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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준 성전초등 교사,부산교사노조 수석부위원장
지난해 7월 19일.여느 때와 다름없이 학교로 출근하는 길에 충격적인 뉴스를 보았다.스물넷,사회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신규 선생님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이었다.가슴 속에 무언가 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어떤 어려움이 있었을지 알기에 선생님이 느꼈을 감정이 나를 덮쳤다.
선생님을 추모하기 위해 전국에서 서이초로 화환을 보냈으며,뜻을 가진 선생님들께서 흰 국화를 준비해 지나가는 시민들이 추모할 수 있도록 서이초 앞에 공간을 만들었다.교사들뿐만 아니라 부모님의 손을 잡고 온 아이들,교복을 입고 온 학생들,학부모님까지 모두 한뜻으로 선생님을 추모했다.선생님의 49제 직전 토요일이었던 지난해 9월 2일에는 여의도 국회 앞에 30만 명이 넘는 선생님들이 모여 선생님을 추모하고 공교육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외쳤다.
이 일의 근본적 원인은 아동학대 방지법이 의심만으로도 신고가 가능한 독소조항을 포함하기 때문이다.아동학대 처벌법은 가정에서의 학대로 인해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일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하지만 학생 생활지도를 위해 학생들에게 행동 교정을 지시한 경우나 학생 간의 다툼을 말리거나 난동으로부터 다른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교사가 학생을 제지한 경우에도 학부모나 학생의 마음을 거스르면 교사를 아동학대자로 신고하는 부작용이 만연해졌다.이런 경우 수사기관은 학교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기관의 의견에 전적으로 의존해 사건을 검찰로 송치하고,교사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홀로 자신의 지도가 아동학대가 아니었음을 증명해야 하는 고통을 겪었다.
전국의 수많은 선생님께서 자신이 겪은 아동학대 신고 무혐의 사례를 공유하고 세상에 알리자 전 국민이‘일부 학생과 학부모로 인해 정상적인 교육이 어려워진 학교의 상황’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했다.정치권 역시 교사를 보호하기 위해 교권보호위원회 강화,모르아동학대 신고 시에 수사기관에 교육감 의견서 제출 의무화,학교 민원 전담제 도입 등 여러 정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이 시행되고 1년이 지난 지금,학교 현장에서는 정책의 효과에 대해 부정적이다.부산 A초등 한 교사는 출결 상황을 정확하게 기록했다는 사실에 앙심을 품은 학부모에 의해 송사에 휘말려 있다.B초등의 한 관리자는 아동학대가 아님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의심만 있어도 신고하라고 안내하는 교육청의 기계적 대응으로 인해 담임교사를 아동학대자로 신고했다.해당 사건은 긴 수사 끝에 무혐의 종결되었다.
C초등은 수업을 지속적으로 방해하고 교사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한 학생을 교권보호위원회에 신고했다.이에 학부모가 보복성으로 교사를 아동학대 신고했다.모두 최근 수개월 내 발생한 일이며,모르아직도 현장에서 교사들이 억울하게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는 일은 끊이지 않고 있다.교사를 보호하기 위해 나온 모든 정책은 아동학대 방지법의 독소조항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서이초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아직도 교사들은 1년 전과 다름없이 불안한 상황 속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언제,어떤 상황으로 인해 아동학대로 신고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슴에 품고서 말이다.우리가 바라는 것은 학생이 부당하게 맞고 지냈던 그 시절의 학교로 회귀가 아니다.다수의 학생이 온전히 교육받고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이를 위해서는 교사의 정당한 지도가 아동학대로 신고당하지 않도록 법령의 정비가 절실히 필요하다.
작년 서이초 사건 이후 저연차 선생님들과 대화 나누던 중 들었던 한마디를 끝으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저는 아이들이 정말 예뻐요.적성에도 잘 맞고 아이들하고 있으면 행복해요.아이들이 잘 따라와 주는 모습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끼고 수업을 더 열심히 준비하게 돼요.그런데 가끔 과도한 행동이나 학생 간의 다툼을 지도할 때면 아동학대로 신고당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지도하는 걸 주춤하게 돼요.이런 걱정 없이 안심하고 학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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