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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배달 하다 사고.후유증으로 갑자기 쓰러지는 일 잦아
아내 거동 힘든 데다 최근 췌장암 재발해.간까지 전이
쓰레기장으로 전락한 집도 문제.치우기 '막막'
새것은 가질 수 없는 삶이었다.고물로 가득한 방 2곳과 부엌을 바라본 정용수(가명·69) 씨가 한숨을 푹 내쉰다.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하나둘씩 쟁여놨던 물건들에게 집을 빼앗긴 지 오래다.안방에 놓인 파란 매트 한 켠이 그에겐 유일한 공간.그마저도 바퀴벌레들이 곁을 에워싼다.
이 집에서 함께 살던 그의 아내는 지난달 요양병원에 입원했다.4년 전 수술 받았던 췌장암이 재발,간으로 전이까지 됐다.뇌병변 장애인인 아내를 위해 누구도 쓰지 않았던 새 휠체어를 구해왔건만,쓸모를 곧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병원비를 벌기 위해 폐지를 주우러 가는 용수 씨.인생은 폭염만큼이나 뜨겁고,마르퀴뇨스따갑다.
◆어릴 적 사고로 뇌전증 앓아.배신·사기로 모아둔 돈 잃어
용수 씨는 중학생 때 자전거를 타고 신문배달을 하다가 버스와 부딪혀 도로 옆 하수구에 머리를 크게 박았다.이 사고로 5달 넘게 병원 신세를 지고도 그는 계속 돈을 벌어야만 했다.한국전쟁 참전용사였던 아버지가 전쟁 때 당한 발목부상 여파로 경제활동을 꾸준히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용수 씨는 생계를 위해 단순 일용직부터 용접,마르퀴뇨스목공 등 간단한 기술을 요하는 일까지 가리지 않았다.
하지만 일을 하다 갑자기 쓰러지는 일이 잦았다.지금에서야 이 병이 '뇌전증'이라는 것을 알게 됐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제대로 된 진단도 받지 못했다.회사에서는 가끔씩 쓰러지는 노동자를 가만둘 리가 없었고,입사와 퇴사가 반복됐다.수입 역시 불안정했다.
그래도 20대 중반엔 결혼을 하고 애도 낳았다.괜찮은 집도 구하면서 의욕에 불탔지만 얼마 못 가 상실감에 빠졌다.아내가 전세보증금을 빼들고 종적을 감췄고,태어난 아이가 내 자식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돼서다.곧 아내를 찾았지만 이미 돈을 돌려받을 방법은 없었다.
세상도 가혹했다.생전 처음 하얀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하고 일을 할 수 있다는 말에 속아 모아둔 돈을 털어 물건을 샀는데,알고 보니 다단계 사기였다.돈을 모으긴 어려웠지만 잃는 건 한순간이었다.
지금의 아내는 30대 후반이 돼서야 만났다.그 역시 교통사고 후유증을 깊게 간직하고 있었다.젊은 시절 군부대에서 사무직으로 근무를 했었는데,회식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사고가 났고 이후부터는 거동이 불편하게 됐다.처지가 비슷했던 터라 오히려 서로 큰 의지가 됐다.
◆종일 폐지 주워도 5천원도 못 벌어.아내 병원비 못 낼까 '전전긍긍'
부부는 용수 씨 여동생 명의의 집에 월세를 내며 지내왔다.용수 씨는 되는대로 일을 찾아다녔고 아내는 국가에서 하는 자활사업에 참여하며 생활비를 벌었다.그러다 아내는 수년 전부터 뇌병변 장애와 근골격계 질환이 심해져 바닥을 기어다녀야 간신히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늙고 병든 용수 씨도 폐지를 줍는 일 외에는 할 수 없다.
다행히 약 70만원의 기초생활수급비를 받고 있지만 지난달 아내가 요양병원에 입원하면서 생활이 빠듯해졌다.항암치료도 병행해야 하는데 당장 이번 달 비급여 치료비와 입원비가 얼마나 나올지 알 수 없다.이를 위해 폐지를 줍는 시간을 더 늘렸지만 손에 쥐는 돈은 5천원이 채 안된다.
쓰레기로 뒤덮인 집도 문제다.아내가 병원에 입원한 뒤로 집을 치워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다.지자체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관련 예산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혼자서라도 해보려고 했지만 양이 너무 많아 아직 엄두도 못 내고 있다.
혹시라도 아내가 세상을 떠난다면 장례라도 제대로 치러주고 싶은데,그럴 돈도 없는 현실이 야속하기만 한 용수 씨.행여 본인이 누군가에겐 또 다른 짐이 될까 싶어 말없이 '시신기증 신청서'를 매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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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허리병에 거동 힘든 김석호 씨에게 2,233만원 전달
허리 통증 심한데 검사비 비싸 제대로 치료 못 받는 김석호 씨(매일신문 6월 4일 10면 보도)에게 2천233만1천400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김나현 10만원 ▷안현숙 5만원 ▷곽병완 3만원 ▷박명호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신종욱 2만원 ▷최은서 1만5천원 ▷최정원 1만5천원 ▷강명은 1만원 ▷황성광 1만원 ▷김진혹 5천원 ▷이장윤 2천원 ▷'나노김동현' 7만원 ▷'필요한곳에쓰이' 2만원 ▷'청명(고나배정)' 1만원 ▷'희망있는사회돕' 2천원 ▷'나중에더돕기' 500원 ▷'어려운시기돕자' 400원이 더해졌습니다.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벼랑 끝 내몰린 김가림 씨에게 2,160만원 성금
코로나19로 시련 시작돼 남편 잃고 말기암 판정 어머니 간호하는 김가림 씨(매일신문 6월 11일 10면 보도)에게 43개 단체,마르퀴뇨스117명의 독자가 2천150만1천86원을 보내주셨습니다.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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