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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
커뮤니케이션 기술 끊임없이 키워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 받는게 목표
40년 간 '위'는 보지 않고 일했다
'최초 여성' 수식어 없는 사회 원해
"리더십의 핵심은 결국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게 일에 대한 방향을 명확하게 전달하고,지향하는 바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것이다."
내년이면 입사 40주년을 맞는 김미영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부원장)은 1985년 한국은행에 입사해 1999년 금감원이 출범할 때 합류했다.김 처장은 은행준법검사국 팀장,자금세탁방지실장,여신금융검사국장 등 금감원의 굵직한 업무를 두루 경험했다‘검사통’으로 불렸던 김 처장은 2021년 불법금융대응단장으로 활동할 당시에는‘김미영 잡는 김미영’이라는 명성을 얻기도 했다.지난해에는 첫 내부 출신 여성 부원장이 되면서 또 한 번 주목을 받았다.김 처장에게는 최초 여성 검사역,최초 여성 검사반장 등‘최초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먼저 따라붙는다.이에 대해 김 처장은 "앞으로는 여성,남성에 주목하기보다 어떤 전문성과 리더십을 가졌는지에 보다 주목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사회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늘‘최초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이 수식어가 어떻게 다가오나.
▲사실 우리가 바라는 것은‘최초 여성‘최초 내부 출신’등의 수식어가 없는 사회다.내가 잘못하면 후배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부담감이 있다.팀장,국장이 되면서는 부담감만큼 더 열심히 하려 했다.다만 더 위로 올라가면서 아쉬웠던 점이 있다.남자 직원이 승진했다고 하면 커리어나 전문성에 포커싱이 되지만 나의 경우는‘최초 여성’이라는 점이 주목받았다.어떤 능력을 발휘했는지,어떤 전문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부각되지 않았다.최초라는 수식어가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제가 되긴 하지만 이런 부분은 좀 아쉽다.커리어가 모델이 되어야 하고,성별이 모델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조직 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개인의 능력이다.남녀를 떠나서 조직의 발전과 가치에 기여하는 구성원들을 (높은 자리에) 올릴 수밖에 없다.높이 올라갔다고 하면 어떤 전문성,어떤 리더십을 가졌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다양한 조직의 리더를 거치면서 리더십은 어떻게 발휘했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하다.이 능력을 키운 건 검사역 시절부터였다.검사역에게 중요한 것이‘킵 에스킹(Keep asking)’이다.궁금한 것을 끈질기게 물어보는 과정에서 합리적이지 않은 것을 찾아 나가는 것이다.이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많이 키웠다.(금융사) 경영진을 면담할 때 검사반장의 역할은 감독 당국을 대표해 전하고 싶은 내용을 전하는 것이다.조직 내에선 상사에게 우리가 하는 일과 일의 결과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하고,직원들에게는 목표나 가치를 명확하게 제시해줄 수 있어야 한다.한편으로는‘술 잘 사주는 누나(언니)’가 됐다.직원들과 업무시간에 쌓였던 스트레스는 웃고 마시고 떠들면서 해소했다.여성 리더들을 보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좋은 분들이 많다.직원들과 많이 소통하려고 했던 것이 리더십의 한 부분이었고,강점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
-여전히 여성 임원은 1명뿐인 금감원의 유리천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모수가 적었던 면이 있다.기본적으로 조직에서 성과나 일정 퍼포먼스를 내야 풀에 올라올 수 있는데,20년 전만 해도 가사와 육아에 대한 부담을 여성들이 많이 졌다.그러다 보니 여성 직원이 성과와 능력을 보일 기회가 적었다.모수가 많지 않아 위로 올라갈 확률이 낮았다.지금은 여자 수석이나 팀장 등 인재 풀이 커졌다.오히려 직원들의 더 큰 고민은 유리천장보다 (여전히 남아있는) 보직 간‘유리 벽’일 것이다.예를 들면 과거엔 여성에게 검사 보직을 주지 않았던‘업무 칸막이’가 있었는데,이런 성별 간 업무 칸막이가 사라지는 것이 중요하다.이 유리 벽이 없어져야 핵심 업무에서 성과를 내 위로 올라가는 발판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과거에는 총괄 수석,야구 2차드래프트총괄팀장에 여성이 없었지만,요즘은 많이 하고 있다.이런 자리에서 열심히 일해 성과를 내는 여직원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고위직에 올라갈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앞으로 금감원에서도 능력 있는 후배들이 많이 올라갈 것이다.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
▲팀장 승진에서 탈락한 적이 있었는데 심리적으로 우울했던 시기가 그때였던 것 같다.2006년 미국 연수를 가게 됐는데,연수 기간에 고과가 없다 보니까 승진이 늦어지게 됐다.당시에는 가기 싫었던 연수 때문에 승진에도 밀렸다고 생각했다.후배들이 "저희한테는 이미 팀장이십니다"라고 진심을 담아 말해준 게 큰 위안이 됐다.지나고 보니 오히려 이 경험이 도움이 됐다.이후에 부서장으로 승진할 때 자금세탁방지실이 처음 생겼는데,미국에서 자금세탁 관련 검사를 했던 경험으로 부국장을 거치지 않고 실장으로 발탁이 됐다.긴 호흡으로 보면 승진 한두 번 늦는 것이 큰 문제는 아니다.
