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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직접 픽업해도 배달료 부과
배달료 지원,플랫폼사만 배불려
"공정위가 관여할 부분 검토해야"
재료비,공과금까지 내고 나니 번 돈의 절반만 남았다.B씨는 플랫폼 수수료를 줄이기 위해 식당에 직접 전화해 주문하면 무료 배달을 해주겠다고 손님들을 설득하고 있다.
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집계에 따르면,지난달 배민의 월간 사용자 수는 2213만명으로 가장 많았다.이어 쿠팡이츠(733만명),요기요(554만명) 순이다.소상공인들은 국내 배달앱 사용자 수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배민을 통하지 않고선 매출 급감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음식업 등 영세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내년부터 배달료 신규 지원을 추진하고,배민 등 플랫폼 사업자와 상생을 위한 논의를 촉진하겠다고 지난 3일 밝혔다.그러나 소상공인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정부가 세금으로 주는 배달료 지원금은 고스란히 외국계 기업에게 넘어갈 판이고,소상공인들은 배달료 뿐 아니라 6.8%의 수수료까지 내야 하는 이중 구조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가맹사들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지난해 3조4155억원의 매출과 699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고,99.07%의 지분을 보유한 모회사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4127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4일 서울에서 만난 한 식당 사업주는 "배달 플랫폼들이 물가인상을 주도해 놓고선 '무료배달' 서비스를 내세워 마치 물가부담 경감 주역인 척 소비자들을 기망하고 있다"고 했다.소비자에겐 배달료를 받지 않지만,식당은 배달수수료를 지불한다.이 사업주는 "무료배달 서비스는 고물가에 근근히 버티고 있는 가게들이 플랫폼에 내는 배달비,수수료로 이뤄진다는 걸 고객과 정책 입안자들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업주는 상반기 1억원의 매출 중 약 770만원을 배달 플랫폼에 냈다고 했다.배민에 약 528만원,스마트폰 맞고쿠팡이츠에 약 221만원,요기요에 약 21만원 등이다.배민앱 무료배달서비스인 배민1플러스로 음식이 팔릴 때마다 건당 3200원의 배달비(라이더 지급)와 6.8%의 수수료(플랫폼사용료)가 나갔는데,1만원짜리 음식을 팔면 배달비와 수수료까지 약 4000원을 플랫폼에 주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업주는 "이런 정률제 구조에선 팔면 팔수록 손해"라며 "손님들한테 우리 가게로 직접 전화주면 무료 자체배달 서비스를 해주겠다고 안내하고 있다.이렇게라도 배달비,수수료로 나가는 돈을 줄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배민은 기존 정액형 요금제(월 8만8000원)와 배민1플러스(정률제) 중 점주가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하지만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무료배달이 배민1플러스에만 적용되다보니,두 요금제 모두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게 점주들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배달 플랫폼의 폭리를 막기 위한 정책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배달앱 시장이 엔데믹(풍토병화)과 함께 정체되면서,스마트폰 맞고플랫폼들은 소비자를 묶어두기 위해 무료배달을 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플랫폼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그 줄어드는 부분은 누가 감당하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경쟁 차원에서 볼 때 이 부분은 플랫폼과 점주가 나눠 감당해야 하는데,지금은 모두 점주가 감당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이 교수는 "특히 수수료 부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관여할 부분이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과거 여행·숙박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할인쿠폰을 플랫폼사에게 지원한 선례가 있었다"며 "당시 현장에서는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는 업체에는 혜택이 가지 않고 연결하는 업체들,즉 플랫폼사에만 도움이 됐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선례를 참고·보완해 현실적으로 배달앱 이용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직접적으로 경감시켜 줄 지원책이 나와야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