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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상대방 과실로 교통사고를 당한 직장인 심모(31)씨는 직장 상사들에게서‘교통사고 전문’이라고 홍보하는 모 대형 한방병원을 추천받았다.이 병원을 찾아 엑스레이 검사를 한 결과 이상소견이 없었지만 심씨는 등 부위에 부항과 약침 치료를 받고 첩약까지 권유받았다.진료비는 1회 13만원 상당.심씨는 몸에 별다른 문제를 느끼지 못했는데도 의사는 수차례 더 내원하길 권했다고 한다.
지난해 보험금을 노리는‘나이롱(가짜) 환자’를 막기 위해 자동차 보험금 지급 기준이 강화됐지만 올해 들어 다시 나이롱 환자가 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용달이나 택시 기사들 사이에선 “교통사고가 나면 일단 드러누워 3일간 입원하라”는 말이 돌 정도다.
이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건 자동차보험 경상환자 치료비의 증가다.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4대 손해보험사(삼성·현대·KB·DB)의 자동차보험 경상환자(12~14급) 1인당 치료비는 91만2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8만1000원보다 3.5% 증가했다.2022년 89만원에서 지난해 1%가량 줄었으나 이내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1월 정부가 과잉진료를 방지하기 위해‘자동차보험 종합 개선 방안’을 내놨지만 효과가 미미한 모습이다.개선안은 12~14급의 경상환자가 5주 이상 치료받을 시 진단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했다.12~14급은 골절 없이 척추 및 관절을 삐거나 타박상을 입은 정도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처음엔 제도 시행이 효과를 보였지만 1년 새 의료기관들이 진단서를 떼도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학습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방병원에서 과잉진료 문제가 심하다.1분기 한방병원의 1인당 치료비는 106만원으로 양방병원(34만5000원)의 3배가 넘는다.이 기간 자동차 사고로 보험금을 지급받은 전체 경상환자 중 한방병원을 찾은 비율은 54.8%에 달한다.양방병원을 선택한 이는 45.2%에 불과했다.한방 의료기관의 수가 양방의 약 17.4%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수치다.
증상과 무관하게 침·한방·추나요법 등을 한 번에 받게 하는 이른바‘세트청구’가 높은 한방 치료비의 주범으로 지목된다.한방은 양방에 비해 진료수가기준이 모호해 과잉진료 여부를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보험업계 관계자는 “과잉진료로 인한 지급 보험금 증가는 결국 소비자의 보험료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하루에 받을 수 있는 비급여 한방 치료의 가짓수를 제한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