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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출신?"(기자들)
"미시시피"(록시를 조종하는 빌리)
"부모님은?"
"완전 부자"
"어디 계셔?"
"무덤 속에.하나 새로운 기회 찾아와 난 수녀원에 갔었죠."
스타 변호사 빌리는 언론을 다루는 데 능하다.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꼭두각시' 록시를 조종하며 노래 부른다.기자들이 록시에게 "어디 출신"이냐고 묻자 빌리가 록시 대신 "미시시피"라고 답한다.넘버 제목은 '동시에 총에 손을 뻗었지'.유튜브에서 600만회 가까이 재생되며 인터넷 밈(meme)이 된 배우 최재림의 복화술 연기가 바로 이 넘버에서 나온다.
지난달 7일 서울 구로구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뮤지컬‘시카고’는 1920년대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여가수 벨마 켈리와 코러스 걸 록시 하트가 살인죄로 수감되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담았다.살인범이 '미녀 킬러'로 추앙받는 씁쓸한 현실과 말초적인 기사를 쏟아내는 언론을 풍자하는 내용으로 물질주의가 만연한 1920년대 미국의 사회상을 그려냈다.
9월까지 공연하지만 대부분 회차가 전석 매진이다.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시카고'는 지난달부터 뮤지컬 부문 총 티켓 예매액 기준으로 '프랑켄슈타인'에 이어 2위를 지키고 있다.공연 기간도 4개월로 대극장 뮤지컬로는 긴 편이다.그만큼 관객 수요가 탄탄하다는 의미다.벨마 켈리 역에 최정원·윤공주·정선아,록시 하트 역 아이비·티파니·민경아,빌리 플린 역 박건형·최재림이 관객을 맞는다.
지난 5일 공연에서 마주한 배우 최재림은 빌리 플린 그 자체였다.화제의 복화술 연기는 지난 시즌보다 더 정교해져 목에 선 핏대를 보지 않으면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였다.빌리는 "비싼 자동차,최고급 시가도 필요 없다"고 소리치며 "내겐 오직 사랑뿐"이라 노래했지만,배팅 베팅눈빛은 욕망으로 이글거렸다.최재림의 큰 키와 풍부한 성량은 '알파 메일' 빌리 플린을 표현하기에 제격이었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명곡 메들리가 귀를 즐겁게 한다.'시카고'의 문을 여는 넘버 '올 댓 재즈'가 끝나면 여섯 명의 미녀 죄수가 살인 후일담을 전한다.('셀 블락 탱고') 껌을 씹다가 '펑'하고 터뜨리는 소리가 거슬려 남편을 총으로 쏜 리즈와 "우유 배달부와 잤냐"고 묻는 남편을 칼로 찌른 준,싱글이라고 속인 유부남 애인에게 비소를 먹인 애니…여섯 명의 죄수는 순식간에 관능미와 가창력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죽어도 싸다"며 탱고 안무를 선보이는 클라이맥스 구간은 노래와 춤,배팅 베팅스토리와 연출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는 명장면으로 꼽힌다.
소품이나 무대 장치가 거의 없는 단출한 무대지만 명곡과 그에 딱 들어맞는 안무 덕에 지루할 틈이 없다.뮤지컬은 결국 음악이 좋아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인터파크 평점은 10점 만점에 9.8점.대체로 호평이지만 지난 시즌에 비해 앙상블의 합이 아쉬웠다는 평도 있다.공연은 9월 29일까지 디큐브 링트아트센터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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