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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과 교류하던 나라,K-콘텐츠 힘으로 한국에 관심↑
● 2007년‘슬픈연가’방영하며 K-드라마 인기 시작
● “이보게,나으리가 무슨 뜻이에요?”
● 뽀로로,타요 등 어린이 콘텐츠로 이어져
● 아프리카에서도 높아지는 K-팝 인기
● K-뷰티,K-푸드 거쳐 K-팬덤으로 확산
“2018년 겨울이었나?친구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저도 모르게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흥얼거렸어요‘You can call me idol.응?도대체 무슨 노래지’하며 바로 찾아보았죠.그게 제 K-팝 사랑의 시작이에요.”
졸업을 앞둔 여대생 조안나(23)는 EXO의 2013년 발표곡인‘으르렁’부터 에릭남의 최신곡까지,스포티파이 플레이리스트의 스크롤을 쉼 없이 내리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렇게 한국인을 만나 K-팝 얘기를 할 수 있다니,혼자라도 K-팝 페스티벌에 오길 잘한 것 같아요.”
이제는 그리 놀랍지도 않은 해외 K-팝 팬이,남부 아프리카에 위치한 이곳 짐바브웨에도 있다.한국-짐바브웨 수교 30주년을 맞아 주짐바브웨 한국대사관이 마련한 K-팝 페스티벌‘Show me your K’가 아니었다면 이들을 만나지 못했을 터였다.
오랜 시간 한국 대중문화의 글로벌 수용,특히 학계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도 배제돼 온 비주류 국가에서 펼쳐지는 한류를 연구해 온 필자는 마침내 전 세계 195개국 중 알파벳 순서상 가장 마지막인 짐바브웨(Zimbabwe)에서 K를 발견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짐바브웨는 먼 나라다.한국에서 에티오피아항공으로 수도 아디스아바바까지 11시간 40분,두어 시간 경유해 다시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까지 4시간 20분을 이동해야 한다.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이웃 국가인 짐바브웨는 한국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할 기회가 적었다.오히려 북한과 가깝다.냉전시대 아프리카의 식민 해방 운동에 북한이 개입하며 짐바브웨 역시 1980년 4월 18일 독립 전후로 국제적 고립 속 이념적 동지로서 북한과 연대하게 됐다.
사실 짐바브웨 사람들에게 한국인이라고 하면 “북 아니면 남(North or South)?”이라는 연이은 질문이 처음에는 언짢기도 했지만,이제는 웃으며 답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실제로 독립 후 1980년대 초반,군인 자격으로 평양에서 군사훈련을 받은 아버지를 둔 몇몇 짐바브웨 사람들도 있다.이러한 연유로 여느 아프리카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한국과 짐바브웨 역시 서로의‘상상’속에 갇히게 됐다.우리 역시 미지의 공간인 짐바브웨를 가난,독재,질병 등 아프리카에 대한 단편적 이미지로 상상해 왔다.아프리카 전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슬롯 영국 500 무료 스핀한편으로는 오해를 낳아 협력 관계를 다지는 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상상의 아프리카’프레임으로 본 짐바브웨의 실상은 어떨까.검색창에서 짐바브웨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키워드는 100조 달러 지폐.2008년 초인플레이션을 겪으며 화폐가치가 떨어지자 짐바브웨는 100조 달러권을 발행했다.0의 개수를 한참 세야 했던 100조 달러권은 짐바브웨를 전 세계 역사상 두 번째로 큰 화폐 발행국이라는 오명으로 물들였다.이때 짐바브웨는 사실상 자국 화폐 유통을 포기했다.
짐바브웨에서는 지금까지 미국 달러가 통용되고 있고,이는 전체 거래량의 90% 정도를 차지한다.1980년 독립과 함께 짐바브웨 달러를 도입하고 경제난 때마다 화폐개혁을 통해 자국 화폐를 지키려 했으나,미국 제재 국가임에도 달러로 거래가 이뤄지고 선호되는 것이 오늘날 짐바브웨의 실상이다.
경제 상황이 이러하니 짐바브웨 1700만 인구 중 62%를 차지하는 25세 미만 인구층의 탈(脫)짐바브웨 현상이 두드러진다.단순 노무직의 이주노동부터 교육,과학,슬롯 영국 500 무료 스핀의료 분야의 두뇌유출은 이미 사회문제로 불거졌다.
