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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선유도 해역 발굴 조사 현장 가보니…옛 선박 '흔적' 찾기 한창
청동기 석기부터 사슴뿔 추정 유물까지…"역사 바뀔 수 있는 작업 뿌듯"
(서울=연합뉴스) 26일 전북 군산시 선유도 해역에서 진행된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수중 발굴 조사에서 발견된 선박 일부로 추정되는 목재 조각.2024.6.26 [국가유산청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군산=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목재,나무로 된 조각으로 보입니다.인양하겠습니다."
26일 오전 전북 군산 선유도 해역.수면 아래에서 작업하던 김태연 잠수사가 무전으로 말했다.'찌직' 거리는 무선통신 너머로 들리는 건 그의 숨소리뿐이었다.
김 잠수사의 시선을 따라 카메라가 비춘 물속은 한 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목재는 '6번 트렌치'로 분류한 구역의 바닥에 있었다.약 60㎝ 깊이의 흙바닥에 묻혀 있었으나 경력 20년의 베테랑 잠수사인 그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주변을 정리했다.
(군산=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26일 전북 군산시 선유도 해역에서 발굴 조사 중인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작업선에 그동안 발굴 조사에서 나온 주요 유물이 전시돼 있다.2024.6.26
함께 작업하던 국립해양유산연구소의 나승아 연구원은 김 잠수사를 도와 목재를 조심히 들어 올린 뒤,수면 위로 끌어올리기 위해 지지대에 고정했다.
수심 4m 공간에서 이뤄지는 작업.약 40분이 지난 뒤 물 위로 나온 두 사람 곁에는 1.5m 길이의 기다란 나무 조각,사슴뿔,도기 조각 등이 있었다.옛사람이 남긴 생생한 흔적이었다.
정헌 국립해양유산연구소 학예연구사는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형태를 봤을 때는 선박,즉 배의 부속품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예부터 중요한 뱃길로 여겨져 온 선유도 해역의 수중유산 발굴 조사 현장이 공개됐다.바다 아래에 잠들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고선박을 찾기 위한 3차 조사다.
(군산=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26일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수중유산 조사단이 공개한 발굴 조사 장비.잠수를 위한 헬멧,공기통 등이 보인다.2024.6.26
선유도 어촌 체험 휴양마을 안내소 앞 선착장에서 보트를 타고 약 10분간 이동해 도착한 바지선 위는 발굴 조사를 준비하느라 한창 분주한 모습이었다.
곳곳에는 수중 조사를 위한 장비가 놓여 있었다.잠수용 헬멧에 공기통,무게추까지 더하면 물 안에 들어가기 위해 착용해야 하는 장비 무게만 30㎏에 달한다.
총 8명의 잠수사가 2인 1조로 나눠 주요 지점에 직접 들어가 50분씩 조사하는 식으로 작업하고 있다.
정 연구사는 "2020년 잠수사가 도자기와 선체 조각 등을 발견해 신고한 뒤 3년 연속 군산 선유도 해역에서 수중유산 발굴 조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군산군도에 속한 선유도는 역사적·지정학적으로 중요한 곳으로 꼽혀왔다.
(군산=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26일 전북 군산시 선유도 해역에서 수중 발굴 조사를 위해 김태연 잠수사가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2024.6.26
이 일대는 예부터 물건을 실어 나르던 조운선을 비롯해 많은 선박이 오갔으며 국제무역 항로의 기착지로 서해 연안 항로의 거점 역할을 하기도 했다.
북송(北宋)의 사신 서긍(1091∼1153)이 고려를 방문한 뒤 남긴 '고려도경'(高麗圖經·정식 명칭 '선화봉사고려도경')에 따르면 군산도에는 사신을 접대하는 건물이 있었다고 한다.
2021년 탐사를 시작한 이래 도자기 등 약 670점의 유물이 확인됐다.그중에는 돌을 갈아서 만든 칼인 간돌검(磨製石劍·마제석검)의 조각도 나와 주목받은 바 있다.
정 연구사는 "선유도 해역은 마제석검 조각부터 고려·조선에 이르는 다양한 (시대의) 유물이 나오는 점이 특징"이라며 "과거 해상 활동의 주요 기점이라는 점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군산=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26일 전북 군산시 선유도 해역에서 국립해양유산연구소 관계자가 수중유산 발굴 조사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2024.6.26
수중 발굴 조사는 땅 위에서 하는 발굴 조사와는 완전히 다르다.
올해 조사가 진행되는 선유도 동쪽 해역의 경우 수심이 3∼7m로 깊은 편이 아니지만 조류에 따라 조사 환경이 달라지기 일쑤다.무른 흙이 물살에 쓸려 시야를 방해하기도 한다.
소나(음파탐지기),월드z지층 탐사기 등 다양한 장비를 활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보통 가로,세로 10m 구간을 한 칸(그리드)으로 나눠 조사 영역을 표시하는데,올해 조사할 부분은 그리드 총 85개에 달한다.시굴 조사와 탐침 조사를 나눠 조사해도 만만치 않은 양이다.
이규훈 수중발굴과장은 "물속은 시야가 좁기 때문에 일반적인 발굴 조사와 다르다.유물이 집중된 부분을 찾아 시굴 조사를 한 뒤,범위를 서서히 넓히는 식으로 한다"고 말했다.
(군산=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26일 전북 군산시 선유도 해역에서 국립해양유산연구소 관계자가 수중에서 찾아낸 유물을 들어 올리고 있다.뾰족한 형태를 볼 때 사슴뿔로 추정된다.2024.6.26
이 과장은 "그간 확인된 유물을 볼 때 선유도 일대는 고대부터 중요한 항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과거 침몰한) 옛 선박의 흔적을 찾아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수중유산 발굴 조사는 올해 10월 말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김태연 잠수사는 "평소 아이들에게 아빠가 좋은 유물을 찾으면 역사가 바뀔 수 있다고 농담처럼 이야기하곤 한다"며 "고선박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수중 발굴 조사의 역사가 짧은 편입니다.그러나 지금껏 많은 성과를 이뤘고 앞으로도 할 일이 많습니다.더욱 활발해졌으면 합니다." (웃음)
(군산=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26일 전북 군산시 선유도 해역에서 촬영한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수중유산 발굴 조사 작업선 모습.2024.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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