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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의 대물림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우선 계열회사를 떼어다 붙였다하면서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증대하는 방식이 있다.지주회사 전환이 대표적이다.두 번째는 지분을 늘려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것이다.선대의 주식을 물려받거나 직접 매입 중 택할 수 있다.전자는 표면적으로는 기업가치 제고라는 명분을 띄며 주주의 설득이 필요하다.반면 후자는 대규모 자금이 소요된다.HD현대의 승계 법은 후자에 속한다.
HD현대그룹은 이미 지주사 전환을 완료했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유의미한 수준의 지분을 소유한 곳은 HD현대가 유일하다.별도의 지분 소유 회사도 없다.분할,웃긴 로봇합병 등 우회적으로 지분을 끌어올리기에는 한계가 있다.지분 매입이라는 정공법 외에는 묘수가 없다.
500억 안팎 수증 관측
정 부회장이 올 4월 29일부터 6월 24일까지 취득한 HD현대 주식은 총 53만9963주다.취득 단가 기준 388억원 규모다.정 부회장은 취득 직전 5.26%인 지분율을 5.94%까지 끌어올렸다. 정 부회장은 주가가 6만원대 후반에서 움직인 3개월간 일정 수량 꾸준히 매입했다.특히 5월에는 거의 매일 주식을 사들였다.
주식 매입 자금의 원천은 증여재산이다.정 부회장은 4월 4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HD현대 주식 35만주를 공탁했다.공탁한 당일 종가 기준 246억원 어치 주식을 5년간 세금을 나눠 내는 대신 담보로 맡긴 것으로 추정된다.
세액의 120% 이상을 납세담보로 제공해야 한다.이를 토대로 산출하면 정 부회장의 예상 세액은 200억원으로 추산된다.증여세율 50%를 적용해 역산하면 정 부회장은 500억원 안팎을 수증한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1월 부친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HD현대 주식을 담보로 500억원의 추가 대출을 받았다.이를 정 부회장에 증여했을 개연성이 크다.
6년 전에도 '현금증여' 지렛대
정 부회장이 HD현대 주식을 매입한 것은 2018년 이후 6년 만이다. 6년 전 정 부회장은 KKC가 보유한 HD현대 지분 5.10%를 블록딜 방식으로 취득했다.고(故) 정상영 KCC명예회장과 정 이사장은 삼촌과 조카사이로 KCC는 현대중공업과 오랜 밀월 관계에 있다.당시 KCC는 실적 부진으로 현금이 필요했고 정 부회장에 HD현대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이는 정 부회장이 HD현대 주주명부에 2대 주주로 오르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지분 5.10%를 매입하기 위해선 3540억원의 막대한 자금 필요했다.정 부회장은 주식담보 대출로 500억원을 마련하고 정 이사장이 증여한 현금 3040억원을 보태 주식을 취득했다.최근 정 부회장이 증여를 밑천으로 주식을 매입한 점에서 6년전과 상당히 유사하다.
재계 관계자는 "정 이사장이 70대 고령이기 때문에 승계를 염두에 둬야 하는 시기다"며 "HD현대는 지렛대로 활용할 자회사가 없으니 정공법으로 승계를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D현대 관계자는 "정확한 증여 액수는 알 수 없다"며 "최근 정 부회장이 주식을 매입한 것는 책임 경영의 일환"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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