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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식 '더 키친 일 뽀르노' 피자 총괄 셰프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더 키친 일 뽀르노의 화덕 앞에 선 오태식 셰프의 모습./ 사진 = 박재형 기자.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더 키친 일 뽀르노의 화덕 앞에 선 오태식 셰프의 모습./ 사진 = 박재형 기자.
 

19살 십자인대 부상으로 축구선수의 꿈을 접고 일주일을 울던 청년이 있었다.승부욕과 근성만큼은 남부럽지 않던 그는 누나를 따라 요리에 눈을 떴다.그중에서도 요리사의 손길 하나하나에 맛이 섬세하게 변하는 화덕 피자에 빠졌다.피자 배달부로 시작해 막내 셰프로 호텔 주방에 들어갔다.그로부터 15년이 지난 2024년,이 청년은 피자의 성지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역사를 쓴다.월드 피자 챔피언십에서 아시아인으로는 4번째로 수상대에 오른 것이다. 

오태식 셰프(33) 이야기다.오 셰프는 지난달 열린 '제21회 APN 월드 피자 챔피언십 STG 부문에서 2위를 거머쥐었다.매년 나폴리에서 열리는 APN 월드 피자 챔피언십은 전 세계 최고의 피자이올로(피자 장인)를 가리는 축제다.올해는 5개 대륙, 총 600명이 참가해 실력을 겨뤘다. 

오 셰프의 수상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대회의 꽃이라 불리는 STG 부문에서 이룬 성과이기 때문이다.STG(Specialita Traditionale Garantit)를 직역하면 '전통 특산품 보장'이라는 뜻으로 나폴리 정통 피자인 마르게리따와 마리나라 피자로 경쟁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대로 식재료와 조리방식을 엄격하게 구현해야 한다.현지화를 가장 중요한 평가 지표로 여기는 만큼 아시아 셰프의 수상은 더욱 특별하다. 

오 셰프는 현재 '더 키친 일 뽀르노'의 피자 총괄 셰프로 활동하며 15명의 피자이올로 팀을 이끌고 있다. 2009년 이곳의 전신인 '더 키친 살바토레 쿠오모'에서 시작한 셰프 생활이 어느덧 15년 차를 맞이했다.자타공인 피자 장인으로 거듭난 그의 넥스트 스텝은 후배 양성이다.현지인에게 현지보다 더 맛있는 피자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지난 11일 오전 10시,피자빙고 밀양수산점서울 강남구 더 키친 일 뽀르노 역삼 센터필드 점에서 오 셰프를 만났다.오픈 준비로 여념 없는 그에게선 여유와 열정이 동시에 느껴졌다. 

 

- '제21회' STG 부문 2위 수상 축하드립니다.수상 소감 듣고 싶습니다. 

△ 우선 창단부터 함께한 한국 APN 나폴리 피자 협회 회원분들께 감사하다.지원을 아끼지 않은 쉐프스푸드,엠즈씨드 대표님과 정승일 사업부장님,오랜 스승님인 강우석 셰프님께도 감사 인사를 빼놓을 수 없다.늘 전폭적인 응원으로 큰 힘이 되는 부모님 그리 가족분들과 일뽀르노 현장에서 수고하는 피자 이올로팀에게도 감사하다.그리고 10월에 아기가 태어날 예정이어서 더욱 큰 선물인 것 같다.아내에게도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 수상 당시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 사실 STG 부문에서 수상을 하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참가한 3개 부문 중 열심히 했던 분야는 클래식,계절 피자였다.이 부문에서 내 이름이 호명되지 않아 상심했었다.무대 뒤쪽에 가 있었는데,협회 분들이 내가 STG 부문 수상자라고 찾아오셨다.협회 사람들이 왔을 때 '거짓말하지 말라'고 했다.STG 부문은 유럽 사람들에게 특화돼 있다.아시아인에게는 수상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작년에 한국 셰프가 수상했기 때문에 2년 연속 상을 줄 거라 생각 안 했다. 

- 'STG 피자'는 무엇인가요? 

△ STG는 Specialita Tradizionale Garantita의 약자로 전통 특산품 보장이라는 뜻이다.정통 나폴리 피자인 '마르게리따','마르게리따 클래시카(부팔라 모짜렐라 치즈 사용)','마리나라'를 일컫는 타이틀이다. 

이 피자는 원산지도 이탈리아산 토마토를 써야 하고,치즈와 밀가루도 이탈리안 치즈를 사용해야 한다.화덕도 장작 화덕을 사용해야 하고 온도도 78가지 규정이 있다.다른 부문보다 엄격하다.정통적인 피자라서 제일 상징적인 부분이라고 보시면 된다. 

- 이번 대회는 어떻게 알고 참가하시게 됐나요?준비 과정 궁금합니다. 

△ 2017년도에 제가 인터내셔널 국제 부분에서 강 셰프님과 같이 수상을 했다.그 이후부터 같은 대회를 3~4번 나갔지만 낙담했다.이번 대회가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나갔다.이번 대회에서는 대회장에 반죽을 직접 준비해 가야 했기에 호텔방에서 손 반죽을 1시간 이상 쳤다.평소에는 반죽기를 쓰기 때문에 손반죽을 했을 때 미세한 맛 변화를 최대한 잡기 위하여 노력했다. 

- 올해 준비 과정에서 더 신경쓰신 게 있는지. 

△ 이번 대회는 나폴리 문화를 내가 잘 알고 있고,진정성이 들어가 있다는 부분을 더 어필했다.되도록 질문을 받았을 때 내가 타지인이지만 어떤 재료가 몇 그램들어갔는지에 대한 대답은 이탈리아어로 하려고 했다. 

