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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신규 아파트 단지서 학교 설립 갈등
분양 땐 “학교 부지” 홍보,교육청은 “계획 없다”
인구 감소에 학교 신설 소극적인 교육부
“불확실 정보로 홍보한 건설 업체도 책임 있어”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유·초·중·고 도보 통학으로 마음이 놓이는 안심 교육환경’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A(49)씨 가족이 고양시 일산동구의 신규 아파트 단지‘장항제일풍경채’입주를 선택한 건 이같은 분양 홍보 홈페이지의 문구 때문이었다.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에서도 2027년 아파트 단지 내 중학교 설립을 목표로 한다는 공지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내후년인 2026년 말 입주를 앞두고 있는 A씨는 최근,짜조 넴“학교 설립이 불투명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학생 배치 계획이 불확실해 설립 계획을 2028년으로 1년 늦추고,이마저 교육부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A씨는 “학교 설립이 늦어지면 사춘기라 자녀가 예민한 시기에 학교를 3곳이나 옮겨야 한다”며 “직장 통근이 길어지는 것을 감수하고 교육 때문에 왔는데 억울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인구 감소로 전국에서 학교 폐교가 가속화하는 가운데,짜조 넴신규 아파트 단지들에선 학교 설립이 되지 않아 학부모들이 낭패를 겪는‘역설’이 벌어지고 있다.학교 설립 계획을 보고 계약을 했다 실상은 정부의 설립 승인조차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 사례다.지역 교육청의 학교 용지 신청을 지구계획에 반영해 홍보에 활용하는 건설 및 분양 업체와 정작 학교 신설에 소극적인 교육부가 빚는 사각지대다.
당초 경기교육청은 전교생 960여명 규모로 2027년 장항중 개교를 추진했다.그러나 실상은 설립 자체가 불투명하다.학교 인근에 새로 조성될 아파트 단지에 입주하는 학생 규모가 목표에 못 미쳐 교육부의 설립 허가를 당장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교육청이 학교를 새로 지으려면 학생 배치 계획 등을 보는 교육부의‘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현재 경기교육청은 장항중 설립‘조건부’허가를 받은 상태로,짜조 넴학생 규모가 충족되면 학교 설립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경기고양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단지 개발 계획은 있는데 현재 입주한 2개 단지 외에는 분양 공고가 나온 곳이 없다”며 “실질적으로 입주한 곳의 중학생은 100명이 안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 설립 계획을 보고 입주 계획을 한 A씨에게 이는 날벼락이다.장항중 개교가 미뤄진다면 A씨 자녀의 선택지는 이사한 아파트 단지로부터 2㎞가량 떨어진 학교뿐이다.A씨가 입주할 아파트 단지에는 A씨와 같이 학군을 따져 계약한 사례가 많다.A씨는 “버스 광고나,온라인을 통해서도 학교를 중심으로 단지를 홍보했다”고 했다.
신규 아파트 단지의 학교 설립 지연으로 인한 갈등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울산의 신규 아파트 단지 다운2지구의‘우미 린 더 시그니처’역시 초등학교 2곳과 중학교와 고등학교 1곳씩을 설립 예정 부지를 포함하고 있다고 홍보를 해왔다.하지만 이곳들 역시 울산교육청에 따르면 초등학교 1곳 외에는 교육부 심사조차 받지 않은 상태다.이마저 중학교 1곳은 이달 중 교육부 심사를 받을 예정이지만,고등학교는 3년 뒤 학생 수요를 보고 설립 여부를 다시 결정한다.
해당 지구 내 한 아파트에 2026년 입주할 예정인 장다혜(35)씨는 “자녀 계획이 있어,이곳에서 자녀가 대입 때 농어촌 학생 전형을 받게끔 예비 남편과 이야기를 마치고 계약을 치른 상태인데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분양 대행사에선 학교도 들어오고 도로도 개설되면 이 분양가에 이보다 살기 좋은 아파트는 없다며 홍보했다”고 말했다.
