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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지금 저 회의장 안에선 그 누구도 경제성장률,소비자 물가상승률,취업자 증감률 등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데이터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이가 없다”-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A씨
▶최저임금위원조차 “이럴거면 뭐하러…”=지난 11일 자정 무렵 최저임금위원회의 2025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밤샘 마라톤 회의로 치닫자 내부에서조차 현재 최저임금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매년 그랬듯이 이날 역시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 차이가 커 좀처럼 의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실제 11일 밤 11시 9분,노동계와 경영계가 4차 수정 요구안(근로자 1만900원,사용자 9940원)을 내놓았지만 그 격차는 여전히 900원에 달했다.결국 공익위원들은 노사 양측 요구에 따라 12일 새벽 1시 6분 1만~1만290원의 심의촉진구간을 내놓았고,이를 바탕으로 노사 양측이 내놓은 최종안(근로자 1만120원,사용자 1만30원)을 두고 끝내‘표결’로 2025년 최저임금 1만30원을 확정했다.하지만 노사 양측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거듭하며 결정한 최저임금을 두고도 불만이 쏟아졌다.민주노총 근로자위원 4명은 공익위원 심의촉진구간에 불만을 표하며 아예 표결에도 불참했다.표결 결과 1만30원을 제시한 경영계 최종안이 14표를 받아 9표를 받은 노동계 안을 눌렀다.
노동계도 불만이 크지만,원엑스벳 신분증경영계 역시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지불능력 약화 등을 들어 동결을 강하게 요구해온 만큼 만족하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역대 최장 심의 기록을 경신할 것이란 전망과 달리 속전속결로 진행됐지만,올해에도 법정 심의기한(6월 27일)을 지키진 못했다.공익위원 A씨는 “최저임금을 경제적인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정치 논리로 결정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최고 경제학자를 저 자리에 앉혀놓아도 소용이 없다”며 현 최저임금제도를 비판했다.
▶“통계 근거해 산식 제도화할 필요”=전문가들 사이에선 최저임금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올해 심의는 특히‘난장판’이 따로 없었다.매년 반복되는‘퇴장’은 물론 노동계 일부는 투표용지 탈취해 찢어버리기,회의장 난입,의사봉 빼앗기 등 물리적인 실력행사까지 연출됐다.보다 못한 사용자위원들은 이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다음 차수 전원회의에 전원 불참해 심의는 또 지연됐다.하지만 이는 비단 올해 만의 이야기는 아니다.1987년 이후 역대 37번의 최저임금 심의 중 노사 합의를 이룬 것은 7차례에 불과했다.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역동경제 로드맵에도 올해 최저임금 심의를 종료한 뒤 그간 운영성과에 대한 평가·점검을 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통계에 근거한 결정 산식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 출신인 임무송 서강대 교수는 “업종별 최저임금과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논란이 뜨겁지만,원엑스벳 신분증실태를 보여주는 통계는 제대로 파악이 안 되어 있다”며 “신뢰할 만한 통계 데이터 부족도 소모적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말했다.정부가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최저임금 결정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아울러 그는 “독립위원회나 전문가그룹이 데이터를 분석해 합리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편 우선 과제는 ▷전문가위원회로의 개편 ▷결정 체제 분권화 ▷‘산식(算式) 제도화‘등 세 가지다.전문가위원회로의 개편은,현재 노·사·공익 각 9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 위원 수를 9인으로 줄이고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것이다.심의 과정에서 노사 등 이해관계자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동시에 최종 결정은 수정 권한을 가진 정부가 하는‘영국식 모델’이 바로 그것이다.결정 체제 분권화는 올해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였던 업종,지역,외국인 등 최저임금 차등화 요구 등에 대한 노동시장의 다양성을 반영하는 것이다.아울러 네덜란드,프랑스,브라질처럼 생계비,유사근로자 임금 등 최저임금법의 결정 기준을 기초로 최저임금 산식을 제도화해 투명성을 높이고 정치적 논란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