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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양부모 친모에게 고마움 표시한 것…병원비 보태려는 도의적 조치"
출생 신고 어려웠던 친모 불임 양부모에게 신생아 넘기기로 약속
[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신생아를 낳자마자 다른 부부에게 넘기고 100만원을 챙긴 엄마가 아동매매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1단독 김태업 판사는 아동복지법상 아동 매매 혐의로 기소된 친모 A(45·여)씨와 B씨 부부에게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로 판단했다.다만 A씨 딸의 출생 기록을 허위로 작성해 신고한 혐의(공전자기록 등 불실기재 등)로도 기소된 B씨 부부에게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각각 선고했다.
김 판사는 “여러 진술 등을 종합하면 A씨가 신생아를 건네는 대가를 먼저 요구한 걸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퇴원 후 며칠이 지나 A씨 측 계좌로 송금된 100만원은 그의 친정어머니가 넌지시 B씨 부부에게 요구한 돈보다 훨씬 적은 액수로 병원비에 보탤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또 “B씨 부부가 100만원을 건넨 행위는 아이를 키울 기회를 준 A씨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병원비 등에 보태려는 도의적 조치였다”며 “피고인들이 적법한 입양 절차를 따르진 않았지만,월드컵 조 추첨 프로그램대가를 받고 아동을 매매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사연은 지난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아기를 키울 자신이 없었던 A씨는 당시 출산을 앞두고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신생아를 다른 곳에 입양 보내고 싶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이에 불임으로 속앓이를 하던 50대 여성 B씨와 그의 남편이 A씨 글에 댓글을 달았고,만남이 성사됐다.
첫 만남에서 A씨는 “다른 자녀 3명이 더 있는데 사정상 신생아가 태어나도 출생 신고를 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이에 B씨 부부도 “까다로운 절차 탓에 입양이 어렵더라”며 “낳아서 보내주면 잘 키우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A씨는 출산을 하루 앞두고 “아이가 곧 나올 것 같다”며 B씨에게 재차 연락을 취했다.실제로 A씨는 다음 날 점심 무렵 산부인과 병원에서 출산했으며 이틀 뒤 퇴원하면서 신생아 딸을 B씨 부부에게 넘겼다.며칠 뒤 A씨 계좌에는 B씨 부부가 보낸 현금 100만원이 입금됐다.
B씨 부부는 출생 신고 방법을 고심했다.그러다 “가짜로 증인(증명인)을 내세우고‘집에서 아기를 낳았다’고 하면 출생 신고를 할 수 있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A씨의 딸은 부부의 친생자로 출생 신고가 돼 초등학교에도 입학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아동매매 혐의는 작년 경찰에 의해 드러났다.A씨는 경찰 조사에서 “돈을 먼저 달라고 하지 않았다”며 “(출산하고) 며칠 뒤 (B씨 부부가) 몸조리하는 데 쓰라면서 100만원을 계좌로 보내줬다”고 주장했다.
B씨도 “A씨 연락을 받고 출산 전날 오전에 찾아갔더니 그의 친정어머니가 “어디는 500만원도 주고,월드컵 조 추첨 프로그램1000만원도 준다더라고 얘기해 포기할까 고민하며 되돌아왔다”며 “나중에 A씨가 언니 그냥 와줄 수 없겠냐고 다시 연락해 아이를 데리러 갔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검찰의 생각은 달랐다.검찰은 A씨가 B씨 부부에게 “병원비가 모자랄 것 같은데 보태줄 수 있느냐”고 말하는 등 아동매매 대가를 먼저 요구했다며 A씨를 기소했다.아울러 A씨에게 100만원을 주고 신생아를 넘겨받은 B씨 부부를 함께 재판에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