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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는 지금 소리 없는 전쟁 중이다.만년 1위 넷플릭스는 10년 만에 처음 가입자 감소를 경험했고,애틀랜타 도박그 뒤를 잇는 서비스들은 해마다 불어나는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이럴 때 카메라는 화려함을 좇기 마련이다.자극적인 콘텐츠야말로 시청자를 손쉽게 붙잡아두는 방법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토종 OTT 웨이브가 조금은 다른 행보로 눈길을 끌고 있다.지난 28일 공개한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모든 패밀리>가 그것이다.주인공은 2019년 미국에서 정식 부부가 된 레즈비언 커플(세연-규진)과 3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게이 부부(팀-팩).
이날 공개된 1~2화에는 한국 사회에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보내는 일상이 그려진다.정자 기증을 통해 딸을 출산한 세연과 규진 커플은 육아 전쟁에 돌입한다.각각 은행원,애틀랜타 도박요식업 종사자인 팀과 팩은 매주 일요일 교회에서 예배를 올린다.동성 커플이 임신·출산을 준비할 때 만나는 장애물이나 일상을 노출한 이들이 겪는 악성 댓글 같은 문제도 다뤄진다.총 5부작인 <모든 패밀리>는 매주 금요일 순차 공개될 예정이다.
웨이브의 색다른 실험은 수 년째 이어지고 있다.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드라마·예능의 홍수 속에서 이뤄지는 드문 시도다.
2022년에는 타투와 타투이스트에 관한 선입견을 깬 다큐멘터리 <더 타투이스트>를 선보였다.살구색 테이프로‘덕지덕지’가려지는,금기와도 같던 타투를 방송 전면에 내세운 첫 시도였다.비슷한 시기 공개된 다큐멘터리 <메리 퀴어>는 동거 중인 퀴어 커플 세 쌍의 연애와 결혼 도전기를 그렸다.이성애자와 다를 것 없는 퀴어의 연애와 사랑을 비추는 한편 느리지만 조금씩 변화하는 사회 시선도 담았다.
정치·사회적 이슈를 끌어안는 실험은 예능으로도 이어졌다.2022년 첫 시즌을 시작으로 최근 시즌 3까지 나온 <남의 연애>가 대표적이다.<남의 연애>는 연애 예능의‘게이 버전’이다.게이 출연자들이 일정 기간 한 공간에 머물며 짝을 찾는다.연애 예능이 이성애자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시대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올해 초 공개된 <더 커뮤니티: 사상검증구역>도 있다‘이념 서바이벌’을 표방한 이 프로그램은 각기 다른 사상을 가진 12명이 모여 미션을 수행하고 우승자를 가린다.참가자들이 첨예한 사회 이슈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는 모습은 예능에선 좀처럼 보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웨이브 오리지널 콘텐츠의 방향은 콘텐츠그룹 콘텐츠비즈팀이 정하고 있다.팀장 없이 4명의 팀원으로만 구성된 작은 조직이다.이 팀 소속으로 <남의 연애>·<메리 퀴어> 제작에 참여한 임창혁 PD는 전화 인터뷰에서 “항상 사회 현상을 잘 담는다는 큰 틀 안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콘텐츠가 가진 힘으로 세상에 이야기를 던져야 하기 때문”이라며 “<모든 패밀리>,애틀랜타 도박<더 커뮤니티> 등도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첨예한 이슈를 다루는 만큼 자극적인 연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그러나 성과 만을 위한 연출과 콘텐츠는 지양한다고 임 PD는 말했다.“<남의 연애>만 보더라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담백하게 흘러갑니다.다른 연애 프로그램에서 당연히 볼 법한 갈등을 저희는 넣지 않아요.잘못된 메시지를 주거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내용은 지양하고 있습니다.”
신념 만으로 콘텐츠를 만들기엔 OTT 업계가 너무 피튀기는 것은 아닐까‘착한 콘텐츠’가 수익성이 없다는 것은 편견이라고 임 PD는 말한다.
“<더 커뮤니티>의 경우 우리 사회 구성원이라면 (참가자 12명 중) 한 명쯤 공감할 만한 내용이라 수익 측면에서 성과가 있었습니다.<더 타투이스트>는 기존 가입자들의 시청 시간이 길었고요.퀴어물은 소비층이 상대적으로 적은 게 사실이지만,애틀랜타 도박제작비가 매우 저렴해 수익이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그렇다 하더라도 민감한 이슈가 소재이다 보니 쉬운 결정은 아닙니다.임원들을 포함해 의사 결정권을 가진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잘 이끌어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