- 대회에서 셰프님께서 어떤 피자를 만드셨는지 궁금합니다. 

△ 피자 3개를 만들었다.STG 부문 마리게리따,피자빙고 밀양수산점계절피자,클래식 피자다.제노베드 피자라는 토마토를 마리네이드 한 피자와,바질페스토가 위에 올라가는 피자를 만들었다.동시에 반죽을 가장 신경 썼다.반죽의 맛을 조금 더 이탈리아 현지화하기 위해 노력했다.이탈리아 가기 전에 회사에서도 맨날 반죽을 쳤다.한국에서는 손반죽을 칠 일이 거의 없어 익숙지 않기 때문이다.대회 1달 전부터 연습했다. 

- 대회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이 있었을까요? 

△ 참가 인원이 많아서 지체되고 대기하는 시간이 정말 길었다.1시부터 출전 대기를 시작해서 오후 8시에나 시작할 수 있었다.35도의 날씨에 대회장의 열기가 더해져 준비해 둔 도우가 과발효될지 걱정이 컸다.도우가 온도에 민감해서 특별히 신경 썼다. 

- 대회 기간 대한제분의 식자재전문 수입사 쉐프스푸드의 지원도 큰 도움이 됐다고 하셨는데요. 어떤 부분에서 도움을 받으셨는지. 

 △ 쉐프스푸드에서 이번 대회 대한민국 참가자를 위해 전반적인 통역 및 통솔을 진행해 줬다.아울러 대회 공식 후원사이자 나폴리 피자에 최적화된 밀가루 브랜드 '카푸토' 공장과 치즈 공장을 견학하는 자리도 마련해주었다.항상 국내 피자 이올로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김남경 대표님과 쉐프스푸드 직원분들께도 감사드린다. 

 
오태식 셰프는 현재 '더 키친 일 뽀르노'에서 피자 총괄 셰프로 일하고 있다./ 사진 = 이유리 기자
오태식 셰프는 현재 '더 키친 일 뽀르노'에서 피자 총괄 셰프로 일하고 있다./ 사진 = 이유리 기자
 

- 현재 '더 키친 일 뽀르노'에서 피자 총괄 셰프로 일하고 계십니다.업무를 소개해 주신다면. 

△ 전국 9개 매장에서 근무하는 15명의 피자이올로들을 교육하고,피자빙고 밀양수산점레시피를 만들고 조리 컨디션을 점검한다.또한 계절마다 제철 식재료를 활용하여 신메뉴를 개발하여 출시하고 있다. 

- 후배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무엇일까요? 

△ 어떻게 하면 피자에 진정성을 느끼게 하는지를 강조한다.부모님께 내어드릴 수 있는 메뉴를 만들라고 말한다.아무리 늦더라도 완성되지 않았다면 그냥 버리라고도 한다.손님들이 먹는 피자는 2만원어치여도,그 손님은 2만원 이상의 경험을 한다.때문에 피자에 진정성을 갖는 게 중요하다. 

- 국내 나폴리식 화덕 피자의 특징은 무엇인가요?(식재료,식감,조리방법 등) 

△ 한국에서도 화덕 피자를 전문적으로 하는 피자 이올로들이 많다.정통 방식을 유지하고자 다들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특히 바삭하고 쫄깃한 식감은 국내 피자 이올로들이 너무나 잘 구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다만 식재료는 100% 나폴리 현지 재료가 아닌 경우가 많지만 최대한 구현하려 노력한다. 

- 메뉴 개발도 직접 하시는데,영감은 어디서 얻으시나요? 

△책과 SNS를 많이 본다. 

- 오랜 기간 셰프로 일하면서,가장 힘들었던 점이나 고민이던 시기는 언제였을까요. 

△ 12시간 이상 서서 일하니까 다리가 아프다.요리를 하다 보면 다치는 경우가 많은데,지나고 보면 모두 훈장인 것 같다.막내 때는 익숙하지 않아 다칠 수밖에 없다.나는 하지정맥이 와서 수술을 하기도 했다. 

요리를 처음 시작했을 때 다른 사람보다 내가 부족한 게 보질 때면 자존심이 상했다.'나는 왜 못하지?더 잘할 수 없나?'하는 생각이 들었다.한 우물만 파자는 마음에서 일을 정말 열심히 했다.자존심과 승부욕이 원동력이 됐다. 

- 반대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젠가요? 

△ 손님들이 맛있다고 해줄 때.특히 이탈리아 분들이 한국에 와서 현지보다 여기 피자가 더 맛있다는 칭찬을 해줄 때 가장 뿌듯하다. 

- 피자에 대한 셰프님의 철학이나 가치관이 있으신지. 

△ 즐겁게 하려 한다.나쁜 마음으로 하면 그 부정적인 기운이 손님에게 넘어가기 때문이다.셰프들과 조화가 잘 돼야 한다.누구 한명이 기분이 안 좋으면 좋게 해주려고 노력한다. 

- 인간 오태식으로서 꿈이 있다면요? 

△ 이번 대회에 수상을 하며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후배 중 다시 세계 대회 수상자가 배출될 수 있도록 저의 노하우를 전수해 주는 것이다.나와 함께하는 일뽀르노의 피자이올로들이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오태식 셰프가 직접 구운 마르게리따 피자.부팔라 모짜렐라 치즈,토마토 소스,바질이 주재료다./ 사진 제공 = 이유리 기자
오태식 셰프가 직접 구운 마르게리따 피자.부팔라 모짜렐라 치즈,토마토 소스,바질이 주재료다./ 사진 제공 =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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