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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길의 글로벌 파파고 #이란 대선

이란의 새 대통령에 당선된 마수드 페제슈키안.6일 호메이니의 묘소에 모여든 지지자들에게 화답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이란의 새 대통령에 당선된 마수드 페제슈키안.6일 호메이니의 묘소에 모여든 지지자들에게 화답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정의길의 글로벌 파파고는?

파파고는 국제공용어 에스페란토어로 앵무새라는 뜻입니다.예리한 통찰과 풍부한 역사적 사례로 무장한 정의길 선임기자가 에스페란토어로 지저귀는 여러분의 앵무새가 되어 국제뉴스의 행간을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지?

이란 대통령 결선투표에서 온건 개혁파인 마수드 페제슈키안 후보(70)가 승리하면서 서방과 대화를 통해 오랜 제재를 풀고,자국 내 극심한 경제난도 해법에 물꼬를 틀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다만 이란 내 절대권력으로 통하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건재한 상황에서 새 대통령의 구실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들은 6일(현지시각) 페제슈키안 후보가 대통령 개표 결과 당선을 확정 지은 뒤 “대선 투표율이 절반에도 못미치는(49.8%) 시민들의 무관심을 인정하고‘모든 이란인'을 위한 지도자가 되겠다”며 “이란인들이 미국의 제재와 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소감을 밝혔다고 전했다.그는 이슬람 혁명 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묘소를 찾아 국가에 충성을 서약하는 자리에서도 “엄청난 시험이 우리 앞에 놓여 있지만,우리에게 새로운 장이 열렸다”며 “목소리 없는 이들,소외된 이들에게 귀 기울이는‘귀’가 되겠다”고 다짐했다.페제슈키안 당선자는 히잡 규제 완화 등 더 자유로운 사회와 서방과 핵 협상 복원을 통한 경제 회복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7월7일,한겨레)

(한겨레‘오늘의 스페셜’연재 구독하기)

Q.이란에 드디어 변화가 이는 건가 봐?페제슈키안은 인지도가 낮다고 하던데?경쟁자가 너무 별로였나?

A.의외의 결과야.본래 페제슈키안은 이번 대선에서 구색맞추기로 들어간 후보였거든.이란에서 대선 후보가 되려면 헌법수호위원회라는 기구의 심사를 통과해야 해.페제슈키안은 2021년 대선 때에는 헌법수호위를 통과해지 못해서 후보로도 못 나왔어.이번 대선이 에브라힘 라이시 전 대통령의 헬기 추락사로 급박하게 치러지다 보니 헌법수호위가 결정한 6명의 후보 중 5명이 보수파였어.개혁파인 페제슈키안은 들러리 세운 거 아니냐고들 했지.페제슈키안은 결선투표 진출도 불투명했어.그런데 6월28일 치러진 1차 투표에서 페제슈키안이 1041만표(42.5%)로 1위,강경보수인 잘릴리 사이드 전 외무장관이 957만표(38.6%)로 2위,가장 당선이 유력했던 베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338만표(13.8%)를 얻는 데 그쳤어.그러다 페제슈키안이 결선투표에서 1638만4천표(54.8%)로 1353만8천표(45.2%)를 얻은 잘릴리를 가볍게 제쳤어.

페제슈키안이 당선된 건 개혁에 대한 기대라기보다는 기존 체제에 대한 불만이라는 분석이 더 맞을 것 같아.1차 투표 투표율이 39.9%밖에 안 됐어.이란 이슬람공화국의 역대 최저 투표율이야.많은 국민들이 체념하고 투표장에 안 나온 거지.결선투표 투표율은 49.8%로 확 높아졌어.개혁파 후보 당선 가능성이 커지자 그제야 투표소에 나온 거야.

7월5일 이란의 한 여성이 테헤란 북부 지역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AP 연합뉴스
7월5일 이란의 한 여성이 테헤란 북부 지역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AP 연합뉴스

Q.어쨌든 페제슈키안이 개혁을 표방하니까 표심이 쏠린 거잖아.

