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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이슈] 죄수의 딜레마,프로야구 3.4차전의료대란 딜레마
개원의와 대학병원 교수들의 잇따른 휴진 사태로 의-정 대치가 다시금 가팔라졌다.초강수를 둬 국면을 변화시키고자 했던 의대 교수들과 대한의사협회의 의도와 달리,사태 종식은 요원해 보인다.
한편 숫자만 파격적인 의대 증원으로 정략적 이득을 취하려 했던 정부의 전략은 약효를 다한 지 오랜 듯하다.사태를 수습하지 못하는 정부의 무계획과 무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사태 초기부터 중환자실과 응급실 가동률이 평시와 큰 차이가 없다며 마치 의료 현장에 차질이 별로 없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지만,숫자가 드러내지 않는 환자들의 현실은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지경이다.진료와 수술을 수개월째 연기하고 있는 중증 및 응급 환자들의 현실은 재난 그 자체다.
의-정 대치를 죄수의 딜레마에 빗대어 생각해 본다면 어떨까.죄수의 딜레마는 공범인 죄수 두 명에게 각각 양자택일의 선택지를 준다.협력하느냐 하지 않느냐.의사 집단과 정부는 모두 협력하지 않는 선택지를 택하고 있다.두 죄수가 상대를 불신하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 의-정이 사고실험 속 죄수들과 다른 점은 의-정의 선택이 각자 처지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이들의 수싸움 때문에 피 말리는 사람은 애꿎은 시민과 환자들이다.
설계자이자 죄수인 정부
하나 더,의료대란 딜레마의 가장 특이한 점은 정부가 이 게임의 참여자이기도 하지만 설계자이기도 하다는 것이다.그리고 그 설계 속에는 환자와 시민들이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불과 4년 전 한시적 400명 증원안에도 의사들은 범의료계투쟁특별위원회를 꾸려 반대 투쟁에 나섰다.따라서 2024년에도 파업은 충분히 예견되어 있었다.그러니 정부가 진정으로 시민들을 위한 의료개혁을 하려던 것이었다면,더욱 신중하고 책임 있게 환자와 시민을 중심 주체로 한 논의를 쌓아 왔어야 했다.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의사 증원은 민주적 과정을 생략한 채 진행되었다.
의사들은 증원 과정에 의사단체와 협의가 없었다며 '민주주의' 원칙을 내세우고 있지만,이번 사태에서 민주적 정당성의 결여는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의 절대다수인 시민의 참여 부재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게다가 의료 공백 문제가 더 심각해진 지금 시점에 다다르자 정부는 시민들의 생명조차 지키지 못하는 무능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환자와 시민들에게 알아서 현명하게 의료기관을 이용하라고 책임을 떠넘기고,법조인을 동원해 환자들에게 개개 의료인과 병원을 고소하라며 대리전을 종용하는 식이다.도대체 누구를 위한 의료개혁인가.
정부가 말하는 '비상'은 누구의 비상인가
의료대란 장기화 속에 정부가 '비상'이라며 내놓는 여러 조치들을 들여다보면 허술한 게임의 정체가 드러난다.정부는 2000명 증원안을 조금 줄이는 것으로 양보하는 모양새를 보이려 했는데,효과도 없었거니와 최악인 부분은 정부 주도로 국립대 의대 위주로 증원 수를 감축했다는 것이다.
증원된 의사 인력에 대한 구체적인 배치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그나마 '지역의사'를 기대할 수 있었던 국립대 정원은 줄이고,'무늬만 지역의대'라고 비판받고 있는 민간 사립대학의 증원 비중이 훨씬 커진 것이다.사학자본과 민간 대형병원을 위한 증원의 성격만 한층 짙어지면서 의사가 부족한 지역의 주민들에게 주어진 기약 없는 낙숫물마저 더 줄어든 꼴이다.
한편 값싼 전공의 노동력을 착취하며 운영되어 온 민간병원은 이윤 감소로 울상이 되었다.그러자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을 민간병원 손실을 메워주는 데 쏟아붓고 있다.한 달 1800억여 원,두 달이면 공공병원 하나를 지을 수 있는 규모다.
