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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식사가 참 좋았다"는 언급은 없었지만 일상적인 대화 내용
차 씨 진술 종합하면 역주행 인식 못했다는 식으로 해석될 여지 있어
(서울=뉴스1) 김민수 남해인 유수연 기자 = '시청역 참사' 당시 차량의 운전자 차 모 씨(68)와 동승자인 아내 A 씨가 사고 전 "(차 씨의 처남) 칠순 잔치에서 많이 먹어 배부르다"는 식의 일상적 대화를 나눈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대화 내용은 그들이 타고 있던 제네시스 G80 차량의 블랙박스에 담겨 있다.부부 싸움으로 감정이 격해진 차 씨가 홧김에 교통사고를 냈다는 의혹과 다소 거리가 있는 대목이다.
차 씨는 4일 경찰의 피의자 조사에서 "역주행인 줄 몰랐다"는 직접적인 발언은 하지 않았지만 맥락상 그렇게 해석될 수도 있는 진술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5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차 씨가 운전한 차량 블랙박스 음성 기록에는 부부가 사고 전후로 나눈 대화 음성이 담겨 있다.먼저 차 씨 부부는 "아,어"라고 외쳤다.위험천만한 상황을 감지한 후 이런 발언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어"라고 하기 전엔 '일상적'인 대화를 했다.사고 장소 인근인 호텔에서 열린 차 씨의 처남이자 A 씨의 오빠 '칠순 잔치 식사'와 관련된 내용이다.차 씨 부부는 "(칠순 잔치에서 많이 먹어) 배부르다" 식의 대화였다.
요컨대 호텔에서 빠져나온 직후 "배부르다"고 했고,1037 회 로또 당첨 번호사고 직전에는 "아,어"라고 외쳤다.블랙박스 음성 기록에는 "아,어"만 담겼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있었으나 사실은 아니었던 셈이다.
차 씨 부부는 1일 칠순 잔치에 참석한 후 차를 몰아 호텔에서 빠져나왔고,1037 회 로또 당첨 번호이날 오후 9시 27분 그들의 차량은 역주행하다 인도를 돌진해 16명(9명 사망·7명 사상)의 사상자를 냈다.
차 씨도 갈비뼈가 골절돼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이다.경찰은 사고 나흘째인 4일 서울대병원을 방문해 피의자 신분인 차 씨를 조사했다.
차 씨는 피의자 조사에서 "역주행인 줄 몰랐다"고 직접적으로 발언하지 않았다.차 씨를 조사한 경찰도 "역주행인 줄 알았느냐"고 묻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차 씨의 진술 전체 맥락상 '역주행인 줄 몰랐다'는 식으로 해석될 워딩(단어)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언론은 4일 저녁 "차 씨가 피의자 조사에서 '역주행인 줄 몰랐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으나 경찰의 한 관계자는 "확인이 어렵다"면서도 "팩트(사실)은 아니지만 '완벽한 오보'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고 밝혔다.
경찰이 인정한 차 씨의 실제 진술은 "사고 당시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딱딱했다"이다.차량 상태 이상에 따른 급발진이라는 주장인 셈이다.차 씨 진술을 종합하면 그는 피의자 조사에서 운전자 과실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분석된다.차 씨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3조 1항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경찰은 차 씨를 대상으로 추가 피의자 신문을 할 계획이다.4일 첫 피의자 조사에서 차 씨의 건강 문제로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이날 2시간가량 이어진 피의자 조사에서 차 씨는 여러 차례 통증을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스모킹 건'(결정적 수사 단서)으로 꼽히는 제네시스 G80과 피해 차량인 BMW·쏘나타의 블랙박스,1037 회 로또 당첨 번호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정밀 감식도 의뢰했다.
그러나 감식 결과까지는 한두 달이 걸려 수사가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지다.경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국과수 감식 결과가 기존보다 빠르게 나올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며 "사안이 중해 신속하게 수사한다는 방침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