역대 최대 규모 재건축 단지로 불리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도 같은 과정으로 입주민 반발을 겪고 있는 사례다.둔촌주공은 현재 단지 내 중학교 신설 무산에 이어 도시형캠퍼스(정규 학교 신설이 어려운 지역에 짓는 분교 형태의 학교) 설립도 어려워지면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당초 서울시교육청은 2014년 재건축조합과 기부채납 협약을 맺고 중학교를 짓기로 했다.그러나 교육부는‘학령 인구 감소로 학교 설립 수요가 없다’며 신설이 부적절하다는 결론을 냈다.둔촌주공 조합원들은 도시형캠퍼스를 설립하겠다는 내용을 서울시교육청과 협의했으나,서울시가 해당 부지를 공공 공지로 변경하겠다는 안을 고수하면서 조합과 입주예정자들은 서울시청에서 집회를 열었다.
김승환 둔촌주공 조합장은 “교육청은 이미 도시형캠퍼스 구체적 추진계획을 서울시에 통보했고,서울시 교육청과 조합은 서울시의 이러한 방침을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추가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 승인이 나기도 전에 학교 설립을 홍보할 수 있도록 하는 분양 절차에 있다.A씨 사례로 보면 장항제일풍경채 분양 업체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는 단지에 밀접해 초·중·고등학교와 유치원까지 설립될 예정이라고 명시돼 있다.이 같은 내용은 건설 업체가 교육청과 협의해 공고하는‘지구계획’을 토대로 만들어진다.
통상 아파트 택지를 개발하기에 앞서 건설 업체들은 교육청과 협의해 학교 용지를 확보하는 과정을 거친다.아파트 신설 승인 이후 분양 계획까지 나오면 이를 토대로 분양 홍보가 시작된다.그런데 실제로 학교가 지어질지 여부는 이 단계에서 아직 결정되지 않는다.즉,교육부의 중앙투자심사는 학교 설립 계획을 포함한 내용이 입주 예정자들에게 이미 홍보돼 계약까지 마친 뒤에야 이뤄진다.
정작 교육부는 인구 급감으로 신설 학교 설립에 보수적이다.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5년(2020년~2024년 상반기) 교육부에 중앙투자심사를 의뢰한 초·중·고등학교 342곳 중 60.2%(206건)만이 통과됐다.학교 신설 문턱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 300억 미만의 소규모 학교는 심사를 면제하는 등 기준이 완화됐지만,학령 인구 등 요인을 여전히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게 교육부 입장이다.교육부 관계자는 “투자 심사는 재정이 많이 수반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엄격하게 심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렇듯 학교 설립을 앞세워 분양을 유치하는 아파트 단지와,정부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사이 학부모 계약자들의 피해만 잇따르고 있지만 책임 소재는 불분명하다.
민간이나 공공 건설 업체는 자신들이 학교 설립의 직접적인 주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장항제일풍경채 측 건설 업체 관계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지구계획을 반영해 학교 설립 정보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LH는 장항제일풍경채가 포함된 장항지구B1블록을 조성했다.LH 관계자는 “지구를 조성하고,학교 용지로 구성이 된 곳에 대해서 매각이 완료되면,용지를 받아간 쪽에서 학교 설립을 진행하다 보니 저희 영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교육청은 학교 용지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놓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신규 아파트 단지 내 학교 설립 문제로 갈등을 빚은 한 교육청 관계자는 “일단 용지를 확보해놓고,추후 학생 유발 요인이 생기면 학교를 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확하지 않은 학교 설립 정보를 입주자들에게 직접적으로 홍보한 건설 업체에도 책임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훈호 공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절차를 지킨다면 분양 업체가 교육부의 투자 심사가 완료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분양 계획 단계에서 바로 학교가 들어올 수 있다며 홍보한 것”이라며 “건설사 측에서 기부채납을 하는 등 부담을 늘려 투자 금액을 교육부 심사 기준(300억 미만) 낮추는 등의 방법밖에는 해결책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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