작가 허윤선,홍소영,연출 노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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