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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물막이판 필요는 하지만…침수 겪어"
"방범창에까지 있으면 비상시 탈출 어려워"
전문가 "물막이판 '만병통치약' 아냐…대안必"
[서울=뉴시스] 오정우 기자 = "어제도 창문 틈으로 빗물이 새서 들어오더라구요."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일대에서 3년째 반지하 생활 중인 김주영(27)씨는 10일 뉴시스와의 만나 이렇게 털어놨다.창문을 통해 빗물이 자꾸 들어오는 바람에 수건으로 창문 틈을 막아놓고 있다고 김씨는 말했다.
김씨는 2년 전 서울 신림동 침수 당수 피해자 중 한 명이다.김씨도 당시 반지하에 살았다가 피해를 입고 새로운 둥지를 틀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새 둥지를 튼 신대방역 인근도 비가 오면 새는 건 매한가지였다.
김씨는 "물막이판이 없던 신림역 반지하에서는 허리춤까지 물이 찼었다"면서 "(신대방역에는) 물막이판이 다수 설치된 것 같지만 여전히 불안하다"고 했다.
6개월 전 신대방역 반지하로 이사왔다는 김소연(28)씨.창문에 물막이판이 설치돼 있지만 불안한 건 마찬가지라고 하소연했다.김씨는 "공인중개사가 과거에 침수가 있었다고 따로 설명을 해주지는 않았지만 바닥에 곰팡이가 많고 '꿉꿉'한 느낌이 강했다"며 "물막이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불안하다"고 했다.
2022년 8월,대한민국 축구 감독중부지역 집중 호우 영향으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일대 일가족 3명과 동작구 상도동 반지하에서 1명이 숨을 거둔 바 있다.이후 반지하가구가 곳곳에 '물막이판'이 설치됐지만 주민들 사이에는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은 모양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7일 보도자료를 내고 침수 방지시설(물막이판) 설치가 필요한 가구 2만8000여가구 중 차수시설이 필요한 1만5259호(54%) 등 설치에 동의한 가구에 전부 물막이판을 설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침수 사고가 발생했던 지역의 한 구청 관계자도 "2022년 사고가 발생한 반지하 침수 가구 4816가구 중 4613가구에 물막이판을 설치한 상황"이라며 "96%에 해당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반지하 일대 주민들 역시 침수 사고 이후 구청 등 관리 당국이 물막이판 설치에 힘을 쏟은 건 맞다고 전했다.실제로 사망자가 발생한 서울 동작구 상도동 반지하 일대 주택 4~5호에도 높이 40㎝의 물막이판이 3곳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통계와는 달리 주민들 사이에서는 물막이판은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주영씨는 "현관에는 물막이판이 없고 창문에만 있다"며 "물이 들어왔을 때 창문을 통해 나가야 하는데 물막이판과 방범창은 7~8명이 들러붙어 뜯어내야 할 정도"라고 했다.
근처 반지하에 사는 한 주민도 물막이판을 신발장 쪽에 보관하고 있으나 현관에는 따로 물막이판을 설치하지는 않는다며 "창문에 물막이판이 있으면 방범창도 있고 위급상황에서 더 나가기 힘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침수 사고가 났던 집 맞은편에 산다는 박상철(51)씨도 "당시에 계단 두 개 높이(60㎝) 정도의 물이 순식간에 찼다"며 "창문에 설치하는 물막이판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박씨는 "현관에 설치하는 물막이판이 중요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물막이판 설치가 '만병통치약'은 아니기에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물막이판이 물을 완전히 다 막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최 교수는 "물막이판을 창문에 설치할 경우 비상시 탈출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국가의 책무는 국민들이 안전하게 살게 하는 것이다"며 "주민들이 반지하에서 살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지욱 경상대 건축공학과 교수도 "단기적으로는 침수 방지시설을 설치하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배수 처리 등에 대한 해결 방안을 동시에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