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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기록물이라 신고 의무 없다던 대통령실과 권익위의 '자가당착'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최재영 목사에게 명품 가방을 받은 당일 돌려주려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대통령실과 국민권익위원회(아래 권익위)가 자가당착에 빠졌다.
그동안 대통령실과 권익위는 외국인이 준 명품 가방도 '대통령기록물'이어서 받은 즉시 국가 소유가 된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물이라 반환할 수 없다더니.김 여사가 기록물 유출 시도?
15일 법조계와 김건희 여사 법률대리인 등에 따르면,지난 3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유아무개 대통령실 행정관이 지난 2022년 9월 13일 당시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에게 받은 300만 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그날 오후 돌려주라고 지시했지만,보타로자신이 깜빡하고 돌려주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김 여사가 반환 지시를 한 증거가 있는지는 검찰에서 따져봐야 할 문제지만,사실이라면 그동안 이 명품 가방이 '대통령기록물'이어서 반환할 수 없다는 주장이 무색해진다.
대통령기록물법 제14조는 "누구든지 무단으로 대통령기록물을 손상ㆍ은닉ㆍ멸실 또는 유출하거나 국외로 반출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친윤계로 분류되는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1월 22일 "절차를 거쳐서 국고에 귀속된 물건을 반환하는 것은 국고 횡령이어서 그 누구도 반환 못 한다.이것은 대한민국 정부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 선물이라 신고 의무 없다" 권익위 논리도 모순
명품 백 전달 사실이 처음 알려진 건 2023년 11월 27일 <서울의 소리>에서 전달 과정을 몰래 촬영한 영상을 공개하면서부터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지난 1월 19일 "대통령 부부에게 접수되는 선물은 대통령 개인이 수취하는 게 아니라 관련 규정에 따라 국가에 귀속돼 관리,보관된다"며 명품 가방을 대통령기록물로 취급해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익위도 지난 6월 10일 대통령 부부 명품 가방 등 수수 사건을 종결 처리하면서,명품 가방이 대통령 직무와 관련해 제공됐다고 볼 자료가 부족하고 직무 관련성이 있더라도 공직자와 그 가족이 외국인에게 받은 선물은 대통령기록물이어서 즉시 소유권이 국가에 귀속돼 신고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명품가방을 대통령기록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 판단은 아직 시기가 도래하지 않았다.금년 말까지 판단을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대통령기록물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김 여사가 명품 가방 등을 받은 시기가 지난 2022년 6~9월 사이인 점을 감안하면,1년 뒤인 지난해 8월 31일까지는 기록물로 등록해야 하고 12월 31일까지 대통령기록관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이에 참여연대도 지난 9일 "대통령실이 대통령기록물법을 위반하고 있거나 그동안 기록물로 관리해 왔다는 해명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통령실은 명품 가방을 포장도 뜯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을 뿐,최재영 목사가 그 이전부터 선물했다고 주장하는 180만 원의 향수와 화장품 세트,40만 원 상당의 고급 위스키와 책들,전기스탠드와 전통주 등 다른 선물의 소재나 대통령기록물 등록 여부에 대해선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당시 최 목사의 서명과 날짜가 적힌 저서를 포함한 책 15권이 2022년 11월 아크로비스타 분리수거장에서 발견되기도 했다.취임 직후 아크로비스타 자택에서 거주하던 윤 대통령 부부가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이사한 직후였다.외국인인 최 목사가 선물한 책을 폐기한 게 사실이라면,이 역시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소지가 있다.
권익위는 지난 9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대통령기록물법 대통령 선물 요건>을 정리한 패널까지 동원해 윤 대통령 부부의 금품 수수 행위를 정당화했다.
하지만 상당수 권익위원들은 지난 6월 10일 권익위 전원회의에서 당시 선물 전달이 굉장히 은밀하게 이뤄졌고,공적인 만남이나 행사 자리가 아닌 김건희 사무실에서 만난 점,사전 사후에 일종의 청탁성 의사표시가 있었음을 들어 대통령 선물이나 대통령기록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실제 표결에서도 대통령 신고 의무 위반 사건에 대해 종결과 수사기관 송부 의견이 8대 7,단 한 표 차이였다.
장동엽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선임간사는 15일 <오마이뉴스>에 그는 "명품 가방이 대통령기록물이라는 대통령실 해명과 그에 따라 신고 의무가 없다는 권익위의 판단도 결과적으로 끼워 맞추기임이 드러났다"면서 "김 여사가 임의로 반환 지시를 한 게 사실이라면 당시 명품 가방을 대통령기록물로 판단하지 않고,뇌물이 될 수도 있는 금품으로 봤다는 것을 전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명품 가방이 대통령기록물이라 신고 의무가 없다는 대통령실과 권익위 해명도 결과적으로 끼워 맞추기였음이 드러났다"면서 "현직 영부인을 소환 조사해선 안된다는 김 여사 쪽 주장과 달리 조사와 수사 필요성만 더 커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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