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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전날까지 누나들과 메시지…조카 이름 고르기도
"커피 내려주는 착한 아들"…영정사진 아래 커피 놓여
9일 오전 2시20분께 변…16일 오전 5시30분 발인 진행
[서울=뉴시스] 오정우 기자 = "사고 전날(8일) 밤에도 둘째 누나가 얼마 전 낳은 아이의 이름을 직접 골라줬는데…석현이는 조카 동영상과 사진을 기다리던 평범한 '조카 바보'였어요."
전날(13일) 서울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구로역 사고' 사망자 고(故) 정석현(32)씨의 아버지는 "너무나 착한 아들"이라며 정씨를 떠올렸다.대화의 물꼬를 틀수록 아버지의 눈시울이 자꾸만 붉어졌다.
정씨 아버지는 "석현이는 2녀1남 중 막내였다"며 "사고 전날 밤까지도 누나들이랑 메시지로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그러고서 새벽 2시쯤 사고를 당한 것"이라고 안타까운 표정이 역력했다.
지난 9일 오전 2시20분께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 승강장에서 선로 점검 차량과 작업 차량이 부딪쳐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직원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코레일에 따르면 당시 전차선 점검 및 보수작업 중이던 모터카 상부 작업대가 인근 선로를 지나던 다른 선로 점검차와 접촉해 변으로 이어졌다.
14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사고로 숨진 윤모(32)씨에 대한 발인식은 지난 12일 진행됐으나 정씨에 대한 발인은 전날까지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었다.빈소에서 만난 유족은 여전히 정씨를 그리워하며 슬픈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유족은 정씨가 '커피를 좋아하는 아들·동생'이었다며 '커피와 일'을 좋아하는 소박한 아이라고 전했다.
정씨의 첫째 누나는 "석현이가 커피를 참 좋아했다"며 "영등포 그 조그만한 자취방에 큰 마음 먹고 커피 머신을 들여놓을 정도"라고 했다.정씨 영정사진 아래에는 따뜻한 커피와 일회용 컵에 담긴 차가운 커피가 놓여 있었다.
유족은 정씨가 "집에 오면 늘 커피 머신으로 직접 가족에게 커피를 내려줬다"며 사고 12일 전에도 양산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이어 "(석현이가) 엄마·아빠랑 같이 밥을 먹은 마지막 날"이라며 "가족 먹으라고 사다 둔 음식이 아직 냉장고에 그대로 있다"고 했다.
"마음의 정리는 평생 가도 아들 죽음에 대한 정리를 할 부모가 누가 있겠어요…가슴에 안고 가는 거죠." 정씨 아버지는 이같이 말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편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정씨 유족에게 '죄송하다'면서 "몸 잘 아끼고 하라는 얘기를 해도 일하시는 분들 입장에선 눈에 일이 보이면 그걸 막 덤벼들어서 하려고 한다.그러지 말아야 하는데"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코레일은 9일 "금일 발생한 사고에 대해 우리 공사는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최대한의 예우로 장례와 후속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아울러 긴급 대응팀을 투입해 경찰과 고용노동부 등 관계 기관 사고 조사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정씨에 대한 발인식은 오는 16일 오전 5시30분에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