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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재판부는 지난달 30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간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1조원대 재산분할을 명령하면서‘노 관장의 가사노동 기여’를 인정했다.“내조와 가사 노동만으로는 사업용 재산을 나눌 수 없다”는 1심 재판부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이는 가사노동의 개념·가치와 공동재산 기여 정도를 더욱 폭넓게 해석하는 최근 판례를 반영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재산분할 제도는 1990년 1월 민법을 개정하면서 등장했다.이전까지만 해도 재산은 주로 남성 소유로 추정됐고,여성 배우자의 재산 형성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남성 배우자와 비교해 사회·경제적으로 약자인 경우가 많은 여성 배우자의 권리 보장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법이 개정됐다.부부간 경제적 독립이나 실질적 불평등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였다.
재산분할 제도를 마련했지만 재산 형성과 유지에 대한 기여 범위와 대상에 대한 논쟁이 이어졌다.해외에선 법으로 형평에 따른 재산분할 비율을 정하고 있지만 국내에선 재산분할 비율과 범위,대상 등을 법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결국 개별 이혼 사건마다 재산 기여도에 대한 법원의 해석과 판례가 쌓이면서 기준이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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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재산’은 이 논쟁을 한층 복잡하게 만들었다.민법은 특유재산을 “부부 중 한쪽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으로 정한다.결혼 전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주식,부동산 등이 대표적이다.특유재산은 혼인 전 취득한 재산이기 때문에 혼인 뒤 배우자의 기여가 없는 한 이혼소송에서 재산분할 대상으로 포함되지 않는다.
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에서도 SK그룹 주식을 특유재산으로 볼 것이냐가 핵심 쟁점이 됐다.최 회장 측은 “SK그룹 주식은 선대로부터 증여·상속받은 특유재산이라 재산분할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1심 재판부는 최 회장 쪽으로 기울었다.재판부는 “사업용 재산을 가사노동에 의한 간접적 기여만을 이유로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SK주식은 특유재산으로 보고 재산분할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2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재판부는 최 회장 명의의 계좌거래 등을 보면 과거 SK주식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최 회장이 선대 회장 돈만으로 매입한 것이 명확히 입증되지는 않는다고 봤다.오히려 SK그룹이 성장하는 데 노 관장의 선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자금이 쓰였다고 봤다.당시 노태우 정부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사업 진출에 길을 터주는 등 노 전 대통령을 포함한 노 관장 측의 유·무형적 기여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노 관장이 혼인기간 가사 및 양육을 담당했고‘그러는 사이 이뤄진 최 회장의 경영활동이 SK주식 가치 상승에 기여했으며‘노 관장은 SK그룹 산하 워커힐 미술관 관장이 된 이후 미술관 후신인 아트센터 나비 관장으로 재직한 점’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재판부는 “노 관장이 가사노동 및 양육과 일정한 영역의 대외활동 등을 통해 가족관계를 비롯한 일정한 영역에서 최 회장의 대체재 내지 보완재 역할을 담당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최 회장의 경영활동과 SK주식의 가치 유지 및 증가에 기여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는 대법원 판결 추세와도 비슷하다.대법원은 1998년부터 특유재산 인정의 예외 범위를 점차 넓혀 왔다.대법원은 재산분할 제도의 사회·문화적 배경에 따라 “특유재산을 취득하고 유지함에 있어서 상대방의 가사노동 등에 의한 내조가 직·간접으로 기여했다면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고 판시했다.
서혜진 더라이트하우스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파격적인 결과가 아닌 법리 그대로 적용한 재산분할 판결”이라며 “가사노동이 과거엔 집안 업무에만 국한됐다면,2024년4월23일 원주 DB 프로미 부산 KCC 이지스최근에는 가사 전반에 관한 기여를 의미한다는 점에서‘가사노동’에 대한 직·간접적인 기여는 폭넓게 인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고법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는 지난달 30일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1700만원,위자료로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판결 이후 최 회장 측은 대법원에 상고 뜻을 밝혔다.
▼ 유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