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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고금리 시대 해법 제시한 정당들 약진
극단적 성향 버리고 친근·온화한 이미지 변화 주효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두드러진 극우 열풍은 경제 파탄,불법 이민자 급증,푸에르토리코 수도안보 불안,환경 규제 정책 등에 대한 유권자들의 다양한 불만과 맞닿아 있다.그동안 정치에 관심이 없거나 특정정당 지지의사를 밝히지 않았던 10~30대 젊은 층이 자신의 실생활 속 가장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정당의 손을 들어주면서 중도 중심의 흔들리지 않았던 유럽 정치 판도를 뒤바꿔 놨다는 진단이다.
특히 이탈리아에 이어 프랑스·독일 등 유럽연합(EU) 주요국에서 극우 정당의 약진은 눈여겨볼 대목이다.10일(현지시간) AFP통신·로이터통신·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유럽의회 선거 출구조사 결과 프랑스 대표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RN)'의 득표율이 약 32%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 성향 르네상스당(약 15%)을 크게 앞섰다.최종 개표 결과가 비슷하다면 유럽의회 선거 역사상 프랑스의 단일 정당이 30% 이상 득표율을 기록하는 첫 사례가 된다.
독일에서도 극우 성향의 '독일을위한대안(AfD)'이 16.5%의 득표율을 확보하며 약진한 것으로 예측됐다.독일을위한대안은 나치 옹호 발언 등으로 물의를 빚어 유럽의회 내 같은 정치그룹 내에서도 퇴출을 당한 정당이다.반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이끄는 '신호등' 연립정부가 속한 정당 3곳은 참패할 것으로 보인다.숄츠 총리가 속한 사회민주당(SPD)이 독일을위한대안에 뒤져 3위로 밀렸다는 점에 외신들은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소수 의견으로 분류됐던 극우 성향 정당의 약진을 이끈 가장 직접적인 요인으로는 경제 문제가 있다.실제로 이번 선거 직전 설문조사에서 독일의 30대 미만 젊은이들은 인플레이션(65%),비싼 집값(54%),노후 빈곤(48%),사회 분열(49%),불법이민 및 난민 증가(41%) 등이 걱정된다고 답했다.물가·집값·연금 등 독일의 경제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독일 등 유럽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 상반기 세계 각국에서 치러진 주요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경제 전망에 가장 큰 무게를 두고 표를 던졌다고 분석했다.멕시코부터 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유권자들은 인플레이션과 고금리가 대변하는 시대의 해법을 제시한 정당을 선호했다.
이는 당장 먹고 살기 퍽퍽한데 에너지 규제 등 친환경 정책에 힘을 싣거나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등에 예산을 배정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과도 비슷한 맥락이다.프랑스의 한 대학생은 "집값은 물론이고 매일 먹어야 하는 빵과 치즈,버터까지 오르지 않은 것이 없다"며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지원보다 당장 프랑스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난민이나 불법 이민을 반대하는 여론도 극우 정당 약진 배경으로 꼽힌다.독일의 10대 청년은 "최근 급증한 불법 이민으로 자신과 가족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국경을 폐쇄해 불법 이민을 차단하자는 극우 정당의 공약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극우 정당들이 극단적 이미지를 버리고 20대 젊은 당 대표를 뽑는 등 친근하고 온화한 매력을 강조한 전략도 주효했다.이는 40대 이상 기성세대의 선택지로 여겨졌던 극우 정당으로 젊은 세대를 이끌었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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