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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상남동 쉼터 상반기 이용자 1만3천명…경남 쉼터 7곳 운영
대리기사 "수입 줄어 힘들지만,비 오는 날 쉼터가 있어 버틸 만"
[촬영 정종호]
(창원=연합뉴스) 정종호 기자 = "불경기에 폭염과 장마가 겹쳐서 술을 마시는 사람이 적은 탓인지 호출이 크게 줄었어요.여름이 제일 힘든 계절이에요."
지난 2일 오후 9시께 경남 창원 성산구 상남동에 위치한 이동노동자 지원센터(이하 쉼터)에서 만난 6년 경력의 전업 대리운전 기사 하모(63) 씨는 이렇게 말했다.
쉼터는 대리운전 기사 등 정해진 사무실이 없는 이동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마련한 시설이다.
이날 오후 8시께 김해 장유동에서 쉼터로 왔다는 하씨는 "1시간 가까이 호출을 기다리고만 있다"고 말했다.
퇴근 시간을 한참 넘긴 시간이었지만 이곳 쉼터에는 이제 막 하루 일을 시작하려는 대리운전 기사들 발걸음이 이어졌다.
쉼터 의자에 앉아서 휴대전화 화면만 바라보던 40대 김모 씨는 "여름은 덥고 비까지 많이 내려서 손님을 목적지까지 데려다주고 돌아오기가 정말 힘든데,최근 호출 수도 크게 줄어서 더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에 들른 기사들은 주로 40대 이상 중·장년층 남성이다.
이들은 쉼터에 있는 소파나 의자에 등을 기댄 채 다음 호출을 잡기 위해 휴대전화 화면만 연신 들여다봤다.
일부 안면이 있는 기사들은 서로 안부를 묻거나 짧은 대화를 이어 나가기도 했지만,네이버 월드컵쉼터는 금세 조용해졌다.
기사들 휴대전화에서 드문드문 울리는 호출 소리만 울려 퍼질 뿐이었다.
[촬영 정종호]
쉼터가 있는 상남동은 경남에서 유흥시설이 밀집한 대표적인 지역으로,저녁 무렵부터 대리운전 수요가 많다.
이 때문에 창원을 비롯해 김해와 양산 등 경남 각지에 있는 대리운전 기사들이 이곳에 모여든다.
창원시에 따르면 지난해 2만2천11명(중복인원 포함)이 이곳을 찾았고,올해 상반기에만 1만3천941명이 들르면서 하루 100명이 넘는 인원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 인원이 적지 않은 편이지만 이날 쉼터에 있는 기사들 대부분은 10분 이상 대기했다.
주변 술집과 고깃집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고,내렸다가 그치기를 반복하는 장맛비 영향으로 상남동 유흥가 일대가 매우 한산했기 때문이다.
앞서 하씨는 "코로나 이전에 비해 수입이 반 이상 줄었고,코로나와 비교해도 요즘 벌이가 더 나쁘다"며 "그래도 먹고 살려면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녁 무렵 출근해 이튿날 새벽까지 일하는 그는 하루 4∼5건의 호출을 잡는 것이 요즘 목표다.
[촬영 이정훈]
수입이 감소한 데다 계절적으로 피로도가 높은 요즘이지만 이동노동자들은 쉼터는 없어서는 안 될 보약같은 존재라고 입을 모았다.
40대 김모 씨는 "그래도 쉼터가 있어서 호출이 많지 않더라도,비교적 편하게 대기할 수 있다"며 "비 오는 날에 마냥 밖에서 서성이는 것에 비해 훨씬 낫다"고 귀띔했다.
부업으로 저녁에 대리운전하는 직장인 전모 씨(51)도 "쉼터가 없으면 대리운전 부업 자체를 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현재 쉼터가 몇 곳 더 있는 걸로 아는데,네이버 월드컵이동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장거리 호출이나 새벽에 일이 끝났을 때 홀로 움직이는 대리운전 기사는 대중교통편이 마땅치 않아 쉼터가 더 생기면 비교적 편하게 일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경남에는 현재 이동노동자 쉼터가 창원,네이버 월드컵김해,네이버 월드컵진주,합천 등에 7곳이 있다.
창원 진해구 석동과 함께 거제시에도 쉼터를 추가 조성할 예정이다.
창원시 관계자는 "오는 9월 진해구 쉼터가 문을 열 계획이다"며 "쉼터 개소뿐 아니라 냉방기 등 시설 점검을 하면서 여름철에도 이동노동자들이 쾌적하게 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