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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이해인(79) 수녀는 어떻게 하면 남들을 기쁘게 해줄까를 늘 궁리하는 사람이다.
좋은 시나 글귀를 모아 만나는 사람에 맞춰 나눠주기를 즐기고,일라익스 모리바나뭇잎이나 꽃잎,조가비,일라익스 모리바솔방울 같은 작은 물건을 모아 선물을 만들어 독자나 지인에게 나눠주기도 한다.그런 자신에게 직접 붙인 별명이 있다.'기쁨 발견 연구원'이다.
쉽고 간결한 언어로 삶과 사랑을 노래해온 시인 이해인 수녀가 수녀원 입회 60주년을 맞아 최근 펴낸 단상집 '소중한 보물들'에는 저자가 일상에서 길어 올린 잔잔한 삶의 기쁨이 가득하다.
"아름다운 풍경이나 마음 따뜻한 사람들의 말을 잊지 않고 적어두었다가 되새김하는 것.꽃나무 이름을 찾아 공부하는 것.식물도감에서 꽃나무 이름을 찾지 못했을 때 물어서라도 알아내는 것.누군가가 내게 무얼 갖고 싶다는 표현을 하면,잘 기억했다가 어느 순간 깜짝 선물로 주는 것.모두가 기쁨을 찾는 '기쁨이'가 되도록 내 기쁨을 나눠주는 것."(51쪽)
저자가 소개한 일상의 기쁨들이다.
책에는 1964년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토 수도회에 입회하면서 수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해 올해까지 저자가 60년간 품어온 이야기들이 단상의 형태로 담겼다.법정 스님과의 일화,일라익스 모리바김수환 추기경의 서간문 등 먼저 하늘로 떠난 소중한 인연들과의 추억담들을 비롯해 초등학생부터 90대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전 세대를 아우르며 나눈 덕담과 사연 등이 시인의 정갈한 언어로 전해진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암으로 투병하고 또 어느덧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면서 부쩍 이별이나 죽음에 대한 상념이 많아진 것도 같다.
"인생의 이별학교는 우리에게 가르친다.모든 것은 언젠가 다 지나간다는 것을,삶의 유한성을 시시로 절감하며 지금 주어진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101쪽)
"결국 사람들이 사는 곳이 / 더 중요하다는 걸 / 거기가 바로 구원의 장소라는 걸 / 왜 이리 늦게야 아는 것인지"(215쪽)
그럼에도 이해인 수녀의 글들은 여전히 젊고 순수하다.
저자에게 오늘을 살아간다는 것은 순간 속의 영원을 호흡하는 것이고,언젠가 지상의 여정을 마쳐야 함을 시시로 절감하며 겸손해지는 것이다.
"유한한 인간은 무한한 사랑을 향해 걸어가는 순례자"라고 그는 강조한다.
사진작가 정멜멜이 2022년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저자와 동행하며 찍은 정겨운 사진들도 함께 수록됐다.
김영사.23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