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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제철소 파이넥스 3공장 외관/사진=포스코홀딩스
포항제철소 파이넥스 3공장 외관/사진=포스코홀딩스
 

1973년 6월 9일 아침 7시 30분 고(故) 박태준 명예회장과 수백명의 포스코인은 굳은 얼굴로 모두 한 곳을 바라본다.숨죽이고 있던 그 때 '뻥'하는 소리와 함께 출선구에서 쇳물(용선)이 콸콸 쏟아지자 안도한 모든 사람들은 만세를 불렀다.이는 '한강의 기적'을 일군 산업화의 상징인 포항제철소 1고로 첫 출선을 기록한 영상 일부다.영일만 바다에 빠져 죽을 각오로 만든 1고로는 2021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고로없이 쇳물 뽑는 기술'  30년전부터
50여년 지난 현재 눈 앞에는 용용로가 벌어진 구멍 사이로 시뻘건 쇳물을 토해내고 있었다.용융로는 파이넥스 생산 공정에서 용광로를 대체하는 설비다.

분당 5톤씩 쏟아지는 용선의 온도는 1491도에 달했다.안전을 위해 설치된 펜스 뒤로 5미터 이상 물러났는데도 긴 면바지를 입은 기자의 허벅지가 뜨겁게 익을 정도로 열기를 내뿜었다.한여름 땡볕에 서있는 것 보다 더 후끈해 땀땀이 뻘뻘 났다.이날 포스코 직원은 열기에 당황하자 "얼굴을 비롯한 온몸을 휘감는 보호구 착용 없이는 쇳물 근처에 절대 가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24일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파이넥스 3공장을 찾았다.포스코가 2007년 최초로 개발해 상용화한 파이넥스 시설 중 가장 최근에 지어진 곳이다. 

포스코는 2050 탄소중립을 위해 '하이렉스'로 명명한 수소환원제철소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현 시점에서 하이렉스와 가장 근접한 공정이 바로 파이넥스다.

기존 쇳물 생산 원리는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내는 '환원반응'과 화원된 고체 철을 녹이는 '용융반응'이 석탄에 의해 고로 내에서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다.파이넥스는 유동환원로와 용융로 두 가지 설비에서 각각 환원반응과 용융반응을 일으켜 쇳물을 뽑아낸다. 

1990년대들어 철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다이옥신,입체초음파 실물황산화물 등 오염물질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다.당시 유럽 제철소를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됐는데 포스코도 1992년 파이넥스 개발에 착수했다.30여년 전부터 용광로없는 제철소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셈이다. 

고로 하단부에 열풍을 주입했을 때 최적의 연소율을 유지하려면 석탄과 철광석을 덩어리째 넣어야 한다.그런데 단단하게 뭉치는 이 가공 공정에서 상당량의 오염물질이 발생한다.파이넥스는  가루 상태의 철광석을 넣기 때문에 이 공정이 필요 없다.또 석탄 대신 수소 25%,입체초음파 실물일산화탄소 75%를 섞어 환원제로 사용하고 있다.파이넥스는 상용화 당시 철의 역사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았다.중국에서도 해당 설비를 도입하기 위해 포스코를 찾았을 정도다.

지금까지 파이넥스 설비를 활용해 생산한 쇳물은 3000만톤에 달한다. 

 
ESF 시험 설비를 통해 쇳물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포스코홀딩스
ESF 시험 설비를 통해 쇳물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포스코홀딩스
 
수소환원제철소 '반드시 가야할 길'
포스코 역사관에는 제철소 건설 당시 직원들이 사용했던 현장 사무소를 그대로 본뜬 조형물이 있다.롬멜장군의 야전사령부를 닮아 롬멜하우스라는 별칭으로 불린다.롬멜하우스 상단의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회사건설'이라는 현판이 기자의 눈을 사로잡았다.경제발전 계획이 한창이던 때라 형편이 넉넉하지 않는 시대적 배경을 반영한 문장이다.  

