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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연방정부 사진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우크라이나 종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스위스에서 이틀간 열린 우크라이나 평화회의가 획기적인 평화 구상을 공동성명에 담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스위스 연방정부는 16일(현지시간) 전날부터 이틀간 진행된 이번 회의에서 전체 100여개국 대표단 가운데 80여개국이 공동성명에 합의한 가운데 종료됐다고 밝혔다.
공동성명은 주권국의 영토보전 원칙을 재확인했다.우크라이나의 영토에서 전쟁을 벌인 러시아의 행위가 국제법을 어긴 행위라는 지적을 담은 것이다.
여기에 흑해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이 자유롭게 수출돼야 하고 러시아 점령지에 있는 원전의 통제권을 우크라이나에 돌려줘야 한다는 점,전쟁포로 교환과 아동 및 민간인 억류자 송환을 촉구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그러나 이는 3년째 이어지는 전쟁을 멈추게 하고 평화 협상으로 이끌기 위한 발판으로 보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회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올해 1월 스위스를 방문해 공동개최를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분쟁 중재 경험이 많은 중립국 스위스는 각국의 정상급 인사들을 끌어모아 평화 논의의 획기적 실마리를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제안을 수용했다.
스위스는 기존 논의 틀이었던 우크라이나 평화 공식 국가안보보좌관 회의보다 참가국 규모를 키우는 데는 성공했다.올해 4월 몰타에서 열렸던 4차 국가안보보좌관 회의에는 83개국이 참여했다.
이보다 더 많은 100개국 대표단이 이번 회의에 참석했고,영국과 프랑스,독일,일본 등 57개국에선 정상들이 직접 회의장에 나오기로 하면서 회의의 규모나 참석자들의 중량감 측면에선 이목을 끌 만했다.
그러나 지난 4월 전쟁 당사국인 러시아가 불참 선언하고,중국이 뒤따라 대표단을 보내지 않기로 함에 따라 회의의 영향력은 제한적일 거라는 관측이 일찌감치 제기됐다.
전쟁 당사국이 빠진 평화 회의에서 지금까지의 판도를 바꿀 종전 구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스위스는 우크라이나와 협의를 거쳐 회의 의제를 가다듬었다.우크라이나 내 러시아군 철군 등 당사국 참여 없이는 일방적 주장에 그칠 만한 내용을 빼고 식량안보와 원전 안전,민간인 억류자 송환 등에 초점을 두자는 것이었다.
종전 구상을 구체화하지는 못해도 평화 협상을 위한 기초 의제를 추려내고 더욱 여러 국가의 공감을 끌어내 후속 논의의 실마리를 만들자는 게 스위스가 구상해둔 회의의 목표였다.
그러나 이런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에 참가국 모두가 서명하진 못한 채 회의는 마무리됐다.
브라질과 인도,돌문 아틀레티코남아프리카공화국,아랍에미리트(UAE) 등이 서명에서 빠졌다.이들 국가는 러시아,돌문 아틀레티코중국이 주도하는 신흥 경제국 연합체 브릭스(BRICS) 소속으로,정상급이 아닌 장관급 이하 대표단이 참석했다.
브릭스 가입이 승인된 사우디아라비아와 가입을 추진 중이거나 관심을 표명한 인도네시아,태국,돌문 아틀레티코리비아,바레인 역시 공동 성명에 서명하지 않았다.
소위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로 통칭하는 이들 국가는 스위스가 마지막까지 회의 참가를 위해 외교력을 발휘했던 나라들이다.러시아와 중국은 불참하더라도 이들 국가가 공동 성명의 무게감을 더해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서명이 빠진 가운데 공동성명이 채택되면서 이번 회의가 폭넓은 공감대를 끌어냈느냐를 두고도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할 형편이 됐다.
스위스는 후속 회의를 위한 첫 단추를 채웠다는 점에 의미를 두는 모습이다.비올라 암헤르트 스위스 대통령은 이날 "(이번 회의에서 더 나아갈) 추가 조치는 필요하며 이를 위해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이번 공동성명은 지속적인 평화를 위한 공통의 아이디어가 있다는 신호를 강력하게 보내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