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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다음 달 말까지 상속세 최고 세율 50%를 30%로 인하하는 것을 포함한 세법 개정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JTBC는 그 신호탄이 된 지난 16일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발언을 이어서 팩트체크합니다.
이번에는 상속세 '이중과세' 문제입니다.
① 2000년 최고세율 50%,세금 징수 잘 안 될 때 만들어져?
성태윤 실장은 상속세가 만들어진 배경을 '과거엔 재산 형성 과정에서 세금 징수가 잘 안 되어서 사후적으로 상속세를 통해 물렸다'는 취지로 말합니다.
현재는 재산세와 소득세를 잘 내고 있어 오히려 이중과세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성 실장의 발언도,기재부가 검토한다는 세법 개정안도 최고세율을 50%에서 30%로 낮추는 것에 방점이 찍혔습니다.
JTBC는 현행 상속세 최고세율 50% (과세표준 30억원 초과)가 만들어진 배경을 제15대 국회 본회의와 상임위 회의록 28개를 전수 조사해 추적했습니다.
최고 세율이 45%에서 50%로 올라간 건 제15대 국회에서입니다.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지속적인 논의를 거쳐 1999년 12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2000년 1월 1일부터 시행됐습니다.
이 개정안은 당시 재정경제부가 제안했습니다.
엄낙용 차관은 1999년 11월 17일 재정경제위원회에 나와 세율을 45%에서 50% 올리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고액 재산가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새로운 금융 기법을 이용한 변칙적인 상속 증여와 공익법인을 통한 계열회사 지배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보강하려는 것입니다."
12일 뒤에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강봉균 재정경제부장관 역시 법 개정 제안 배경에 대해 똑같이 설명했습니다.
'고액 재산가의 변칙적인 증여와 기형적인 계열회사 지배 방지'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성 실장이 주장한 '세금 징수가 잘 안 돼서 사후 징수'라는 개념과 완전히 다릅니다.
그래서 성 실장 주장의 배경을 찾아봤습니다.
2020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로 상속세 최고세율이 세간의 주목을 받을 때,당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이승만 정부에선 최고 90%,박정희 정부에선 최고 75% 였던 상속세율보다 현재 최고세율이 낮다는 주장을 하자 한 언론 인터뷰에서 "과거 세율은 소득세가 제대로 걷히지 않던 시절이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연합뉴스 2020년 10월 27일)
② 종합부동산세도 이중과세?
성 실장은 상속세의 이중과세를 언급하기 전 종합부동산세의 개정 필요성을 설명하며 역시 이중과세를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이 문제에 대해 이미 명확한 판단을 내린 바 있습니다.
2008년 11월 헌재는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헌법 소원 (2008헌바62) 사건에서 “종부세와 재산세 사이에 이중과세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다시 말해 종부세를 부과할 땐 재산세를 낸 것을 빼고 과세표준을 정하기 때문에 두 번 내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이후 종부세 과표 구간과 재산세 전액 공제 구간 사이에 쟁점이 있어 왔지만 근본적으로 이중과세가 아니라는 사법부의 판단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성 실장의 발언은 최고 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무시한 학자의 견해로 볼 수 있습니다.
③ 유산취득세 전환 필요한가?
성 실장은 또 “상속세율을 일단은 OECD 국가들 평균 수준으로까지는 좀 낮출 필요가 있고 그다음 단계로 유산취득세 형태로 좀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와 미국,영국,덴마크 등 4개국이 유산세 방식을,일본,프랑스,독일,벨기에 등 20개 국가가 유산취득세 방식을 취하고 있어 최근 상속세 개편 관련 유산취득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유산세는 상속 재산을 유족에게 나누기 전 남긴 재산의 총액에 세금을 매깁니다.
유산취득세는 유족이 받은 재산을 각각 개별적으로 상속세를 부과하는 방식입니다.
둘 중 어떤 제도가 상속세를 더 많이 낼까요?
일반적으론 총액의 기준으로 정하는 유산세가 더 많습니다.
유산취득세 방식의 경우 각각의 유족들에게 해당하는 공제 부분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세금의 기준이 되는 상속재산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이 제도는 자녀가 많을 경우 유리합니다.
학계는 유산취득세 개편 취지에 반대하지는 않는 분위기입니다.
문제는 다른 데 있습니다.
성 실장이 제안한 대로 상속세 부담을 줄일 경우 국고가 부족해지는 겁니다.
지난해 상속세 부과 대상은 1만8282명.이들에게 총 6조4000억 원이 부과됐습니다.
부동산 가격 하락 여파로 2022년 상속세 13조7000억 원보다 이미 절반 이상 줄었습니다.
유산취득세가 시행되면 추가 손실이 불가피합니다.
때문에 기재부는 유산취득세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한 지난 2022년 10월 '상속세 유산취득 과세체계 도입을 위한 법제화 방안 연구' 용역에 착수했습니다.
당초 올 2월에 마무리될 예정이었지만 결과는 비공개로 전환됐습니다.
팩트체크팀은 기재부에 용역 결과에 대한 정보 공개를 청구했으나 거부됐습니다.
기재부는 “해당 연구는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므로 관련법에 의거 비공개한다”고 답했습니다.
* 자료출처
15대 국회 본회의 상임위 회의록
국세청 40년사(2006,국세청)
법제처,상속세 및 증여세법 재개정 연혁
헌법재판소 판례(2008헌바62,2022헌바189)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간 이중과세조정의 쟁점과 평가(한재명ㆍ김민정,지방행정연구 35권,2021)
상속세의 자본이득세 전환 검토(김혜성ㆍ이영한,김환 야구세무학연구 39권,김환 야구2022)
국세청,23년 귀속 상속증여세 통계 공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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