현재 포스코는 전세계 철강을 앞에서 이끄는 회사로 성장했지만 2024년 철강 업황을 감안하면 제철소 건설 자금을 모으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던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2023년 냉천 범람을 뛰어넘었는데 값싼 중국·일본산 철강이 포스코의 발목을 잡는다.

녹록지 않지만 '물(수소) 100%'로 철을 만드는 하이렉스 기술을 완성하려면 부지런히 뛰어야 한다.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세 등 무역장벽,입체초음파 실물정부의 탄소제로 정책 등에 발맞추려면 친환경 제철소는 반드시 가야할 길이다. 

하이렉스 추진반 사무실에 들어서자 창문을 통해 노란색 배관으로 둘러진 부지가 보였다.현재 이 곳은 흙먼지만 날리고 있지만 곧 하이렉스 실증 설비가 들어설 예정이다.과거 주물선 고로가 있던 위치로 쇳물을 제강 공장으로 옮기기 위해 필요한 철도선이 가까이 있고 산소,질소용수 등 유틸리티 라인이 근접해 최적의 위치라는 설명이다.  

시험 설비로 연 30만톤의 쇳물 생산하며 기술을 검증한 뒤 2030년 상용 기술이 완성되면 지금의 고로를 하이렉스로 순차적으로 변경할 예정이다.하이렉스 실증 설비는 친환경 제철소의 첫단추인 셈이다. 

하이렉스 추진반 윤영식 부장은 "2025년 착공에 앞서 올해 8월 경영위원회 승인을 받아 투자비 산출을 완료할 예정"이라며 "준공 이후 2년간 기술 검증을 거쳐 상용화 플랜트로 직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렉스는 쇳물이 흘러나오는 후공정도 지금 보다 진보한 기술이 적용된다.포스코는 기존의 파이넥스 용융로를 대체하기 위한 전기용융로(ESF) 개발을 진행 중이다.하이렉스는 저품위 분철광석을 사용하기 때문에 고로 공정 대비 품질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밖에 없다.이를 개선하기 위해 ESF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ESF는 고로와 전기로의 단점을 보완한 설비다. 

ESF 시험 설비는 이제 막 지어져 두달 전 첫 출선을 했기 때문에 언론에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원료가 들어있는 자루가 수십개 놓여있고 그 옆에는 성인남자 6~7명이 일자로 누워있는 것과 비슷한 높이의 ESF 설비가 있었다.사각형의 배관이 둘러져 3층 높이의 건물을 연상케했다.설비 아래에는 출선구를 뚫는 뾰족한 쇳덩이처럼 생긴 드릴이 설치됐다. 

직원들은 매 분기 1회 출선을 하고 있다.현장을 찾은 이날 설비 정비 기간이기 때문에 아쉽게도 출선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한 번 출선구를 뚫으면 4시간 동안 쇳물이 나온다.  

저탄소제철연구소 전기로연구그룹 박재훈 그룹장은 "4월 출선 당시 후공정에서 요구하는 품질에 90% 가까이 맞췄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 2025년까지 기술 개발을 끝내고 향후 테스트 결과를 기반으로 상용화에 적합한 설비를 완성하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2050년 탄소제로 목표 도달을 위해 수소환원제철소를 비롯한 저탄소 제품 개발 등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전망이다.2021년 자체 추산한 결과 2050년까지 탄소제로를 위해 포항,입체초음파 실물광양제철소 각각 20조원 씩 총 40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민간 기업이 마련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정부 및 유관기관과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포항제철소에서 만난 천시열 제철소장은 "미국은 수백조원의 정부 기금이 신철강 기술 개발에 쓰이고 다른 선진국도 정부의 지원이 시작되는 단계다"며 "수소로 산소를 떼어내 철을 만드는 기술만 완성하면 전세계 철강 시장을 앞서서 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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