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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역 광장서 육군 12사단 '사망 훈련병' 분향소 열려
분향소 열리자마자 시민 10여 명 한꺼번에 몰려
"10년 전과 달라진 게 없어 미안" "철저한 수사로 유가족 한 풀어드려야"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 수료식인 19일,지난달 이 신병교육대에서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 숨진 박모 훈련병을 추모하는 '시민 분향소'가 서울 용산역 광장 귀퉁이에 꾸려졌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서울 용산역 광장에 박모 훈련병의 분향소를 운영한다.오후 6시부터는 박모 훈련병의 어머니가 직접 현장을 찾아 추모객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이날 하루 동안 운영되는 분향소는 훈련병의 이름도,영정 사진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약소했지만,추모 열기는 뜨거웠다.오전 11시 27분쯤 시민 분향소 운영이 시작되자마자 기다리던 시민 10여 명이 한꺼번에 분향소로 몰려들었다.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휴가를 나온 장병부터 아들을 군대에 보낸 어머니까지 각양각색이었다.이들은 하나같이 분향소 한구석에 놓인 방명록에 자신의 이름을 적고,경마왕추모 글귀들을 차례로 남기기 시작했다.
추모객들이 적은 글귀들을 살펴보면,경마왕'10년 전과 달라진 것이 없어 미안하다','슬퍼하실 부모님께 조금이나마 힘이 될까 싶어서 왔다.철저한 수사로 부모님의 한이 풀어지길 바란다' 등 박 훈련병의 죽음과 유가족들의 아픔을 위로하는 문구들이 가득했다.
추모객 가운데 박 훈련병과 비슷한 시기에 자식을 군대로 보낸 가족들도 있었다.아들을 군대로 보낸 직장인 이모(49)씨는 박 훈련병에게 흰 국화꽃을 올린 뒤,점차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씨는 "지금 군대로 간 아들 생각이 많이 나서 (눈물이 났다)"며 "분향소를 찾고 싶어서 회사에 반차를 내고 왔다"고 말끝을 흐렸다.
이날 휴가를 나온 육군 장병 한모(21)씨는 "어제 뉴스에서 분향소가 마련된다는 소식을 듣고 시민 분향소를 찾았다"며 "(박 훈련병처럼) 두려운 일을 직접 겪은 적은 없었지만 같은 군인으로서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학생 민모(24)씨는 이날 오전 언론에 공개된 박 훈련병 어머니의 편지를 읽었다며 "훈련소에 있을 때 받았던 첫 편지가 어머니가 써주신 편지였다.편지를 받고 울컥했던 그 때가 떠올랐다"고 슬퍼했다.
이어 "얼차려를 받게 된 이유가 '밤에 떠들어서'라고 들었는데,그 행동에 비해 심하게 얼차려를 받은 것 같다"며 "가해자가 규정을 위반해 얼차려를 시켰는지,경마왕이처럼 강도 높은 얼차려를 시킨 이유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했다.
강원경찰청은 전날 직권남용가혹행위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받는 강모 중대장과 남모 부중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이들은 지난달 23일 박 훈련병 등 훈련병 6명에게 규정을 어겨 위법한 군기훈련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