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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진 aT 사장,1월 'K-푸드 세계인의 맛' 저서 발간
aT 감사실 "수사 중이라 구체적인 고발 사유 공개 불가"
감사실 "직권남용으로 고발했다는 언론보도 사실 아냐"
[광주=뉴시스]이창우 기자 = 미국·영국·브라질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 잇따라 '김치의 날' 제정을 통해 '김치 공정'으로 불리는 중국의 김치 종주국 억지 주장을 무력화시킨 일등 공신 격인 공기업 수장이 임기 말에 감사패 대신 고발장을 받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 3월 14일 공식 임기는 종료됐지만 후임 사장이 결정되지 않아 한시적으로 직무를 이어가고 있는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의 사연이다.
김 사장은 지난 1월 재임 기간 성과와 언론 기고문 등을 정리한 'K-푸드 세계인의 맛' 저서 발간을 알리는 출판기념회를 마친 후 3개월이 지난 시점인 4월 22일 aT 감사실에 의해 광주지방검찰청에 고발됐다.
공기업 감사실에서 자사 사장을 고발한 경우는 매우 드문 사례라는 점에서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재 해당 고발건은 지난 4월 28일 광주지검에서 aT 본사 소재지인 나주경찰서로 이첩됐지만 수사가 3개월째 이어지면서 불필요한 추측이 확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검찰에서 6일 만에 일선 경찰서로 사건을 신속하게 이첩했다는 점에서 경미한 사안일 것이라는 등 해석이 분분하다.
몇몇 언론에선 김 사장이 출판기념회에 직원 참여를 독려한 정황이 드러나 감사실에서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고 잇따라 보도했다.
이러한 보도 내용은 이후 기정사실처럼 굳어졌으나 뉴시스 취재 결과 고발 사유는 따로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발 당사자인 aT 감사실로 확인한 결과 감사실 핵심 관계자는 "직권남용으로 고발하지 않았고 김 사장이 행사 당일 직원 참여를 독려(동원)하지 않았다"며 언론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고발 사유는 출판 또는 출판기념회와 관련이 있고 뭔가를 위반한 정황이 있어서 유무죄를 가리기 위해 수사기관에 고발했다"면서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고발 혐의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해당 책자는 김 사장이 회사 예산을 한푼도 지원받지 않고 전액 사비를 들여 펴냈다.aT가 국가정보원처럼 민감한 국가 기밀을 다루는 기관이 아니기에 책에 담긴 내용 또한 대외적으로 문제 될 소지가 없다.
여기에 감사실에선 '김 사장이 지위를 이용해 출판기념회에 직원을 동원한 사실이 없다'고 확인해 줬다.
또 국민권익위 청탁금지 해석과는 '공직자 등이 출판기념회를 개최하는 경우 정가의 책값을 받는 것은 허용된다'고 유권 해석해 김 사장이 책값을 설령 받았다고 해도 문제 될 소지는 없다.
이 때문에 aT 감사실이 김 사장의 '저서 출간' 또는 '출판기념회'를 문제 삼은 것을 두고 '오리무중 고발'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에 aT 내부에선 '공기업인 회사의 이미지 실추까지 감수해 가면서 사장을 고발해야 했던 중차대한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 섞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김 사장이 3년 공식 임기를 채우고도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고 사장 업무를 계속 수행함으로써 누군가의 눈 밖에 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회적으로 배경을 추정했다.
늦장 수사 비판을 받는 경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 없다"면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면 고발에 이르게 된 출판기념회는 지난 1월 10일 서울 양재동 aT센터 5층 그랜드홀에서 열린 '2024년 퇴직 임직원 초청 신년 인사회(하례회)'가 끝난 후 개최됐다.
출판기념회는 김 사장의 순수 개인 행사로 장소 임대와 행사 준비를 모두 출판사가 맡아 진행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 앞서 열린 신년 인사회에는 안교덕,윤장배,김재수 등 aT 전임 사장을 비롯해 100여 명의 전·현직 임직원이 참석했고 일부 직원은 하례회 참석 후 자연스럽게 김 사장의 출판기념회에 인사차 다녀간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실 고발에 대해 김춘진 사장은 "감사실이 무기명 투서를 바탕으로 감사를 했는데 '익명 투서는 조사하지 않는다'는 청렴 윤리 경영 반부패 교육 내용을 떠올려 봤을 때 규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면서 "(저에 대한) 감사는 '지난해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특정 보도를 한 언론사를 심의하도록 민원을 넣어 심의에 이르게 했다'는 의혹 건과 매우 비슷하다"며 감사·고발 배경을 강하게 의심했다.
감사실 고발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이 공식 업무에 임하고 있는 김 사장은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1년 3월 15일 제19대 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치과주치의를 맡았던 인연으로 정계에 입문해 제17·18·19대 국회의원(전북 부안·고창)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등을 역임했다.
김 사장은 3년 임기 동안 무엇보다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K-푸드 대표 음식인 '김치의 날(11월 22일)' 제정에 온 힘을 쏟아왔다.
그 결과 2021년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미국의 심장부인 워싱턴D.C.를 포함해 뉴욕주,버지니아주,미시건주,텍사스주,하와이주 등 12개 주·시에서 김치의 날을 제정 또는 선포했다.영국,금요일 프로야구브라질,아르헨티나,금요일 프로야구캐나다까지 포함하면 16개 지역으로 늘어난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한국산 김치는 2023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97개국으로 수출됐다.수출액도 2022년보다 11% 늘어난 1억5600만 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무엇보다 김치의 날이 제정된 국가로의 수출은 전체 증가율의 3배를 웃돌았고 기존 한인 시장 위주의 김치 소비가 현지인으로 확산하면서 소비 저변이 두루 확대되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김 사장은 'K-푸드 세계인의 맛' 저서를 소개하는 프롤로그를 통해 "2021년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브라질,아르헨티나,금요일 프로야구영국,캐나다 등에서도 '김치의 날' 제정 추진이 이어지고 있고 김치가 건강식이라는 세계적 인식이 확산하는 모습"이라며 그간의 성과를 소개했다.
이어 "김치로 세계와 만나고 식량으로 안보를 지키며 우리의 일상에선 저탄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실천하는 것이 우리 미래세대를 위해서 시급하게 그리고 지속해서 할 일이다"고 강조했다.
김춘진 사장은 후임 사장 임명 전까지 업무를 이어나갈 것으로 전해졌다.오는 8일에는 '2024 파리 올림픽'에 참가하는 한국 선수단의 선전을 응원하기 위해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을 방문해 국산 김치를 전달할 예정이다.
한편 aT는 6월 19일 후임 사장 선발을 위해 공고를 내고 지난 2일 후보자 지원 신청 접수를 마감한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에 후임 사장 추천을 요청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