A.페제슈키안은 이란에서 비주류라고 할 수 있어.이란계가 다수인 이란에서 페제슈키안은 소수민족인 아제르바이잔계 아버지와 쿠르드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어.지역구도 아제르바이잔과 접경한 서북부야.군 복무 뒤 의대에 가서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때는 군의관이자 전투 요원으로 종군했어.이후 심장전문의로 경력을 쌓아 타브리즈 의대 총장을 지냈어.그러다 이란의 대표적인 개혁파 대통령인 모하마드 하타미 행정부(1997~2005년)에서 보건부 장관으로 정치권에 입문했지.이후 의원으로 5선을 했고 의회 부의장도 지냈어.

페제슈키안이 개혁파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2009년이야.당시 대선에서 보수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당선됐는데 선거부정 논란으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자 정부가 강경 진압으로 일관했어.페제슈키안은 정부의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지.2017~2018년 경제난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 때에도 그는 정부를 비판했고.2년 전 히잡 착용이 불량하다며 체포됐다 사망한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 사건 기억나?그때 시위가 크게 일어났잖아.페제슈키안은 역시 시위대를 두둔했어.

2022년 9월 이란의 22살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붙잡혔다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자,<a href=잠실 야구장 3루 테이블석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주재 이란 대사관 밖에서 시위대가 이를 비판하는 구호를 외치" style="display: block; margin: 0 auto;">
2022년 9월 이란의 22살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붙잡혔다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자,잠실 야구장 3루 테이블석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주재 이란 대사관 밖에서 시위대가 이를 비판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페제슈키안은 마흐사 아미니 사건 당시 시위대를 옹호했다.로이터 연합뉴스

그는 이란의 주요 대외정책인 핵 문제에서 타협을 주장해.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2018년에 일방적으로 폐기한 이란의 국제핵협정인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2015년)을 복원하기 위해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해.이스라엘을 제외한 모든 아랍 국가와 우호 관계를 수립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동안 반정부 시위에 동참했던 여성·청년층이 페제슈키안을 지지할 수밖에 없었지.하산 로하니·하타미 전 대통령,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전 외무장관 등 개혁 진영의 거물들도 페제슈키안을 공개 지지했어.

하지만 그렇다고 페제슈키안이‘반정부’성향인 건 아니야.이란의 이슬람혁명과 그 이후 수립된 이슬람공화국 체제를 지지하는 인물이야.미국과 협상해야 한다고는 하지만,미국이 이란에 적대적인 테러분자들이라고도 비난해.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에 대해서도 비판하지 않아.

페제슈키안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호메이니 묘소를 찾은 7월6일,한 여성 지지자가 이란 국기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AFP 연합뉴스
페제슈키안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호메이니 묘소를 찾은 7월6일,한 여성 지지자가 이란 국기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AFP 연합뉴스

Q.이란은 공화국이라며.국민들이 뽑는 대통령이 최고지도자가 돼야 하는 거 아니야?

A.이슬람공화국은 1979년 이슬람혁명의 산물이야.이슬람혁명은 이슬람 율법으로 사회 전반을 규율하는 신정일치 체제를 수립했어.종교과 정치가 분리되지 않는 거야.헌법에도 이슬람 최고위 인사가 국가의 최고지도자라고 규정돼 있어.최고지도자는 이슬람 성직자·율법학자들로 구성된 전문가회의에서 뽑혀.이란 첫 최고지도자는 이슬람혁명의 주역인 아야톨라 호메이니였어.호메이니가 1989년 사망한 뒤 하메네이가 35년 동안 최고지도자 자리를 지키고 있어.

물론 이란에는 대통령이 수장인 행정부,의회,잠실 야구장 3루 테이블석사법부가 다 있어.보통 대내 현안은 행정부·의회에서 처리되지만 최고지도자가 국정기조를 최종적으로 결정해.

