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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전쟁터였다.연기에 휩싸인 공장 건물에선 매캐한 탄내와 함께 흰색 섬광이 쉴 새 없이 번쩍거렸고,간간이‘따다다닥따닥’하는 폭발음과 동시에 불꽃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24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리튬 배터리 제조업체 화재 현장에 도착했을 때,1군 엔트리3층짜리 철골구조인 공장 건물은 불길이 뿜어낸 뜨거운 열기로 외벽을 감싼 불연재 패널이 시커멓게 그을린 채 녹아내려 있었다.쉴 새 없이 피어오른 연기는 공장 마당을 메우고 인근 도로마저 점령한 상태였다.현장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회사 직원은 “전쟁 영화에서 본 폭격 장면 같았다”고 했다.
이날 오전 10시31분 리튬 배터리 폭발로 시작된 불은 4시간이 훨씬 지난 오후 3시쯤 기세가 꺾였으나 내부에 고립된 20명 넘는 노동자들은 이미 목숨을 잃은 뒤였다.대규모 소방 인력과 장비를 투입했음에도 불길이 쉽게 잡히지 않자 공장 주변에 있던 직원과 가족들,1군 엔트리주변 공장 근무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현장을 지켜봤다.남편이 일하는 공장에 불이 났다는 뉴스를 보고 달려 나왔다는 40대 여성은 “연락이 안 되길래 무작정 나왔다.남편은 공장 생산팀 책임자로 일한다.제발 살아만 있어 달라”며 두 손을 모은 채 눈물을 글썽였다.
불이 빠르게 번지자 구조를 기다릴 새 없이 건물 바깥으로 뛰어내려 목숨을 구한 이들도 있었다.옆 공장에서 일하는 심재석(45)씨는 한겨레에 “불난 공장 건물 뒤쪽에 난간이 있는 계단이 있는데 2~3명이 창문을 통해 계단으로 뛰어내려 탈출하는 것을 봤다.지켜보다가 불길이 커지자 우리도 서둘러 대피했다”고 전했다.
공장 인근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식당을 운영하는 정옥자(68)씨는 “무서웠다.한창 점심을 준비할 때였는데 뭔가 타는 냄새와 함께 콩 볶는 것처럼‘따닥따닥따닥’소리가 나서‘총소리인가’했다.얼마 안 가 불난 공장에서 일하는 여자 손님 몇 명이 얼굴에 새까만 그을음을 묻힌 채 들어와‘속이 메슥거리니 김칫국물 좀 달라’고 해서 한 국자씩 퍼줬다”고 했다.
화재로 인한 대형 인명사고가 났지만,1군 엔트리공장 쪽은 화재 상황을 가정한 대피 훈련을 주기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한 관계자는 “분기별로 대피 훈련을 하고 소방 안전 점검도 지난주 대대적으로 받았다.진화가 어려운 리튬전지를 다루는 작업의 특성상 화재에 대비한 교육도 자주 한다”고 했다.
화재 현장에는 이날 저녁 윤석열 대통령이 방문해 피해 상황을 보고받고,인명 수색과 구조에 총력을 다해 달라고 지시했다.앞서 오후에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찾아와 “사상자와 실종자 가운데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만큼,관련 국가 공관과도 협조 시스템을 즉시 구축해 운영하라”고 주문했다.숨진 외국인 노동자는 중국인 18명,라오스인 1명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날 화재 사고 수사를 위한 수사본부를 꾸렸다.수사본부는 경기남부청 광역수사단장을 본부장으로 130여명 규모로 꾸려진다.형사기동대 35명,1군 엔트리화성서부경찰서 형사 25명,과학수사대 35명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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