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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도 적극적 관리 주문
5대 은행 증가폭 2년11개월 만에 최대
KB 등 주담대 금리 올려 대출 속도조절
금감원은 17개 은행 부행장 일제 소집
“연초 설정 경영목표 내 대출 취급” 당부
15일부터 은행권 현장점검 나서기로
일각 “DSR 규제 연기가 부채질” 지적도
은행권 가계대출이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총량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시중은행들은 잇달아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를 올려 증가 속도 조절에 돌입했다.금융감독원도 은행권을 소집해 적극적인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했다.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이달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차 규제를 2개월 연기하는 바람에 가계대출 증가세를 부채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주담대 고정형 금리를 기존 연 3.00∼4.40%에서 3.13∼4.53%로,월드컵 예선 터키변동형 금리를 3.65∼5.05%에서 3.78∼5.18%로 각각 0.13%포인트씩 올렸다.
앞서 하나은행도 지난 1일부터 가계 주담대 감면 금리 폭을 최대 0.20%포인트 축소했다.이에 따라 하나은행 주담대 혼합형 금리는 지난달 말 3.183~3.583%에서 이날 3.337~3.737%로 올랐다.하나은행도 가계대출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시중은행도 금리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은행들이 주담대 금리 인상에 나선 이유는 가계대출 급증 탓이다.최근 부동산 시장 회복과 함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른 대출 금리 하락으로 은행권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6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08조5723억원으로,월드컵 예선 터키한 달 사이 5조3415억원이나 불어났다.증가 규모로 보면 2021년 7월 6조2009억원 이후 2년11개월 만의 최대폭이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이 자리에서 “은행권은 최근 일부 과열 분위기에 편승해 무리하게 대출을 확대하지 말고 연초 각 은행이 설정한 자체 경영목표 범위 내에서 가계대출이 취급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해 달라”고 주문했다.그러면서 “담보 가치에 의존하기보다 내실 있는 DSR 등을 통해 갚을 수 있는 만큼 빌릴 수 있도록 차주의 상환능력을 엄정하게 심사하는 관행 확립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15일부터 다음달까지 은행권 가계부채 현장점검에 나서기로 했다.이를 통해 DSR 규제 이행의 적정성과 자체 가계대출 경영목표 수립 및 관리실태 등을 점검한다.금감원은 점검 결과 나타난 지적사항에 대해서는 엄중 조치할 예정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도입한 스트레스 DSR 2단계 조치를 2개월 연기하는 바람에 가계대출 확대를 더욱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스트레스 DSR은 미래 금리 상승분을 감안한 일정 수준의 가산(스트레스) 금리를 대출 한도에 적용하는 제도다.본래 은행권 주담대를 대상으로 상반기 0.38% 적용됐던 스트레스 금리가 이달부터 0.75%로 확대될 예정이었으나 금융위원회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과 서민 및 자영업자 상황을 고려해 9월로 연기했다.2단계 조치부터는 스트레스 DSR 적용 대상도 은행권 신용대출,월드컵 예선 터키제2금융권 주담대까지 넓힐 예정이었다.
정광명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연기가 가계대출 증가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을 기준으로 가계대출 수준을 관리하고 있다.정부는 이날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올해 말 90%대 초반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에는 93.5% 수준이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시장에서는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연기로 금융완화 시그널을 줬다가 이제 다시 (금리 인상으로) 조절을 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서 혼란을 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그러면서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채 문제는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라며 “조절을 안 하는 것보다는 뒤늦게라도 하는 게 필요하지만 애초부터 (대출 규제정책을) 일관성 있게 가는 게 바람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