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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시장 새 명물… 세계적 설치 미술가 네드 칸 공공미술 작품‘비의 장막’
가락시장은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동남권 도매시장으로 1985년에 송파구 가락동에 개설됐다.그해 수산물 시장을 먼저 열었고 이듬해 축산물 시장을 개장했다.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에는 청과시장까지 열었다.정식 명칭은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지금도 농수축산 관련 3200여 업체가 입점해 1만3000여 상인들이 '어서 오세요!'를 외치며 바쁜 하루를 보낸다.이곳 높이 32m 폐정수탑(급수탑)이 세계적인 설치 미술가 네드 칸(64)의 공공미술 작품으로 최근 재탄생했다.네드 칸은 싱가포르의 랜드마크가 된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의 인공폭포 '레인 오큘러스'를 만든 그 사람이다.가락시장 8차선 네거리의 새로운 명물이 될 공공미술 작품이 궁금해 최근 현장을 찾았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날이었다.바다를 연상시키는 파란색 조형물이 잔물결 지듯 반짝거리며 서 있는 게 멀리서도 시원해 보였다.우뚝 솟은 그 작품을 거울 연못이 원을 그리듯 감싸고 있어 더욱 시원하게 느껴졌다.
가까이 가보니 그 조형물이 왜 반짝거리는지 알 수 있었다.작가는 깔때기 모양 옛 정수탑의 원형을 보존하기 위해 정수탑의 상부와 하부를,스포츠 조합배팅와이어 케이블을 사용해 커다란 다이아몬드 형태로 엮어 면사포처럼 덮었다.다이아몬드 형태 와이어 프레임 안에는 파란 사각형 형태의 얇은 플라스틱 판(듀라비오)을 촘촘히 매달았다.듀라비오는 옥수수 등에서 추출한 전분을 가공해 만든 친환경 바이오 소재다.이것이 바람이 불면 앞뒤로 살랑살랑 흔들리며 움직였던 것이다.33만개가 넘는 듀라비오 조각이 일제히 춤을 추며 잔물결 짓는 이 키네틱 아트를 작가는‘비의 장막(Rain Veil)’이라고 이름 붙였다.그러고 보니 외관이 위는 넓고 아래는 좁아지는 게 빗방울을 닮았다.
연못 위에 난 길을 따라 내부로 들어가면 종교적 공간에 들어선 기분이 든다.타일 형태의 푸른색 불투명 레진이 폭포처럼 수직으로 설치됐는데,스포츠 조합배팅그 푸른 공간은 자신과 사회를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었다‘푸른색 폭포’는 30년간 높아진 바다의 수위 변화를 상징하는 6가지 색으로 구성됐다.작가가 시민 100명과 함께 만든 이 레진 아트의 제목은‘바다의 시간’이다.에메랄드 빛 아름다운 그 푸른색은 실상은 더 이상 지구 온난화를 방치하지 말라는 바다의 울음 같은 색이었던 것이다.
2004년 용도폐기 된 이 정수탑은 제 몸체가 고스란히 보존돼 세계적인 예술가의 미술 작품으로 거듭나리라고 상상이나 했을까.1986년 지어진 후 총 600t 물을 가두는 능력을 뽐내며 상수도의 심장이 돼 낙차를 이용해 거미줄처럼 얽힌 가락시장 수도관으로 수돗물을 공급할 때만 해도 의기양양했다.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정수탑 낙차방식을 쓰지 않고도 가압펌프 방식을 통해 바로 수돗물을 공급하는 시대가 열리면서 제 역할을 잃었다.1980년대 신축 아파트마다 있었던 물탱크가 사라진 것과 같은 이치다.
정수탑의 운명을 놓고 시장 상인 간 의견이 엇갈렸다.2009년부터 가락시장 현대화 사업이 진척되면서 정수탑 일대를 물류작업장으로 바꾸자는 의견도 제시됐다.20년간 가동을 멈춘 폐정수탑이 살아남은 것은 박원순 전 시장 체제에서 미래 유산을 지키기 위해 추진했던‘서울시의 한 동 남기기’덕분이다.깔때기 모양 이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이 이제는 서울에 단 하나 남은 급수탑이기 때문이다.여기에 이 일대를 공원화하는 방안이 추진된 것도 힘을 보탰다.
마침 서울시가 거리의 공공미술을 개선하기 위해 산하 구청을 대상으로 공모하는‘서울은 미술관 프로그램’에 2022년 선정됐다.시 예산 14억4000만원이 투입됐다.공공미술 프로젝트와 별도로 주변에는 공원이 조성됐다.
가락시장 옛 정수탑과 유휴 부지를 활용해 일상 속 문화 예술 공간을 조성하겠다는 이 사업은 아직은 미완성으로 보인다.바다처럼 시원해 보이는 키네틱 아트가 탄생하고 주변에는 공원이 조성됐지만 뙤약볕 아래 그늘은 적고 앉아서 쉴 벤치도 적어서다.가락시장에서‘OO 수산’을 운영하는 상인 K씨는 “지난달 31일 개장식 때 가봤다.정수탑이 멋진 작품으로 변신했더라.그런데 나무가 아직 자라지 않았고 그늘이 없어서 오래 있지 못하고 금방 와버렸다”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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