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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하게 규율 준수…심장을 뛰게 하지는 않지만 총리에 적합"
당과 유권자 사이에 충성파 부족…소통 스킬도 약해

키어 스타머 영국 노동당 대표가 5일 (현지시간) 런던에서 14년만에 승리한 조기 총선의 개표 결과를 보며 기뻐하고 있다.2024.07.05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키어 스타머 영국 노동당 대표가 5일 (현지시간) 런던에서 14년만에 승리한 조기 총선의 개표 결과를 보며 기뻐하고 있다.2024.07.05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영국 총선에서 노동당이 압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면서 14년 만에 보수당 정권 교체를 이끌어 낸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가 앞으로 영국 정부를 어떻게 이끌어 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엄격한 규율 속에 화려함보다는 문제해결에 집중하는 실용적인 정부의 모습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총선 투표가 4일(현지시간) 종료된 가운데 출구 조사에서 노동당은 650석 중 410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보수당은 131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돼 1834년 창당 이후 190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이에 따라 스타머 대표는 차기 총리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스타머 대표는 인권 변호사 출신으로 지난 2015년 50대의 나이로 정계에 입문한 뒤 2020년 4월에 노동당 대표까지 올랐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이러한 스타머 대표에 대해 마거릿 대처나 토니 블레어 등 역대 총리와 같은 스타성이나 카리스마는 없지만 진지하고 강렬하며 실용적인 인물이라고 평가했다.이번 총선에서의 승리도 보수당의 실책을 이용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스타머 대표의 전기를 출간한 톤 볼드윈 전 노동당 고문도 "그(스타머)는 정치에서 퍼포먼스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며 "다른 정치인들이 화려한 수사에 집중하지만 스타머는 실질적인 문제 해결과 기반을 다지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한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지루하지만 결국은 그가 집을 지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화하는 유럽 속 영국'이라는 연구단체의 질 루터 연구원도 "그가 지독하게 자신이 정한 규율을 지키는 것을 보고 혹자는 지루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심장을 뛰게 만들지는 않지만 상대적으로 총리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스타머 대표의 이러한 면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보여 준 그의 행동에서 잘 나타났다.

NYT에 따르면,시부야 나가노마켓스타머 대표는 당시 보리스 존슨 총리가 코로나 봉쇄 기간 총리 관저에서 파티를 개최한 사실을 폭로했다.반면 지난 2021년 4월 보수당이 스타머 대표에게 동료들과 저녁식사를 하며 코로나 봉쇄령을 위반했는지 의문을 제기하자 "잘못이 밝혀지면 물러나겠다"고 강하게 맞대응했고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규칙을 엄격하게 준수하는 인물로 각인됐다.

스타머 대표는 정치 경력은 짧지만 당 내 장악력도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대표에 오른 후 △제레미 코빈 전 대표의 에너지 산업 국유화 정책 철폐 △근로자에 대한 세금 인상 거부 △반애국적 낙인을 지우기 위한 영국 군대 지원 약속 △반유대주의 철폐 등 노동당에 대한 평판을 뒤집기 위한 노력에 적극 나섰다.

또한 무소속을 출마한 코빈 전 대표가 노동당 후보가 되는 것도 막고 당 내 극좌 성향의 인사들도 의원 후보자 명단에서 제외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강한 리더십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AFP 통신은 스타머 대표의 성공엔 그의 성장배경이 한 몫 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스타머 대표는 지난 2022년 열린 노동당 전당대회에서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자신의 성장 배경을 언급하면서 "특권 없이 태어났다면 허송세월할 시간이 없다"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그냥 지나치지 말아야 하며 변화를 직시하지 않는 조직의 본능에 굴복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타머 대표는 상대적으로 당 내부와 유권자들 사이에서 충성파들이 부족하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NYT는 유권자들이 코빈 전 대표 때보다는 노동당을 덜 불쾌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열정을 갖고 노동당에 투표를 하는 것도 아니라고 전했다.

스티븐 필딩 영국 노팅엄 대학교 정치사 명예교수는 "스타머 대표의 목표가 유권자들이 노동당에 반대할 이유를 주지 않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그는 성공했다"면서도 "그러나 그는 유권자들이 노동당에 투표해야 할 이유를 주는 데는 소홀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스타머 대표는 부족한 소통 스킬도 약점으로 평가된다.볼드윈은 "(스타머에겐) 접근하기 어려운 뭔가가 있다"며 "(상대방을) 쉽게 신뢰하지 않는 꽉 묶인 사람"이라고 설명했다.그러면서 개인적인 질문에 단답으로만 대답한 일화를 소개하며 "그는 자신의 내면을 보여줘야 할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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