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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교육피해자·유족회 진실화해위 앞 기자회견
1980년 8월‘불량배 소탕’을 명분으로 신군부가 사람들을 함부로 잡아가 군부대에 보낸‘삼청교육’의 피해자는 4만명이 넘지만,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를 통해 현재까지 인권침해 확인을 받은 이는 500여명뿐이다.삼청교육 피해자와 유족들이 모여 “미신청한 삼청 피해자들이 지금이라도 구제받을 수 있도록 진실화해위 기본법을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삼청교육피해자·유족회는 25일 오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입주해 있는 서울 중구 퇴계로 남산스퀘어빌딩 앞에서 피해자와 유족 5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5공의 군홧발에 짓밟힌 우리 가족,국가가 책임져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진실화해위는 피해조사를 은폐·왜곡하며 결정문을 미루는 등의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미신청자를 구제하는 방안을 모색하라”고 요구했다.또한 “정부는 가슴 깊이 사과하고 삼청 가해자들에 대한 유공자 표창을 박탈하라”고 했다.
삼청교육은 1979년 12월12일 군사반란에 성공한 전두환이 이듬해 5월 광주민주화운동을 유혈진압하고 제11대 대통령에 취임하기 직전인 8월1일부터‘불량배 소탕’을 명분으로 사람들을 군부대로 보내 훈련과 강제노동을 시킨 일이다.이는 계엄사령부의 계엄포고 제13호에 따른 것으로,12월29일까지 6만755명이 끌려가 이 중 3만9742명이 순화교육의 고통을 당했으며 1만16명은 근로봉사,7578명은 별도의 보호감호 처분까지 받았다.
삼청교육피해자·유족회 오수미 대표는 여는 말에서 설립취지와는 거꾸로 가고 있는 진실화해위의 행태부터 강하게 비판했다.“(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을 거꾸로 부역자로 모는 행위는 2차 가해라고 생각한다.피해자의 요구에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 마치 뒤에서 키득거리고 있는 모양새로 비상식적인 업무를 보고 있다”는 거였다.오 대표는 특히 지난 19일 국가정보원 대공 수사 3급 간부 출신인 진실화해위 조사1국장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업무보고에 안경과 마스크로 변장하고 나와 퇴장당한 일을 언급하며 “변장을 해야만 하는 사람이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조사하는 말도 안 되는 기관”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회의원으로서 유일하게 기자회견 현장에 온 한창민 사회민주당 공동대표는 “삼청교육은 한국판 아우슈비츠다.이제 국가는 피해자들이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법 개정을 통해 포괄적으로 배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자인 박우수씨는 “우리가 당한 그 짐승보다 못한 행위는‘인권침해’라는 말로 모자란다.우리는 인간이 아니었다.말이 좋아‘순화교육’이지 그건 백정 놀이가 아니었나.또‘근로봉사’라는 이름으로 가족이 파탄 났다”고 말했다.
이형숙 추모연대 진상규명특위 부위원장은 “지금 한국전쟁기 사건을 다루는 진실화해위 조사1국에서는 가해 기관인 국정원의 대공 3급 간부 출신이‘부역자’와‘빨갱이’프레임을 들이대고 있다.이게 삼청교육을 다루는 조사2국으로 옮겨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국가폭력 피해자들이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가 끝난 뒤 서울 종로구 창덕궁길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삼청교육 피해자·유족회 창립총회에서‘삼청교육대 사건의 현재와 과제’를 주제로 강연한 이재승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겨레에 “삼청교육 자체가 불법이라 구금 기간 전체에 대해 보상을 해야 한다.현재 진실화해위에 미신청한 사람이 너무 많아 별도 조사위원회를 꾸려 피해자 트라우마까지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진실화해위는 25일 오후 전체위원회를 열어‘삼청교육 피해사건(5)’관련 160여명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이렇게 되면 진실화해위에서 진실규명 결정을 내린 삼청교육 피해자는 지난 4차례 진실규명(1차 41명,2차 111명,3차 158명,4차 90명)까지 합해 560여명으로 늘어난다.하지만 전체 피해자 4만여명에 비하면 1.4%에 불과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