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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자 김씨에게 걸려온 경찰의 전화
"전세사기 수사중" 말 듣고 '보이스피싱' 의심
외롭고 초조할 때마다 형사들에 연락
고마운 마음 담아 경기남부경찰청장에 손편지 보내
경찰,총책 등 관련자 129명 송치
"경찰입니다.전세사기를 수사 중인데 현재 살고 있는 집도 대상입니다"
지난해 말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은 김한성(27·가명)씨는 대뜸 '전세사기'라는 말에 '에이.보이스피싱이구나'라는 생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지난 2022년 4월 인천 부평구 한 오피스텔을 보증금 1억4천만원에 전세로 계약했고,계약 만료까지는 아직 4개월이나 남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뉴스에서 보던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대부분 계약이 만료된 사람들이라는 생각도 한 몫했다.
그런데 얼마 뒤 경찰관 명함과 사진이 포함된 문자메시지가 왔다.김씨는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경기남부경찰청에 전화해 해당 형사와 소속을 물었다.전세사기를 수사하는 경찰관이라는 답변을 듣고서야 떨리는 마음으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씨에게 연락한 이들은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기동3팀 소속 형사들이었다.서울과 경기,인천 등지에서 조직적으로 전세사기를 벌이는 일당이 있다는 첩보를 받고 수사중이었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2024년 7월 10일자 [단독]400억 전세사기 피해 막은 경찰,어떻게 가능했나)
김씨는 "아직 계약기간이 남았는데 대뜸 전세사기 피해자라고 말하니 당시에만 해도 보이스피싱 일당으로 생각했다"라며 "경찰서에 직접 나가서 진술을 하니까 그제서야 문제가 생겼구나 싶었다"라고 말했다.
김씨의 걱정은 커져만 갔다.피해자가 100명이 넘는다는 얘기에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 할 것 같았다.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도 뼈아팠다.
김씨는 불안한 마음에 집 근처에 있는 전세사기 피해지원센터를 찾았다.하지만 돌아온 것은 훈계와 꾸중뿐이었다.김씨는 "전세보증보험을 가입하지 않았다고 하니 거기 있던 '이런 것도 작성 안 하면서 무슨 전세계약을 했냐'라고 소리치더라"라며 "정말로 돈을 못 받는다고 생각하니 힘들었고,월드컵 아나운서직원의 말도 맞아서 더 힘들었다"라고 떠올렸다.
김씨 오피스텔의 소유주인 A씨도 보증금을 돌려줄 생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땅이 꺼지고 하늘이 무너졌다.A씨는 고령인 자신의 나이와 건강을 언급하며 김씨에게 오히려 협박 아닌 협박도 했다.결국 김씨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로 오피스텔에 눌러앉을 수밖에 없었다.
힘이 된 건 형사들이었다.김씨의 전화를 귀찮아 하지 않고 받아 안심시켜 줬다.때로는 먼저 연락을 걸어와 안부를 묻기도 했다.
그러던 지난달 김씨는 A씨가 보증금을 돌려주기로 했다는 연락을 받았다.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수사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였다.김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돈을 돌려받지 못할 것 같고,월드컵 아나운서초조함도 커졌는데 그럴 때마다 의지가 된 건 형사들"이라며 "다른 피해자들 상당수도 피해 회복이 이뤄졌다고 해서 더 뜻깊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손편지를 경기남부경찰청장과 국가수사본부장에게 보냈다.김씨는 "실제로 편지를 확인할지는 모르겠지만,고마운 마음만은 꼭 전달됐으면 한다"라며 "최근 경찰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일도 있지만,현장에서 이렇게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하는 경찰관이 있다는 걸 알았고,많은 사람들도 알아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사건을 수사한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사기 및 형법상 범죄단체조직 혐의로 총책 B씨 등 2명을 구속 상태로 최근 송치했다.또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인 등 127명을 불구속 상태로 함께 검찰에 넘겼다.범행에 가담한 임대업자와 바지사장 등 5명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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