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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 기간 못 맞춘 업체에 대금 지급 안 해
법원 "당시 계약 조건 효력 없어…유예기간 뒀어야"
[서울=뉴시스]박은영 인턴 기자 = 독일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초기 마스크를 비싼 가격에 무제한 구매하기로 약속했다가 마스크 제조업체들에 3조원이 넘는 돈을 배상할 위기에 처했다.
24일(현지시간) 독일 일간 디벨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마스크 제조업체들이 독일 보건부를 상대로 마스크 대금을 지급하라며 낸 소송은 100여건에 이른다.소가 합계는 23억 유로(약 3조4229억원)다.
독일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 2020년 3월 마스크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FFP-2 마스크(한국의 KF-94)를 개당 4.5유로(약 6700원)에 무제한 구매하기로 보장하는 계약을 여러 업체와 맺었다.
당시 정부는 납품 기한을 2020년 4월30일로 정했다.정부는 기간 안에 납품하지 못하거나 품질이 기준에 미치지 못한 일부 업체에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는데,짜고치는 고스톱돈을 받지 못한 업체들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쾰른고등법원은 지난 21일 한 업체가 낸 소송에서 '하루라도 납품이 늦으면 계약이 파기되고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당시 계약 조건은 효력이 없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업체가 불리한 상황에서 불이익을 볼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가 조금 늦게라도 물건을 받거나 품질을 개선하도록 유예기간을 뒀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같은 법원 판단은 계류 중인 다른 업체의 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지난 4년간 불어난 이자와 소송비용 등을 더하면 독일 정부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35억 유로(약 5조2087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도 나왔다.
독일 정부가 코로나 팬데믹 기간 마스크 물량을 과도하게 잡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당시 정부는 마스크 57억개를 59억 유로(약 8조7887억원)에 사들였다.그러나 사용한 마스크는 구매한 마스크의 30%가 채 되지 않는 17억개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회계감사원은 "사용하지 않은 마스크를 관리하는 데 한해 4억~5억 유로(약 6000억~7400억원)를 쓰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팬데믹과 싸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고,짜고치는 고스톱보건 정책 측면에서도 쓸모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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