-소비자보호처장에 취임한 지 1년이 지났다.지난 1년간 다양한 이슈들이 있었는데,야구 2차드래프트가장 의미 있는 일이 무엇이었나.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기초 ELS 손실사태 관련 분쟁조정 처리였다.과거 사모펀드 사태도 있었지만 피해 규모와 피해자 숫자 등이 커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많은 고민이 많았다.이 과정에서 직원들이 주말에 난방도 되지 않는 사무실에 나와서 파카를 입고 애쓰고 고생을 했다.금융사들도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당초 우려를 했던 것보다 프로세스가 원활히 진행되는 것 같아서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생겼지만,ELS 사태도 그렇고 소비자 입장에서 금융은 아직도 어려운 영역이고,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인 것 같다.이 간극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금소법에 보면 금융소비자는 상품을 선택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또한 금융소비자는 본인들이 합리적인 금융소비자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정보 지식을 습득하도록 노력할 책무도 있다.즉 금융소비자의 역량을 높여주는 것이 금융소비자보호의 가장 중요한 축이다.금융소비자들이 정보나 지식을 습득하는 책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큰 이슈다.국가적으로 신경 많이 써야 한다.금융상품을 선택하고 소비하는 때에 맞춰 적절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생애주기별로 특성이 있는데,교육에도 이 같은 특성이 반영되어야 효과적이다.소비자가 본인들의 권리이자 책무인 걸 알고 채널을 잘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반복적 학습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체화되도록 해야 한다.
-내년이면 입사 40주년이다.어떻게 오래 버틸 수 있었나.
▲처음부터 높은 자리를 바라보고 일했다면 못 버텼을 것 같다.만약에 처음부터 높은 자리를 바라보면 중간에 실패하는 과정에서 다다를 수 없다는 생각에 무너진다.매번 순간순간 목표는‘내 주변 사람,내 선배한테는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였다.돌아보면 높은 자리에 올라가려는 생각보다 내가 할 수 있는 단기 목표에 집중하고,일하면서 성과를 내는 것이 더 좋았던 것 같다.등산할 때도 꼭대기는 보지 않는다.가는 동안에 지치기 때문이다.밑에 발만 보면서 왼발,오른발 세고 가다 보면 어느 순간 위에 와있다.직장생활도 그런 것 같다.팀장이 되고 싶었는데 안 됐을 때도 1년이 지나면 되겠지,그 후에 부서장도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갔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회에서 성공하려면 전문성과 성과를 내는 능력이 중요하다.그 이후에 팀장·국장급이 되면 나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팀을 책임지고 있다면 리더십이 굉장히 중요하다.팀원일 때 잘한다고 했지만,팀장이 되면 리더십이 안 돼서 더 못 올라가는 경우가 있다.직위별로 필요한 덕목이 달라진다.팀장이 되기 전까지는 자신만의 능력에 집중하고,팀장이 됐을 때는 (팀원들의) 능력을 조화롭게 합쳐서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그 이후에 국장이 되면 대외적인 업무도 하고,여러 사람을 대하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추가로 넓혀야 하는 덕목이 달라지는 것이다.각자 위치에 맞게 덕목을 기르는 노력을 해야 한다.
-향후 인생의 목표는.
▲내부적으로는 참 괜찮은 선배 또는 후배로 평가받고 싶다.대외적으로는 다양한 감독,검사 경험을 통해 금융회사의 영업행태나 관행을 잘 아는 금감원 내부 직원이 소보처장을 맡아서 보다 두껍게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었다는 인식과 평가를 받았으면 한다.
김미영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은
서울여상을 졸업 후 1985년 한국은행으로 입사했다.이후 동국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99년 금융감독원에 합류했다.금감원에서 검사·감독 업무 부서를 두루 거쳤으며 자금세탁방지실장,여신금융검사국장,불법금융대응단 국장 등을 지냈다.보이스피싱 단속 및 대응 업무를 담당할 당시 '김미영 잡는 김미영'으로 불리며 명성을 얻었다.지난해 내부출신 최초 여성 부원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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