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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희 "법안소위 열라" 지적에
"상대방 사정 때문"·"시간 없어서" 발뺌만
전체회의 16번 열 동안 법안소위 '0'
여당서 과방위 분리 법안 발의 앞둬
[서울경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방송 장악’을 둘러싼 여야 정쟁 속에 공전하고 있는 가운데 과학기술 관련 정책 논의에 집중하기 위해 상임위를 분리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이 같은 우려 속에서도 여야는 여전히 책임 떠넘기기에만 집중하면서 과학 관련 입법에 진지한 모습을 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안소위‘0번’…이유는‘네 탓’=14일 개최된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최민희 위원장은 “여야 두 간사는 왜 법안 소위를 열지 않느냐”며 “왜 계속 언론에 (과방위가) 과학기술 쪽에 무관심하다는 기사가 나오게 만드시냐”고 꼬집었다.최 위원장은 “방송 관련 갈등 사안 때문에 과방위가 시끄럽게 갈등할 것”이라면서도 “정보통신기술(ICT)과 과학기술이 있지 않나.갈등 법안 외에 우리가 합의하고 협의해서 통과시킬 법안은 가능하면 신속하게 발의하고 소위를 열어 의논해달라고 간사에게 몇 번이나 부탁했다”고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 같은 지적에도 여야는 서로‘네 탓 공방’에만 머물렀다.야당 간사인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형두 (국민의힘) 간사의 개인적인 일정 때문에 오늘 올라와야 할 법안 상정을 뒤로 순연하기로 한 것”이라며 “1소위 관련 법안이 10개,카지노 어플2소위 관련된 법안이 10개가 있고 방송통신위원회 소관 법안이 12개가 있다.소위를 다음 주에 열어서 논의하기로 했는데 (최 간사의) 불가피한 사정 때문에 순연하지 않았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저희(국민의힘)가 국회에 복귀한 것이 6월 말인데 그동안 과방위가 열 몇 차례나 전체회의를 했다”며 “여기에 본회의 일정을 감안하면 소위를 개최할 시간이 거의 없었다”고 해명했다.그러면서 자신을 겨냥한 김 의원의 발언에 대해 “지금 방송 문제로 모든 관심이 다 빼앗겨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아시지 않냐”고 반박했다.
과학기술 관련 법안을 심의하는 법안 1소위는 여당인 최 의원이,방송·정보통신을 다루는 2소위는 김 의원이 각각 위원장을 맡고 있다.과방위는 지금껏 16회나 전체회의를 열면서도 구체적인 법안을 논의하는 법안소위는 지금껏 단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정쟁에 발목 잡힐라” 과방위 분리 논의=확산과학기술 관련 법안 논의가 사실상 실종되면서‘과방위 분리’에 대한 주장도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과방위 소속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상임위에서 과학과 방송·통신을 분리하는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이르면 이번주 중 발의할 예정이다.기존 과방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 소관 사항을 다루도록 하고,별도 상임위로 미디어위원회를 만들어 방통위 소관 사항을 처리하도록 하자는 내용이다.최 의원은 “22대 국회에서는 방송과 언론을 둘러싼 극심한 소모적 정쟁으로 과학기술과 연구개발(R&D) 분야 지원을 위한 정책이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 또한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과방위 분리’에 대해 “과학기술은 산업통상자원위원회로 가거나 아니면 교육과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리고 방송통신은 사실 문화체육과 하는 게 맞다.정부 조직 개편과 함께 합리적으로 개편하자는 데 동의한다”고 일부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과학기술과 방송통신을 묶은 과방위의 비정상적인 운영은 전 세계적으로도 특이한 케이스라는 분석도 나온다.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에 요청해 공개한‘과학기술과 방송통신을 소관하는 국회 상임위원회에 관한 국내외 비교’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영국·일본 등 주요국 국회 상임위 중 두 분야가 한 데 묶인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미국 하원은 과학기술 분야를 과학우주기술위원회가,방송통신은 에너지통상위원회가 각각 맡는다.영국 하원 역시 과학혁신기술위원회,문화미디어스포츠위원회가 분리돼 있다.일본은 문교과학위원회가 과학기술을,총무위원회가 방송통신을 담당한다.한국 국회는 과학기술과 방송통신을 소관하는 상임위를 분리 운영하다가 19대 국회부터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국가적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첨단 기술 산업의 지원을 책임져야 할 과방위가 방송 관련 이슈에 매몰돼 사실상 활동을 멈추면서 국가 전체의 기민한 대응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산업계에서조차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하면서 국회의 자정 노력을 촉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은 6월 국회 AI 포럼에서 “과학기술과 방송을 상임위에서 따로 떼어 분리해야 한다.방송과 관련된 정쟁의 소용돌이에 기술 영역까지 같이 발목이 잡히게 된다”고 과방위 분리를 호소했다.
전국자연과학대학장협의회 회장인 유재준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장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한 만큼 과학·기술이 결국 우리의 수준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지 않냐”며 “과학 진흥을 위해 큰 그림에서 놓고 (상임위를) 연결했으면 한다.과학기술의 청사진 뿐 아니라 인재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까지 고민해서 국회가 논의를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