이 나라에서 최고 대학인 짐바브웨대(University of Zimbabwe) 저널리즘 전공 2학년 티샤(20)는 “졸업 후 짐바브웨에서는 절대 언론인이 될 수 없다”며 “어떻게 해서든 해외로 나갈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공식적으로 짐바브웨가 미디어 콘텐츠로 한국을 접한 계기는 국영방송사인 ZBC TV를 통해 방영된 MBC 드라마‘슬픈 연가(Sad Love Story)’였다.이 드라마는 2007년 3월 13일부터 6개월간 매주 화요일,총 24회차를 더빙이 아닌 영어 자막으로 방영됐다.남녀 간 순수한 사랑과 희생이라는 순애보를 담아 짐바브웨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08년에는 아시아를 넘어 중동에서도 메가 히트를 한‘대장금’이 전파를 탔다.이국적인 의상,음식,권선징악의 전개는 한국 드라마의 또 다른 진수를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더빙 없이 자막으로 드라마를 시청한 터라,15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이보게‘나으리’가 무슨 의미냐고 물어오는 짐바브웨 사람들도 종종 있다.
이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국제방송 문화교류 지원사업으로 2020년부터‘뽀롱뽀롱 뽀로로‘꼬마버스 타요’등 애니메이션,2023년에는‘열혈사제‘어쩌다 발견한 하루‘내 뒤에 테리우스‘펜트하우스’등 매년 2~4편의 한국 드라마를 방영하고 있다.올해 2월 개국 2주년을 맞은 상업 방송사 3Ktv 역시 개국 첫해‘초면에 사랑합니다‘여우각시별’을 매 주말 방영하기도 했다.
방송 콘텐츠가 부족한 짐바브웨 미디어산업 전반의 수요 부족 현상에 K-드라마는 적격이었다.특히 다른 나라의 드라마에 비해 선정적이지 않고 가족 친화적 소재가 짐바브웨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다.다만 텔레비전에서는 해묵은 드라마를 방영한다는 단점이 있다.일부 팬들은 스트리밍 웹사이트로 한국에서 현재 방영되는 드라마를 찾아보기도 한다.
K-팝의 경우 사정이 조금 다르다.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K-팝 소비층이 두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전체 인구의 80% 정도가 기독교인인 짐바브웨는 주로 가스펠이나 아프로비트(Afrobeat·서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음악 장르)를 즐겨 듣는다.한국교류재단이 올해 3월 발표한‘2023 지구촌 한류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 전체 54개국 중 한류 동호회가 운영되는 나라는 18개뿐이다.그중 짐바브웨는 회원이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주변국인 남아공과 모잠비크에 각각 5만2101명,2831명의 한류 동호회원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의아한 수치다.
이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따른 차이다.짐바브웨가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에 비해 인터넷 사용 편의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2024년 1월 통계자료에 따르면,짐바브웨의 인터넷 보급률은 32.6%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높은 보급률을 보이는 모로코(90.7%)에 비해 그리 높은 수치가 아니다.그나마도 PC 인프라가 필요하지 않은 모바일을 통한 인터넷 사용이 압도적인데,짐바브웨의 경우 데이터 가격(2023년 10월 기준)이 1GB당 3.54달러로 이웃 나라(남아공 1.81달러,말라위 0.38달러,모잠비크 0.78달러)에 비해 비싼 편이다.그만큼 온라인을 통한 해외 문화 접촉이 여의찮기에 제한적으로나마 K-팝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짐바브웨에는 K-팝 동호회원이 없음에도 이번 K-팝 페스티벌에는 150여 명이 참석했다.이들은 2022 K-팝 경연대회 우승팀인 Extreme Dreamers와 2010년부터 활동 중인 댄스팀 Salt and Light의 커버댄스 공연 춤사위에 열광하고 거리낌 없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등 세계 여느 곳의 K-팝 공연과 다를 바 없는 호응을 보였다.그리고 무대에 오른 공연 팀원뿐만 아니라 객석에는 짐바브웨 인구의 1%를 차지하는 백인들이 눈에 띄어 짐바브웨의 다양성을 포섭하는데 K-팝이 일조하고 있다는 자부심마저 느꼈다.짐바브웨에서도 다른 K-팝 부흥 지역과 마찬가지로 K-팝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과 짐바브웨가 협력을 시작한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있다.하지만 여전히 한국과 아프리카 국가의 협력은 천연자원과 1차 산업을 중심으로 한 단편적 분야에 머무르는 것으로 보인다.
짐바브웨 국민들은 드라마,음악 등 한국 콘텐츠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제한적인 통신 환경에도 자생적 팬덤을 구축했을 정도다.게다가 짐바브웨의 젊은 세대는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자란 만큼 한국과 비슷한 정서를 가진 경우도 적잖다.한국과 짐바브웨의 협력이 단순 경제협력을 넘어,문화 나아가서는 양국 국민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은별
● 고려대 언론학 박사
● 2023년 세종도서 교양 부문 선정 도서‘시네 아프리카’저자
● EBS‘세계테마기행-르완다 편’큐레이터
● 前 한국외대 미디어외교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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