Q.국민이 선출하지 않는 최고지도자가 가장 권한이 막강한데,그래도 공화국이라고 부를 수 있나?

A.이란은 이슬람 국가 중중 보통·직접·비밀·평등 선거의 원칙에 따라 국민들의 대의가 가장 잘 보장되는 국가 중 하나야.의회엔 소수민족·여성 할당제도 있고.미국의 유명한 중동 전문가인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가 이를 명쾌하게 정리했어.“A라는 나라는 절대 왕정이고,왕족이 정부직이나 국부를 독점하고,범죄자의 손발을 자르고,여성의 사회참여를 보장하지 않는다.B라는 나라는 선거로 정부를 구성하고,잠실 야구장 3루 테이블석여성의 사회참여를 보장하고,시민들도 집회결사의 자유가 있다.그렇다면,미국은 어떤 나라와 친해야 하나?” 여기서 A는 사우디아라비아이고,B는 이란이야.자유와 인권을 존중한다는 미국은 당연히 이란을 지지해야겠지만 미국은 사우디는 동맹국,이란은‘악의 축’이라고 하잖아.프리드먼은 이런 미국의 딜레마를 지적한 거지.이란은 이슬람공화국 체제를 수호하려고 하지만,사우디 같은 반이란 세력을 주축으로 중동에서 국익을 지켜야 하는 미국은 이를 용납하지 않아.

Q.페제슈키안이 아무리 개혁적이라고 해도 한계가 분명한거네?

A.응.미국이 이란의 이슬람공화국 체제를 근본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한 이란의 선택엔 한계가 있어.트럼프의 핵협정 파기에서 보듯,미국은 이란이 굴복해야만 제재를 풀겠다고 해.이란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잖아.미국이 이란에 강경한 이유 중의 하나는 이스라엘과의 문제도 있어.지금 중동에서 이스라엘의 주적은 이란이거든.

이란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가 5일 테헤란에서 투표하기 전에 손을 흔들며 걸어가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이란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가 5일 테헤란에서 투표하기 전에 손을 흔들며 걸어가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Q.하메니이가 지금 85살로 고령이잖아‘하메이니 이후’이란은 어떨까?좀더 개혁적인 최고지도자가 나서서 이란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

A.하메네이는 현재 35년째 재임 중이야.미래 권력이 결정되면 현재 권력을 압도하게 되니까 현재로선 후계자가 누구일지 거론되지 않고 있어.다만 하메네이의 둘째 아들 모지타바 하메네이가 아버지의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뒤를 이을 거라는 소문이 있긴 해.하지만 이란 시아파는 권력세습에 부정적이야.이슬람공화국의 아버지인 호메이니도 권력세습에 매우 비판적이었고.

최고지도자가 누구냐는 것은 이란의 미래를 좌우할 사안이긴 해.그러나 현행 이란 체제에선 최고지도자가 누가 되더라도 하메네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야.최고지도자 선출 방식이나 후보군의 면면을 보면 이슬람공화국 수호 의지가 강력한 사람일 수밖에 없거든.

이란 체제의 또 한 축은 군부야.혁명수비대는 이란 주변 친이란 세력들로 구성된‘저항의 축’을 지키는 것이 이슬람혁명을 수호하는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어.실제로 혁명수비대가 지원하는 헤즈볼라나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세력,예멘의 후티 반군 등은 중동에서 이란의 영향력을 지켜내는 든든한 버팀목이지.

반면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런 친이란 무장세력들을 눈엣가시로 보고 있어.더욱이 지금은 이스라엘이 사활을 걸고 가자전쟁을 벌이고 있잖아.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과 타협할 수 있는 공간은 더욱 좁아진 거지.이란에서 개혁파 대통령이 나온다 해도,그리고 혹시 최고지도자가 새로 선출된다고 해도 이란-반이란 세력의 대결은 불가피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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