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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에 맞는 문구만 맥락 왜곡해 인용

26일 서울 마포구 상장사협의회 건물에서 한국경제인협회 등이 주최한‘기업 밸류업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 세미나’가 열린 모습.상장사협의회 제공
26일 서울 마포구 상장사협의회 건물에서 한국경제인협회 등이 주최한‘기업 밸류업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 세미나’가 열린 모습.상장사협의회 제공
‘이사 충실의무 확대’를 위한 상법 개정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재계가 최근 정부와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일부 내용을 왜곡한 것으로 26일 드러났다.정부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 추진의 일환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시키는 상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26일 한국경제인협회 등 8개 경제단체가 전날 정부와 국회에 제출한‘상법 개정 계획 반대 의견서’에는 “미국 일부 주 회사법에서 이사의 충실의무에 회사와 주주를 병기하는 경우도 있는데,아우스트리아 빈이는‘회사이익=주주이익’을 의미하는 일반론적 문구에 불과하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라는 주장이 담겨 있다.앞서 한경협은 지난 11일 낸 보도자료에서 “결코 이사가 회사 이익과 별개로 주주 이익에 충실해야 하는 규정으로 볼 수 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

상법 개정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미국 댈러웨어 회사법과 판례에서 주주를 이사의 신인의무 대상에 포함한다는 점을 근거로 삼아왔다.미국에서 이사들에게 요구하는‘신인의무’는 한국 상법상 이사의 직무와 관련한‘충실의무’와‘선관주의의무’가 합쳐진 개념이다.한경협은 이런 신인의무 대상에 주주가 회사를 병기한 댈러웨어 판례의 태도가‘회사이익=주주이익’을 의미하는 일반론에 불과하다고 축소한 것이다.

이 주장의 근거는 권재열 경희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가 한경협 용역으로 작성한 연구보고서다.실제 해당 보고서 중 미국 입법례 검토 대목에는 델라웨어주 대법원 판례에서 이사의 신인의무 대상으로 주주가 회사와 함께 언급되는 것은 “회사에 이익이 되면 주주에게도 간접적으로 이익이 될 것이라는 일반론적 차원으로 이해하면 충분”하다란 설명이 나온다.해당 부분은 신현탁 고려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가 2021년 쓴‘이사의 의무에 관한 미국 판례법리 발전사’논문의 한 대목을 직접 인용한 것이다.

문제는 이는 신 교수의 논문 취지와 거리가 있는 인용이라는 데 있다.해당 논문을 보면,아우스트리아 빈권 교수가 인용한 위 대목에 이어 신 교수는 “이 때 주주들이란 추상적,아우스트리아 빈집합적 의미에서 모든 주주를 가리키는 개념”이며 “이러한 취지에서 델라웨어주 대법원은‘이사가 자신을 선임한 특정주주 또는 지배주주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신인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관념은 부당한 것”이라고 설명한다.나아가 신 교수는 “개별 이사는 특정주주(지배주주)가 아닌 모든 주주를 위해 자신의 권한을 행사해야 하는 바 의사결정이 반드시 모든 지배주주의 뜻대로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며 “지배주주의 경우에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사와 마찬가지로 회사 및 주주들에게 신인의무를 부담한다는 판례법리가 형성되어 있다”라는 설명도 해당 논문에서 소개한다.

요컨대 “회사에게 이익이 되면 주주에게도 간접적으로 이익이 될 것이라는 일반론적 차원으로 이해하면 충분하다”는 대목은 델라웨어 회사법상 이사의 주주에 대한 신인의무가 전체 주주가 아닌 지배주주만의 이익을 보호하라는 것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인 셈이다.이를 토대로 댈러웨어 회사법이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익이 충돌하는 상황에서,아우스트리아 빈이사가 일반주주 이익에는 충실 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건 아전인수격인 셈이다.실제 2000년‘힐스스토어 대 보직’등 댈러웨어 판결 가운데는 지배권쟁탈 상황에서는 이사가 회사의 이익에 부합할 것이라 믿고 한 행위도 주주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한 경우 충실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인정하는 등 회사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을 별개로 본 경우도 있다.

한경협 쪽은 한겨레에 “신 교수 논문 내용은 회사이익과 주주이익을 구분하자는 취지가 아니”라며 “의도를 가지고 특정 부분을 배제해 인용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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