정부는 공약했던 울산의료원 1개소조차 경제성이 떨어진다며 설립계획을 무산시킨 바 있다.대형병원에 이만큼의 공적 재정을 쏟아붓는 데는 어떤 타당성이 있었던 것일까.게다가 그런 재정투여에도 환자들이 처한 의료공백 문제는 해결되기는커녕,더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은 아이러니이다.
현장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형병원들이 초진 암 환자에 대해 로봇수술만 예약을 받는 등 영리적 행태가 노골적이 되었고,프로야구 3.4차전병원 노동자들에게는 '비상경영'이라는 이름 아래 고통을 전가시키는 무논리와 부정의가 횡행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러한 병원자본의 행태에는 '법과 원칙'을 들이대지 않고 있다.오히려 비상사태를 빌미로 비대면 진료를 전면 확대해 민간 플랫폼 업체들만 배를 불리고 있다.의사가 없는 문제를 비대면 진료로 어떻게 해소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또,의대 증원 발표 이틀 전 발표되어 조명받지도 못한 건강보험종합계획에서는 건강보험공단에 축적된 전 국민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민간 보험사에 넘겨주고,국민의 생명 안전보다 기업 상품의 시장진출을 우선하는 위험한 의료기술 규제 완화와 약가 인상 등 기업 배불리기와 스텔스 민영화를 스리슬쩍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이중잣대로 미루어 보면 정부가 말하는 '비상'이 누구의 비상사태인가가 명확해진다.환자도 시민도 아니고,프로야구 3.4차전다름 아닌 병원자본의 비상사태이다.정부는 나아가 이 비상사태를 보험자본과 의료기기자본,제약자본을 위한 규제 완화의 기회로 삼고 있다.처음부터 끝까지 민간 영역의 이해관계를 확대하기 위한 '개혁',그것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비상대책'이 남발되고 있는 것이다.
공공성 강화가 대책이다
정부의 또 다른 문제점은 증원이냐 아니냐의 양자택일로 의료개혁 문제를 프레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이 틀 자체가 의료개혁이 가야 할 방향 자체를 가리고 있다.
정부는 의료개혁의 명분으로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를 내세우지만,공공병원 정책만 봐도 이 슬로건이 기만임은 명확하다.의원급부터 상급종합병원까지 무한 이윤경쟁에 몰두하게 하는 지금의 공급 체계는 돈 안 되는 지역 돈 안 되는 환자들의 의료 접근권을 보장하지 못한다.
2017년 폐업한 부산 침례병원 사태는 지금도 해결되지 않았고,2021년 유일한 종합병원이 문을 닫은 하동 주민들은 햇수로 4년째 의료 공백에 처해 있다.양산시 웅상 지역에서는 10년째 종합병원이 문을 열었다 폐업하는 사태가 반복되고 있고,완도군,남해군 등에서도 유일한 종합병원의 운영 상태가 위태로운 지 오래다.문제가 현실화한 지역은 이 외에도 수두룩하다.
시장공급이 실패하고 있는 이런 지역에는 정부가 나서서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으면 대책이 없다.또 공공병원은 수익과 상관없이 안정적인 운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총액계약제 등 안정적인 재정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작년 연말부터 지금까지 내놓은 의료개혁과 관련된 수많은 계획과 보도자료 중 어디에도 공공병원을 확충하겠다는 이야기나 취약지 병원 상황에 대한 대책은 일언반구 없다.매우 지엽적인 영역으로 한정된 '필수의료' 영역에 수가를 인상한다는 궁색한 논리의 반복뿐이다.
정부의 인력정책 문제 또한 이런 모순과 연결되어 있다.지금처럼 의사 인력 정책이 무정부적인 상황에서,아무 제도적 장치도 추가로 마련되지 않은 채 숫자만 늘어난 의사들이 '필수'의료로 갈까?아무리 수가를 올려주더라도 비급여 영역에서 창출되는 이윤 규모를 이길 수는 없다.병원 자체가 없는 의료 소외지역에도 의사가 늘어나지 않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요컨대 정부는 진짜 문제인 시장주의 의료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응답할 책임은 외면한 채,소리만 요란한 의사 증원,의-정 딜레마 뒤에 숨어 있다.반개혁적인 의사들은 사회적 골칫거리지만 그에 맞선다는 이유로 정의를 자처하고 있는 정부는 기만적이기까지 한 반개혁 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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